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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국민의 정부 실세그룹 '高大인맥'
한국에서 결속력이 가장 강한 3대집단 중 하나인 고대 교우회. 김대중 정부와 집권여당 뿐 아니라 재야시민단체와 문화예술계에서도 핵심그룹으로 활약하는 인물들을 살펴보면….안기석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서리
지 난 6월5일자 ‘고대교우회보(高大校友會報)’에는 ‘국민의 정부 2기 내각에 교우 대거 진출’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기사가 보도됐다.
“지난 5월24·25일 단행된 ‘국민의 정부’ 집권2기 전면개각에서 교우 16명이 장·차관에 임명됐다. 이번 개각에서 산업자원부장관에 정덕구(鄭德龜, 상학과 64회졸업), 환경부장관에 손숙(孫淑, 사학과 60회), 노동부장관에 이상룡(李相龍 경제학과 51회), 국가정보원장에 천용택(千容宅, 고위언론과정 4회) 교우가 새로 발탁됐으며, 행정자치부장관 김기재(金杞載, 경영학과 66회), 정보통신부장관 남궁석(南宮晳, 경영학과 60회), 대통령비서실장 김중권(金重權, 행정학과 56회) 교우는 유임됐다.
차관급 인사는 국정홍보처장에 오홍근(吳弘根, 국문학과 61회), 통일부차관에 양영식(梁榮植, 정외과 56회), 산업자원부차관에 오영교(吳盈敎, 경영학과 66회), 특허청장에 오강현(吳剛鉉, 법학과 64회), 금융감독위원회부위원장에 이용근(李容根, 경제학과 58회) 교우가 새로 발탁됐으며, 정보통신부차관 안병엽 (安炳燁, 정외과 65회), 해양수산부차관 홍승용(洪承湧, 상학과 65회), 법제처장 김홍대(金弘大, 행정학과 58회), 철도청장 정종환(鄭鍾煥, 정외과 62회) 교우는 유임됐다.”
고려대교우회로서는 경사였다. 육사16기 출신으로 고대 특수대학원을 수료한 천용택 국정원장을 제외하더라도 고대 출신이 18개 장관직중 6개를 맡았으며, 차관직은 9개를 맡았기 때문이다.
5·24 개각에서 서울대 출신 장관직은 8명, 육사 출신은 2명, 연세대 부산대 단국대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출신이 각각 1명으로 고대 출신은 돋보이는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5·24 개각후 손숙 환경부장관이 러시아공연 때 전경련으로부터 거액의 ‘격려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자리에서 물러나는 바람에 고려대 출신 장관이 1명 줄어드는 듯했다.
그런데 옷로비사건과 파업유도발언 파문으로 결국 법무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김태정(金泰政)씨의 후임을 고려대 출신인 김정길(金正吉, 정외과 56학번) 법무부장관이 맡고 장관급인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을 김호진(金浩鎭, 정외과 61회) 고려대 교수가 맡는 바람에 서울대 출신 대 고대 출신 비율이 7 대 7로 공동 1위를 이루게 됐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내각이 서울대법대와 육사 출신들로 구성되었던 데 비해 ‘국민의 정부’에서는 서울대-고대 출신의 ‘공동내각’이 구성됐다고 할 만하다.
