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 전부터 인류의 곁에서 건강을 지켜 온 허브. 감기에 걸렸거나 잠이 오지 않을 때 따뜻한 차로 마실 수도 있고, 요리에 곁들이면 맛과 향 그리고 분위기까지 바꿔 준다. 가장 중요한 허브의 효능을 꼽으라면 역시 건강을 빼놓을 수 없다.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효능이 있지만 공통적 효능으로는 항산화작용을 들 수 있다.
사무실이나 집안에서 누구나 손쉽게 허브를 키울 수 있는 것도 허브의 매력. 허브에 물을 주고 손끝으로 만져 보며 향을 느껴 보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로마테라피 효과를 볼 수 있다.
자연 속 식물을 의미하는 ‘허브'
허브(herb)는 ‘초목', ‘식물'을 의미하는 라틴어 ‘herba'가 그 어원이다. 특정한 식물명이 아니고 로즈마리, 세이지, 타임, 라벤다, 바질 등 우리 생활에 유용한 식물을 통틀어 모두 허브라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먹어 왔던 쑥, 산초, 달래, 냉이, 파, 부추 등도 모두 허브에 포함된다. 인간은 건강 유지와 병을 치료하기 위해 또는 요리의 맛을 내기 위해 자연 속의 식물을 이용해 왔는데 이것이 바로 허브다.
다양한 허브의 효능
허브는 우리 생활 속에서 요리나 차, 입욕제, 화장품, 방향제, 염료 등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인다. 그중에 요리에 들어가는 허브는 식욕을 증진시키고, 고기나 생선의 누린내나 비린내를 제거하여 원재료의 맛을 살린다. 또한 강한 방부작용이 있어 오래 전부터 음식을 보존할 때 유용하게 쓰였다. 또한 허브는 민간치료법으로도 그 효능을 인정받아 왔다. 집안에 상비해 두고 차로 마시며 감기를 예방한다든가, 소화가 되지 않을 때, 잠이 오지 않을 때 유용하게 이용되어 왔다.
허브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효능이 있지만 공통적 효능으로는 항산화작용을 들 수 있다. 노화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활성산소의 독을 없애는 성분과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콜레스테롤을 배출하고 변비 등에 효과가 있는 식이섬유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심신을 진정시켜 긴장을 풀어 주고 피로 해소에도 도움을 주는 한편 몸 안의 독소를 배출시키는 이뇨작용도 함으로써 신진대사를 좋게 한다.
허브의 종류와 특징
** 카모마일: 흰색의 작은 마가렛 같이 생긴 꽃이 달렸으며 사과 향이 난다. 어린이들도 마실 수 있는 차로 진정 효과에는 그만인 허브다. 잠이 오지 않을 때, 감기에 걸렸을 때 수시로 마시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 민트: 처음 허브를 접하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상쾌한 향의 허브로 변비 해소나 식욕부진, 소화가 되지 않을 때 좋다. 아이스크림이나 젤리 등 설탕의 단맛과 잘 어울리는 허브로 애플민트, 페퍼민트, 스피아민트, 파인애플민트, 초코민트 등 수십 종류가 있다.
** 클로브(정향): 서양에서는 전통적인 방향제로 잘 알려져 있다. 작은 주머니에 조금씩 넣어 옷장 안이나 신발장에 넣어 두면 좋다.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 주는 효과가 있어 햄버거 등 다진 고기요리에 많이 쓰인다.
** 오레가노: 요리에 많이 쓰이는 허브로 토마토요리와 궁합이 잘 맞는다. 차로 식후에 마시면 위를 편안하게 해준다. 오레가노는 행복을 상징하는 심볼로 그리스에서는 결혼식 때 신랑과 신부에게 오레가노관을 씌워 주기도 한다.
** 타임: 냄새 제거나 살균 효과가 탁월하다. 햄이나 소시지, 케첩, 피클을 만들 때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허브다. 감기에 걸렸을 때, 집중력을 높이고 싶을 때, 어깨 결림 등에 좋다.
