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jump라고 아니?'
'그럼, 잘 알지.. 그거 무술 유단자들이 코믹하게 연극하는 거 아냐?'
'봤어?'
'아니, 아직 못 봤어'
'그럼 월요일[9월 1일]에 가 볼 수 있겠니?'
'그럼 좋지...^^'
'그럼 내가 4자리 예약해 놓을테니까, 식구들하고 가서 봐'
'우아, 땡큐!!'
이렇게 해서 학원이 바쁜 아들 윤식이만 놔두고 연주랑 집사람을 데리고 추적추적 하루 종일 내리는 비를 뚫고 실로 오랜만에 종로로 나갔다.
청계천과 종로 2가 사이에 Jump 전용극장이 있는데, 은정이가 예약해 준 날이 바로 이 서울 전용극장 개장 2주년 기념공연일이란다. 지난 번 유키 구라모토 피아노 독주회를 보려고 연세대학을 가려다 차가 너무나도 막혀서 할 수 없이 식구들만 왕십리역에다 내려주고 지하철로 가게 하고, 정작 난 관람을 포기했던 기억이 나서 일찌감치 집을 출발했는데,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88이 너무 잘 빠져서 한시간 이나 먼저 도착했다-_-;.
'잘 됐네... 애 밥이나 먹이면 되겠는걸..'
정말 종로 한 복판에 이런게 있었나 싶게도, 그 종로 2가에 세종주차장이란 주차건물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까 관람객들은 50% 디스카운트 해 준다고 한다. [연극 관람 후 표를 보여주니 3시간 30분 정도에 토탈 주차비 7000원! 정말 싸다!!]
'SEN'이란 베트남 국수집에서 베트남 쌀국수와 볶음 국수를 시켜 먹었다.
길 건너편 종각쪽으로 낯익은 포메인이 보였지만, 내리는 비에, 중앙버스차선으로 횡단보도도 보이지 않고... 거의 선택의 여지가 없었는데... 포메인이나 호아빈에 익숙해 있는 내 입맛에는 좀 그랬는데... 값은 그쪽보다 좀 더 비싸고 ㅜㅠ.(평점 B0) 쪼-금 찜찜하던 기분은 Jump 전용극장이 있는 건물 1층 커피빈에서 오랜만에 집사람과 마주 앉아 나눈 커피[연주는 쥬스] 한 잔으로 반전..
극장은 지하 2층. 우리 자리는 R석. 앞에서 세번째 줄.. 물론 중형 극장이지만, 그야말로 무대가 코 앞이다.
정말 쓰러질 것 같이 위태위태하게 공연장에 들어서는 노인네가 정말로 위태위태하게 공연장 계단을 내려와서 거의 쓰러질 듯 무대에 오르는 것으로 극이 시작되었다.
그 때부터 시작된 이 코믹 액션 연극은 정말이지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무대가 마루바닥이 아니라 탄력이 좀 있는 메트리스로 되어 있어서 배우들이 뛸 때마다 먼지가 나서 그 먼지를 좀 마셔야 한다는 것 빼고...]
배우들, 아니 이 무술인들은 발바닥을 땅에[무대에ㅜㅜ] 대고 있는 시간보다 공중에 두고 있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뛰고, 날고, 달리고, 공중제비하고....
90분이 정말이지 어떻게 갔는지 모를 지경이다. 외국사람들 정말 이런 거 보면 뻑이 갈거다란 생각이 들면서 뿌듯해 진다.
2003년 영국 에딘버러 연극 페스티벌에서 시작되어서 정작 서울 전용극장은 2006년에나 세워졌고, 현재는 영국과 미국 뉴욕, 서울 그리고 부산에 전용극장을 마련하고 맹 정진 중이란다. ..
영어학원, 수학학원.. 안스러운 우리 딸도 그 특유의 깔깔깔... 웃음이 그치질 않는다.
집사람도 박수치며 무척이나 좋아하고, 대놓고 소리내어 웃는다.
참으로 오랜만에 가족들이 소리내어 웃어보는 것 같다.
같이 오지 못하고 학교에서 야자를 하고 있는 아들이 더 안스럽게 느껴진다....
서울 전용극장 개장 2주년 기념이라서 극이 끝나자 대표가 무대에 나와 인사를 하고[헉,, 무척 젊다, 그 대표...]
극장 라운지에서는 떡과 머그컵을 담은 헝겊으로 된 다용도 어깨걸이 장바구니를 하나씩 준다. 점프 뱃지도 네개나 달려있는 예쁜 '쇼울더 백'... 우리는 세 개 ^^;
은정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다시 하고 싶다.
연극도 물론 너무 좋았지만
가족들끼리 한 껏 목청높여 한 마음으로 웃어 제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 것만으로도 더더욱 고마운 맘이다.
Thank you, 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