전남 신안 출신인 김정길 법무부장관은 사법고시 2회 출신으로 서울지검 차장, 전주 광주 수원지검장을 거쳐 광주고검장을 끝으로 96년에 변호사를 개업했다가 법무장관에 발탁됐다. 김 장관은 16년동안 장인에게 매월 생활비를 보조받았다는 일화가 있을 만큼 청렴성을 유지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경남 하동 출신인 김기재 행정자치부장관은 1965년에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72년에 행정고시 11회로 내무부에 진출 지역경제국장 재정국장 차관보 등을 지냈으며 49세의 젊은 나이로 총무처장관에 발탁되어 주목받았다. 부산광역시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서울 출생인 정덕구 산업자원부장관은 67년에 고대 상과에 입학, 재학중 공인회계사 시험(CPA)에 합격하고 졸업후에는 행정고시(10회)에도 합격했다. 71년에 국세청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 그는 지난 28년동안 재무부세제국과장 국제금융국장 재경원기획관리실장 차관보 차관 등 세제 금융 분야의 요직을 두루 섭렵했다. 우리나라가 IMF 관리체제로 편입된 후 1998년 초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외채만기연장협상에서 한국대표단의 일원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경기도 용인 출생인 남궁석 정보통신부장관은 64년에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67년에 고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독특한 학력을 갖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대와 하버드대의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한 남궁 장관은 삼성데이타시스템사장을 맡는 등 정보통신 분야에서 줄곧 일해왔다. 그래서 ‘정보화의 전도사’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데 컴퓨터통신을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시킨 주역으로 알려진다. 남궁 장관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외아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문의 망가(忘歌)를 PC통신에 올려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강원도 홍천 출신인 이상룡 노동부장관은 58년에 고대 경제과를 졸업하고 61년에 9급 서기보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38년만에 장관직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그동안 7개부처에 근무해 ‘마당발’로 통한다. 노동행정 경험은 거의 없는 편인데도 노동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지난 대선 때 김대중 후보진영에서 뛰었으나 DJP공동정권의 연합공천 문제로 강원지사 후보 출마를 양보한 점을 감안했다는 것.
경북 안동 출신인 김호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68년에 고대 정외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와이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고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노동문제연구소장과 노동대학원장을 역임했다.
전북 김제 출신인 오홍근 국정홍보처장은 68년에 고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중앙일보에서 사회부 기자로 언론계 생활을 시작한 뒤 사회부장, 논설위원, 이사를 거친 언론인 출신. 88년에 군을 비판한 칼럼을 썼다가 정보사요원들에게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제주도 출신인 양영식 통일부차관은 63년에 고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고대아시아문제연구소 연구위원보로 일했다. 그후 통일원대변인, 통일원교육홍보실장, 통일교육원장 등을 거친 통일문제 전문가.
전남 목포 출생인 최규학(崔圭鶴, 경제학과 56회) 국가보훈처장은 63년에 고대를 졸업한 후 총리실 3행정조정관, 국무조정실총괄조정관 등을 역임했다. 경북 봉화 출생인 김홍대 법제처장은 65년에 고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법제조정실장, 차장 등을 거쳐 승진한 경우.
충남 보령 출생의 오영교 산자부 차관은 올해 51세로 정덕구 산자부 장관과 나이는 같지만 고대 졸업횟수와 행시 합격도 1년씩 늦다. 오 차관은 통산부 산업정책국장과 중소기업청차장 등을 거쳐 산자부 무역정책실장을 맡고 있다가 정 장관이 입각 후 곧바로 차관이 됐다.
경기도 화성 출생인 안병엽 정통부차관은 72년에 고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72년에 행시에 합격, 공정거래위거래국장, 정통부 정보화기획실장과 정책실장을 거쳐 승진한 경우.
충남 청양 출생인 정종환 철도청장은 69년에 정외과를 졸업하고 71년 행시 10회에 합격. 기획관리실장 수송정책실장 등을 거쳤다. 줄곧 교통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 청장은 강한 추진력으로 인해 ‘불도저’라고 불리기도 했다.
전북 김제 출생인 이남기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70년 법학과를 졸업하고 69년 행시에 합격, 공정거래위 독점관리국장과 상임위원 등을 거쳤다. 강원도 양양 출생인 오강현 특허청장은 71년에 법학과를 졸업하고 상공부 산업정책국장, 통상무역실장 산자부 차관보를 거쳤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초부터 경제고문을 맡았다가 최근 그만둔 유종근(柳鍾根, 경제학과) 전북지사도 고대 출신이다. 전북 정읍 출신인 유지사는 1962년에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입학 당시 최우수 입학생에게만 수여되는 안암장학생으로 뽑혀 4년내내 장학금을 받은 바 있는 그는 재학시 고대합창부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청와대 비서실에는 32명의 고대 출신들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은 고대 법대 행정학과 출신인 김중권(金重權)씨가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계속 맡고 있어 신주류의 ‘핵심실세’로 부상했다.