** 바질: 이탈리아 요리에 빠지지 않는 허브로 달콤 쌉싸래한 향이 매력적인 허브다. 토마토, 올리브와 잘 어울리고, 담백한 모차렐라 치즈와의 궁합이 최고다.
** 차이브: 생김새는 실파와 같으며 봄에 가장 먼저 싹이 나는 허브다. 잘게 다져 스프 또는 크림치즈에 섞어 이용한다. 파 향이 나는 허브로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능이 있고, 강한 항균성을 가진 알리신이라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감염증을 예방한다.
심신을 안정시키는 허브 키우기
먹거나 마시거나 보는 것 이상으로 권하고 싶은 것이 바로 허브 키우기다. 한두 개 정도의 화분에 허브를 키우며 물을 주고 손끝으로 만져 보며 향을 느껴 보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로마테라피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로즈마리나 민트, 바질, 타임 등의 화분은 잘 자라고 여러 용도로 쓰임새가 많아 사무실이나 집에서 키우기 좋다.
시중에서 팔고 있는 작은 화분의 허브는 모종이다. 작은 화분의 허브를 샀을 때는 그대로 키우지 말고 조금 큰 화분에 옮겨 심는 분갈이를 한다. 그 다음 볕이 잘 드는 창가에 두고, 자주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며, 물이 마르지 않도록 하면 쉽게 자란다. 허브 키우기는 다른 식물에 비해 몇 배 큰 즐거움을 준다.
허브가 어느 정도 자라면 그대로 두지 말고 꼭 줄기를 잘라 준다. 그래야 곁가지가 돋아나 웃자라지 않고 포기가 커진다. 자른 줄기는 깨끗이 씻어 뜨거운 물을 부어 차로 마셔도 좋고, 잎을 따서 손으로 비벼 향을 맡아 보아도 좋다. 또 아이스크림이나 디저트에 올리는 것 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된다.
허브를 이용해 요리에 포인트를 주자
로즈마리는 줄기를 잘라 꿀에 절여 두었다가 꿀에 로즈마리 향이 배어 피곤하거나 과로했을 때 마시자. 오랫동안 보관도 할 수 있고 손쉽게 허브 티로도 마실 수 있다. 또 민트나, 레몬밤과 같은 푸른색 잎은 얼음과 같이 물병에 넣어 두거나 뜨거운 물을 부어 3~5분 정도 우려내어 뜨거운 차로 마신다. 여름에는 냉장고에 넣어 두고 차갑게 마셔도 좋다. 처음에는 한 가지씩 허브의 향과 맛을 익히다가 두세 가지를 섞어 마시면 향도 더 좋고 효능도 커진다.
마른 허브를 이용할 경우 믿을 수 있는 허브 숍에서 신선한 허브를 구입해 차로 마시거나 요리에 이용한다. 우리가 김치를 담글 때 묵은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듯이 허브나 스파이스도 신선한 것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요즘 TV 드라마 ‘떼루아'에서 소개되어 유명해진 뱅쇼(vin chaud)도 겨울에 마시기 좋다. 뜨거운 와인이란 뜻의 뱅쇼는 만드는 방법이 취향에 따라 정말 많은데 기본적으로 레드 와인 한 병에 정향(clove) 5~6개, 시나몬 스틱 2개, 레몬, 오렌지 각 1개를 썰어 넣고 끓지 않게 천천히 데우는 것이 포인트다. 설탕이나 꿀을 넣어도 좋다.
요리에 이용하고 싶다면 간단하게는 계란 프라이에 다진 파슬리를 살짝 뿌려 본다든가, 샐러드에 약간 섞는 것만으로 시각적으로나 후각적으로 큰 효과가 있다. 감자를 큼직하게 썰고, 소금과 다진 로즈마리 약간에 올리브유를 뿌려 오븐에 굽거나 프라이팬에 구워도 훌륭한 요리가 된다. 감자, 호박, 가지, 피망, 토마토 등의 야채를 큼직하게 썰고, 월계수 한 잎, 파슬리를 넣어 뭉근하게 끓이면 프랑스 음식인 ‘라타뚜이'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에 약간의 허브를 넣어 전 세계 요리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허브의 매력이다.
- 박현신 / 요리연구가. 일본 조리사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경기도 용인의 전원주택에서 40여 종의 허브와 스파이스를 키우며 자연친화적 삶을 실천하고 있다. <나는 허브에 탐닉한다>라는 책을 썼으며 허브와 관련된 요리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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