 최성희(63세) 요양보호사를 만나기 위해 찾아 간 곳은 대구시 달서구에 위치한 어느 임대아파트. 오전과 오후 각각 3시간씩 수발을 들고 있는 두 분의 어르신이 모두 이곳 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최성희 요양보호사가 수발을 들고 있는 이양수(69세) 할아버지의 병원 진료가 있었다. 한달에 두 번씩 병원에 가는 날이면 하반신 마비로 인해 장애 2등급을 받은 할아버지를 위해 지역 노인복지센터에서 차량을 지원해주지만, 최성희 요양보호사는 어느 날보다 더욱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고등학교 때 이 할아버지는 총망 받던 유도선수였다. 하지만 허리 부상이 계속되어 결국 선수 생활을 그만두어야 했고, 93년도에는 갑자기 재발한 허리디스크로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지난해 노인장기요양 3등급을 받은 이 할아버지는 최선희 요양보호사를 만난 후부터 지팡이 등에 의지해 두세 걸음 정도 걸을 수 있을 만큼 호전된 상태다. “지금 이렇게라도 움직일 수 있는 건 다 저 선생님 덕이여. 내가 뭐 해달라 할 필요도 없어. 얼마나 잘 챙겨주시는지 몰라요.” 이 할아버지는 20여 년간 복용해온 약 때문에 위장까지 안 좋아진 상태. 지역 노인복지센터에서 매일 도시락 배달을 지원 받고 있지만, 매운 음식은 입에도 대지 못하기 때문에 혼자 사는 이 할아버지는 끼니를 거르기 일쑤다. “제가 처음 왔을 땐 냉동실에 밥이 가득하게 얼려 있더라고요. 식사를 제때 못 드시니까 몸도 많이 부실 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된장찌개라도 끓여서 제때 드실 수 있게 챙겨드리니까 건강도 많이 좋아지신 거예요.” 이 할아버지의 점심과 다음 날 아침까지 드실 식사를 챙겨 놓고 나니 어느새 12시가 훌쩍 넘어 버렸다. 빠른 손놀림과 잰 걸음으로 바삐 움직였지만 그래도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드는 최성희 요양보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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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관절염 때문에 걷는 것은 물론 다리를 잘 굽히지도 못해 하루 종일 침상에서만 생활을 하고 있다. 조 할머니 댁에 들어서자“어여 와. 여기 파스 좀 붙여줘”라며 아픈 등을 가리킨다. 파스를 붙여 드리자마자 점심을 못 드셨을 할머니를 위해 서둘러 식사를 준비하는데, 식사와 반찬을 만들고 청소며 빨래, 그리고 날짜에 맞춰 병원에 가서 약을 타오는 일도 모두 그녀가 해야 할 몫이다. “할머니를 보고 있으면 예전에 자원봉사 했을 때 돌봐드렸던 어르신들이 생각나요. 제가 3년 동안 보살피던 할머니가 두 분이나 돌아가셨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그래서 어르신을 보면 더 잘 해드리고 싶어요.” 잠시 회상을 하던 그녀의 얼굴빛이 숙연해진다. 하지만 이미 가정주부로 쌓여진 연륜 탓일까. 그녀에게 주어진 3시간 동안 잠시도 손을 놓지 않고 부지런을 떨며 요령 있게 척척 일을 해낸다. 그렇게 오후 4시가 돼서야 비로소 요양보호사로서의 하루 일과가 끝난다.
 하지만 종갓집 맏며느리이기도 한 그녀는 돌봐야 할 집안일들도 만만치 않다. 1년에 지내야할 제사만 해도 십 여 차례. “제사가 몰려 있을 땐 9일 동안 세 번도 치러요. 그럴 땐 새벽까지 음식을 만들기도 하지만 잠을 좀 덜자면 되죠. 내가 바쁘다고 어르신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할 순 없잖아요. 어르신들이 저의 손길을 이렇게 기다리는데….” 비록 몸은 녹초가 될지언정 마음만은 즐겁다는 최성희 요양보호사. 올해로 63세인 그녀에게도 고민이 있다는데. “아직은 건강하지만 내가 나이가 더 들어서 힘들어지면 봉사활동이나 요양보호사도 못할까 봐 그게 걱정이에요. 앞으로 어르신 들을 위해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지금 하는 일에 더 충실하고 싶어요.” 환한 미소로 고민이자 스스로의 다짐을 털어 놓는 최성희 요양보호사. 더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나이듦에 대한 아름다운 고민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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