63년에 고대를 졸업한 김실장의 전력을 보면 김대중(DJ) 대통령과는 지연이나 학연이나 정치적 성향 면에서 인연이 멀다.
경북 울진 출생인 김실장은 DJ를 투옥하고 일본에서 강제납치했던 박정희정권 때는 법관으로 재직했으며 DJ가 미국으로 쫓겨나 체류중일 때와 야당총재로 있을 때는 전두환·노태우 집권 여당(민정당, 민자당)의 국회의원(11,12,13대)으로 활동했으며 노태우정권 때는 청와대정무수석비서관으로 일했다.
이런 전력 때문에 김실장은 줄곧 민주화투쟁을 해왔다고 자부하는 동교동계의 견제를 받아왔고 한때 ‘DJ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청와대 비서실 인사에서 구여권 출신이 등용되면 “김실장이 자기 사람을 챙긴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김실장이 김대중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노태우정권 말기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김실장은 노태우 전대통령과 평민당총재였던 DJ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한 것이다. 이때 김실장에 대해 신뢰를 갖게 된 DJ는 97년 대선 막바지에 김실장을 영입했다. DJ가 대통령 당선자 시절부터 줄곧 김실장에게 비서실장을 맡긴 것은 청와대 비서실 근무 경험을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김실장은 국민의 정부 출범 초기인 98년 3월5일자 ‘고대교우회보’와의 인터뷰에서 “주변으로부터 ‘당신은 모든 것이 다 좋은데 단 하나 결점은 고대를 너무 챙기는 것’이라는 지적을 이따금 받고 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현재 청와대 비서실에서 고대 출신은 김실장을 포함해서 모두 31명. 그런데 묘하게도 차관급인 수석비서관중에는 고대 출신이 단 한명도 없다.
비서관으로는 정책기획수석실의 김덕봉(金德奉) 정책2 비서관(1급), 이병완(李炳浣) 국정홍보조사 비서관 (2급), 전병헌(田炳憲) 행사기획 비서관(2급), 복지노동수석실의 신창현(申昌賢) 환경비서관(2급) 등 4명. 이중 전병헌 비서관을 제외한 3명의 비서관은 3월에 청와대에 들어왔다.
김덕봉 비서관은 법대 행정학과(72학번) 출신으로 김중권실장의 직계 후배이다. 노태우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김비서관은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조정관으로 일하다가 청와대에 복귀했다. 신창현 비서관도 법대 행정학과(73학번) 출신인데 의왕시장을 지낸 바 있다.
이병완 비서관은 신문방송학과(73학번) 출신으로 서울경제신문 경제부장을 거쳐 예금보험공사 이사를 맡은 바 있다. 전병헌 비서관은 정치외교학과(77학번) 출신으로 평민당 전문위원, 국민회의 홍보수석부 위원장, 대통령직인수위 정무분과위 전문위원, 국정홍보 비서관 등을 두루 맡았는데 ‘DJ맨’으로 분류된다.
앞에서 언급한 비서관 3명 외에도 홍순강(보좌관, 4급, 정외과 79학번), 최진(국정홍보조사, 3급, 법학과 80학번), 이철희(정책2, 4급, 정외과 84학번), 최인석(정책2, 4급, 정외과 85학번), 김성규(정책2, 5급, 정외과 89학번)씨 등 5명이 정책기획수석실에서 근무하는 고대 출신이다.
특히 정외과 출신들은 위에서 언급된 5명과 외교안보수석실의 김재신 서기관(외교통상, 75학번), 외교안보수석실의 최성(통일 3급), 국정상황실의 김형욱(재야시민단체 4급)씨 등을 합하면 8명이다.
김중권 비서실장 직속으로 일하는 고대 출신들은 5명. 현재 고대교우회 청와대분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용 부이사관(법무-공직기강, 경영학과 70학번), 안양호 부이사관(법무-공직기강, 행정학과 75학번), 이대영 서기관(법무-사정, 사학과 74학번), 이인화 서기관(의전-신관, 통계학과 74학번), 박상욱씨(총무 6급, 행정학과 88학번) 등이 있다.
김중권 비서실장과 같은 고대 법대(법학과, 행정학과) 출신들은 위에서 언급된 5명과 정무수석실의 강병규 부이사관(행정, 법학과 73학번)과 김희락 행정관(정무기획 3급, 법학과 77학번), 민정수석실의 장경환 서기관(민정, 행정학과 80학번) 등 모두 8명이다.
이외에 민정수석실의 김상열 서기관(민정, 철학과 74학번), 교육문화수석실의 강용호 서기관(과학기술, 기계학과 77학번), 외교안보수석실의 황기철 해군대령(국방, 불문학과 78학번), 공보수석실의 이종상씨 (연설 3급, 심리학과 81학번)와 조용범씨(공보기획 5급, 지리교육학과 88학번) 등이 고대 출신들이다.
청와대에서 일하는 고대 출신들은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후 공식적으로 2,3차례 모임을 가졌으나 다른 지역이나 직장의 고대 출신 모임에 비하면 활동이 저조한 편이다. 김덕봉 비서관의 말이다.
“다른 곳에서는 고대 출신들의 모임이 활발하지만 청와대에서는 비서실장이 고대 출신인 만큼 실장께 누가 되지 않으려고 모임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쓸데없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지요.”
국회의원중 고대 출신은 여야 합해 모두 36명. 공동여당 소속 의원이 20명(국민회의 15명+자민련 5명).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이 16명이다. 전공별로 보면 정외과 출신이 13명으로 가장 많은 의원을 배출했고 법학과 9명, 행정학과 7명이다. 세대별로 보면 50년대 학번은 한나라당 의원이 절대 다수(16명중 12명)이고 60년대 이후 학번은 국민회의 의원이 많은 것(20명중 14명)이 특징적이다.
특히 57학번인 이세기(李世基, 정외과) 의원(성동갑), 이해구(李海龜, 행정학과) 의원(경기 안성), 김중위 (金重緯, 정외) 의원(성동을), 신경식(辛卿植, 영문학과) 의원(충북 청원), 이택석(李澤錫, 법학과) 의원(경기 고양을), 박명환(朴明煥, 정외과) 의원(마포갑) 등 6명이 모두 한나라당 의원인 데 비해 61학번인 남궁진 의원, 이규정 의원, 조홍규(趙洪奎, 정외과) 의원(광주 광산), 박정훈(朴正勳, 정외과) 의원(전북 임실 순창), 김충조(金忠兆, 법학과) 의원(전남 여수) 등 국민회의 의원 5명과 김범명(金範明, 행정학과) 의원(충남 금산 논산), 김화남(金和南, 행정학과) 의원( 경남 의성) 등 자민련 의원 2명을 합하면 7명이 모두 공동여당 의원들이다.
61학번의 특징은 감수성이 예민하던 고등학교 시절에 4·19혁명을 경험하고 대학에 들어간 해에는 5·16쿠데타가 터지는 등 격변을 겪은 데 이어 대학 고학년 때는 한일회담 비준 반대 투쟁에 앞장섰던 ‘6·3세대’라는 점이다.
정외과 61학번인 조홍규 의원은 김정배(金貞培) 고대총장의 권유로 올해초 정외과 4학년에 재입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63∼64년 한일회담 비준반대 투쟁에서 배후인물로 지목돼 65년에 제적됐었다. 조의원과 입학 동기인 박정훈 의원이 ‘6·3동지회’회장.
50년대 학번 중 국민회의 소속은 김진배(金珍培, 법학과 54학번) 의원(전북 부안)이 유일하며 60년대 이후 학번중에는 앞에서 언급된 의원들외에 조성준(趙誠俊, 법학과 67학번) 의원(경기 성남 중원)이 있고 김성곤(金星坤, 사학과 72학번) 의원(전남 여천시 여천군), 홍문종(洪文鍾, 교육학과 73학번) 의원(경기 의정부), 원유철(元裕哲, 철학과 정외과 82학번) 의원(경기 평택갑)이 있다.
자민련 소속으로는 앞에서 언급한 두 의원외에 한호선(韓灝鮮, 행정학과 55학번) 의원(전국구), 한영수 (韓英洙, 정외과 55학번) 의원(전국구), 구천서(具天書, 경제학과 70학번) 의원(충북 청주 상당) 등이 있다. 한영수 의원은 최근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론을 주장, 자민련내 충청권 의원들의 비난을 받았으며 구천서 의원은 김종필 총리의 내각제 연기 발언에 반발해 원내총무직을 내놓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15개의 국회 상임위원회 및 4개의 특별위원회에서 김중위 의원이 정무위원장, 한영수 의원이 국방위원장, 김범명 의원이 환경노동위원장, 김충조 의원이 윤리특위원장, 김정숙(金貞淑, 교육학과 63회) 한나라 당의원(전국구)이 여성특위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집권여당인 국민회의에서도 고대 출신들이 주요 당직을 맡고 있다. 임채정(林采正, 법학과 60학번) 의원(노원을)이 당3역중 하나인 정책위의장, 남궁진(南宮鎭, 법학과 61학번) 의원(경기 광명갑)이 총재권한대행 비서실장, 이규정(李圭正, 정외과 61학번) 의원(울산 남을)이 당8역중 하나인 지방자치위원장, 이상수 (李相洙, 법학과 67학번) 의원(중랑갑)이 제1정조위원장, 송훈석(宋勳錫, 행정학과 68학번) 의원(강원 속초 고성 양양 인제)이 원내부총무, 정세균(丁世均, 법학과 71학번) 의원(전북 진안 무주 장수)이 제3정조 위원장, 설훈(薛勳, 사학과 74학번) 의원(도봉을)이 당개혁추진위 제3위원장을 맡고 있다.
당의 강령과 정책을 개발해 국회 입법활동에 반영하는 정책위원회는 고대 출신 3인이 주축이 되고 있다. 전남 나주 출생인 임채정 정책위의장은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DJ의 정치복귀를 위해 ‘지역등권론’을 개발한 당내 이론가로 통한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민통련 등 재야단체에서 활동하다가 14대 총선 때 정계에 입문한 뒤 당 정세분석실장,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노동통으로 알려진 이상수 제1정조위원장은 정치 외교 행정 전반을 맡고 원내부총무, 연청중앙회장, 노사정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한 정세균 제3정조위원장은 사회 복지 문화 교육 등을 맡고 있다.
전북 익산 출생인 남궁진 총재권한대행 비서실장은 DJ 비서출신으로 민추협 기획위원, 아태재단 이사와 국민회의 연청중앙회장, 원내수석부총무, 제1정조위원장, 연수원장 등을 지냈다. 올해초에 김대중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경남 창녕 출생인 설훈 의원은 DJ 비서 출신으로 15대 총선 때 국회로 진출, 총재특보 수석부대변인 등을 거쳐 기조위원장을 맡았는데 지난 3월 내각제 연기 발언 파문으로 물러났다. 고대교우회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설훈 의원은 사학과 모임에는 반드시 참석할 정도로 열성을 보인다”고 했다.
김영삼 전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사학과 78학번)의 과선배인 설훈 의원은 현철씨가 구속중이었던 97년에 면회를 가려고 했으나 현철씨가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 이유는 대선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는 것. 이번에 현철씨 사면문제를 둘러싸고 당정간에 논의가 분분할 때도 설훈 의원은 “사면을 해도 욕먹고 사면을 안해도 욕먹을 바에야 사면을 해주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국민회의 원외 당간부들중 국장급 이상만 살펴보면 고대 출신은 모두 17명. 전공별로 보면 원내와 마찬가지로 정외과 출신이 8명으로 가장 많다. 선거법과 관련 의원직을 박탈당했다가 이번 광복절에 사면된 김병오(金炳午, 56학번) 당무위원, 3선 의원 출신으로 현재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덕규(金德圭, 61학번) 당무위원, 김성수(金成洙, 66학번) 경제대책위원회 부위원장, 김호산(金虎山, 67학번) SOHO(small office home office)위원회 부위원장, 동아일보 베이징특파원 출신인 김충근(金忠根, 71학번) 총재권한대행 언론특보, 시사저널 정치부장 출신인 김재일(金在一, 72학번) 부대변인, 정경연(鄭京連, 75학번) 직능위원회 부위원장,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허인회(許仁會, 82학번) 당무위원 겸 정책조정 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정외과 출신이다.
법대 법학과 출신은 변호사인 이영복(李英福, 65학번) 당무위원, 변호사인 임종인(林鍾仁, 74학번) 당무 위원, 이명식(李明植, 76학번) 기획조정국장, 구해우(具海祐, 84학번) 기획조정위원회 부위원장, 이경수 (李炅洙, 85학번) 개혁추진위원회 연구기획국장 등 5명이다. 이외에 김광영(金光英, 경제학과 55학번) 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 한겨레기자 출신인 문학진(文學振, 사학과 74학번) 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 이근규(李根圭, 국문학과 77학번) 실업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유용화(劉容和, 사학과 80학번) 총재권한대행실 국장 등이 있다.
사법부 고위간부 중에서는 이철환(李鐵煥, 법학과 53회) 대전고법원장이 고대 출신이다. 고시 15회 출신으로 전국 5개 지법원장을 두루 역임한 바 있다.
검찰간부중에서는 주선회(周善會, 법학과 62회) 광주고검장, 신광옥(辛光玉, 법학과 58회) 대구지검장, 정충수(鄭忠秀, 법학과 62회) 법무부 보호국장, 이종찬(李鍾燦, 법학과 63회) 대검 중수부장, 김각영(金珏泳, 법학과 59회) 공안부장(전기획관리실장), 이정수(李政洙, 법학과 66회) 서울고검 차장, 김종빈(金鍾彬, 법학과 64회) 광주고검차장, 김성호(金成浩, 법학과 65회) 서울동부지청장 등이 있다. 김 지청장은 전두환 비자금사건을 담당한 검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원성 전 대검차장이 고대 출신으로 검찰총장 물망에 올랐으나 사시 후배인 박순용 검찰총장이 들어서자 옷을 벗었다.
국정원에도 최근까지 고대 출신 고위 간부가 많았으나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뒤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국정원 엄익준(嚴翼駿, 정외과 60학번) 제2차장이 대표적인 고대 출신 간부다.
김진호(金辰浩, 사학과 57회) 합참의장도 고대 출신이다. ROTC 2기인 김 의장은 학사장교 출신으로는 최초로 합참의장이 됐다. 37사단장, 교육사 참모장, 육본정보참모장을 거쳐 제2군사령관으로 재직중에 발탁됐다.
청와대나 내각 등 김대중 정권의 당정 관련기관 외 사회 각 분야에도 최근 고대출신들의 진출이 크게 늘고 있어 주목된다. 우선 금융계에서는 이근영(李瑾榮, 법학과 54회) 한국산업은행 총재가 손꼽히는 인물. 한때 재무부장관이었던 이용만(李龍萬, 행정학과 32회) 전의원과 함께 ‘고대행정고시후원회’를 조직, 후원기금 조성에 나서기도 했다. 정철조(鄭哲朝, 상학과 56회) 산업은행 부총재도 고대출신.
재계의 고대 출신 중에서는 재벌 2세들이 유달리 많다. 작고한 최종원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崔泰源, 물리학과 76학번) SK회장, 작고한 이병철 삼성그룹회장의 장손인 이재현(李在賢, 법학과 80학번) 제일제당 그룹 부회장, 이병철의 2남 이창희(李昌熙)씨의 큰 장남인 이재관(경영학과 82학번) 새한그룹 부회장, 정씨 가문의 2세들인 정몽진(鄭夢進, 경영학과 79학번) KCC 그룹(구 금강고려그룹)부회장, 정몽규(鄭夢奎, 경영학과 80학번) 현대산업개발회장, 정몽원(鄭夢元, 경영학과 74학번) 한라그룹 회장 등도 고대 출신이다.
요즘 증권가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한 펀드매니저회사 미래에셋의 박현주(경영학과 76학번) 대표도 고대 출신이다. 그는 최고의 실적을 올리는 펀드매니저로 평가받고 있다.
재야 시민단체에서는 이문영(李文永, 법학과 44회) 아태재단이사장, 이창복(李昌馥, 경제학과 61학번) 민주개혁국민연합 의장, 이재정(李在禎, 독문학과 62회) 성공회대 총장 등이 고대 출신이다. 이총장은 젊은 피 수혈과 관련 관심을 끌었던 국민정치연구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경실련에는 통일협회이사장인 강만길(姜萬吉, 사학과) 고려대 명예교수, 사무총장 대행으로 선임된 김일수(金日秀, 법학과 65학번) 고려대 법대학장, 통일협회 운영위원장을 맡은 이장희(李長熙, 법학과 66회) 한국외대 교수가 고대 출신. 참여연대에는 소액주주운동으로 유명해진 장하성(張夏成, 경영학과 71회) 고려대교수가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고 있다.
영화계에서도 고대 출신들이 활약이 두드러진다. 빨치산 출신 이태씨의 회고록을 영화로 만든 ‘남부군’으로 유명한 정지영(불문학과 68학번) 감독, 최근 영화 ‘용가리’로 주목받는 인기 코미디언 출신의 심형래씨, 우리나라 영화사상 해외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영화 ‘아름다운 시절’로 유명해진 이광모(李光模, 영문학과 77학번) 감독이 고대 출신이다.
흔히 한국에서 결속력이 강한 3대 집단으로 지연 중심의 호남향우회, 고된 훈련속에서 전우애를 다진 해병대전우회, 그리고 고대교우회를 든다. 우리나라에서 학연은 고등학교 동창회를 으뜸으로 친다. 행정부나 사법부 등에서 인사가 있을 때면 항상 어느 고등학교 출신이 몇 명인지 따지게 된다. 고등학교 출신은 바로 지연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고등학교 동창회에 비하면 대학동창회는 대부분 결속력이 없다. 그런데 유달리 고대교우회가 결속력이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고대 출신들은 항일운동과 관련된 민족주의 전통, 민주화투쟁을 거치면서 형성된 동지애, 그리고 시골에서 올라온 생활이 어려운 유학생들이 고대 주변에서 하숙이나 자취를 하면서 쌓인 공동체의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그런 결속력이 생겼다고 봅니다”
윤백현(尹百鉉, 행정학과 58회) 고대교우회 사무총장의 말이다.
고대교우회의 결속력은 연회비 모금 규모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고대교우회 사무처 집계에 따르면 94년이래 연속으로 매년 연회비가 5억원을 돌파하고 있다. 임원들을 제외한 고대 교우 1인당 1만원씩 납부하는데 96%의 납부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각 지부에서 운영비로 일부 쓰고 남은 것을 보내는 것을 감안하면 5만명 이상의 교우들이 연회비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연세대동창회나 다른 대학의 동창회가 연간 수천만원대의 회비를 거두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규모이다. 이런 모금 실적이 가능한 것은 고대교우회가 각 지역이나 직장별로 분회활동을 활성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직장분회에서는 월급에서 원천적으로 연회비를 공제할 정도라고 한다.
이런 결속력을 바탕으로 고대 출신들은 행정 사법 입법 당 재계 시민사회단체 등 각 분야에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활동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뒤 고대 출신들이 실세그룹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