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을 잘하는것도 아니고 뭐 유명세를 탈일도 없는 저는, 사순절동안 특강을 다니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예수님이 공생활 동안 만난 사람과 제가 서품후에 만난 사람의 수는 누가 더 많을까? 글쎄요, 모르긴해도 제가 더 많을것
같군요. 예수님의 공생활 기간이 짧아서 그런것만은 아니고, 그분이야 일일이 발품을 팔았겠지만, 저는 ktx 를 비롯하여 때
로는 비행기등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이동할수 있으니까요. 그랬다고 제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했을까요? 언감생심이지
요^^ 세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양도 필요하겠지만 예수님은 질을 우선시하지 않았을까요!
예수님이 심혈을 기울여 제자양성을 하지 않으셨었더라면, 그분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짐과 동시에 당신의 일도 역사에서
잊혀졌을겁니다. 그러나 공들여 양성한 제자들이 있었기에 당신은 제자들의 가슴에 다시 살아나실수 있었고 제자들은
ALTER CHRISTUS( 제 2의 그리스도) 로서 당신의 일을 계속해 나갈수 있었겠지요. 저희 수도회가 동반자회를 시작한것도
같은 맥락일 겁니다.
신앙생활은 훨씬 더 이전에 시작했었지만, 30 여년전 처음으로 부활체험을 하게되고 수도회에 입회하였었지요. 저는 지원
기를 청주의 성심양로원이라는 곳에서 보냈습니다. 그곳 양로원에는 언덕위에 자리한 묘지가 있었는데, 하루일과가 끝나
면 해질무렵 그 공동묘지에 가서 묵주신공을 드리곤 하였지요. 그러던 어느날 일과를 마치고 사방이 조용해 지는 어스름
때에 무덤 사이를 거닐며 묵주기도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백 수사님도 올라오셨더랬습니다. 백수사님은 당시 연세가 거의
70이 다되신 메리놀 수사님이셨는데, 한국에는 저보더 훨씬 먼저 오셨었지만 한국말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백수사님의 장
상이시던 파주교님(메리놀) 께서 그러셨다는군요. 한국사람들이 지금 다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니까 자네는 한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요! 아마 수십년후에 있을 요즈음의 영어몰입교육을 내다보는 선견지명이 있었나봅니다^^
사각형 모양의 묘지에는 바둑판처럼 봉분이 배열되어 있고 한가운데로 비교적 넓은 길이 야외제대까지 이어져 있었구요.
제대뒤에는 천사가 월계관을 들고 서있는 상이 (고린토 전서 9장 25) 있었지요. 백 수사님은 이제 막 수도생활을 시작하는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 제대로 그리고 제대 너머 월계관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 천사상으로 똑바로 가라고...
여기 저기 기웃거리지 말고 똑바로 가라고....
30년전 제가 백수사님에게 들었던 그 이야기를 오늘 종신서원을 하는 동반자 여러분들에게도 똑같이 해주고 싶군요. 여기
저기 기웃거리지 마시고 제대까지, 그 너머 월계관까지 똑바로 가시라고요! 참 백수사님은 그후 치매가 걸리셔서 본국으로
되었는데 혼자 가실수가 없어서 보호자를 대동하시고 가셨다는군요. 물론 오래전에 선종하셨구요.
그럼 어떻게 사는것이 똑바로 가는 길일까요? 사회에서 살아가시는 여러분들이 무슨 중뿔난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지
않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동반자로서 하느님께 곧장 나아가는 길은 피정이나 기도를 더 많이하고, 봉사등 뭔가 않하던
짓을 많이 하는것은 아닐겝니다. 오히려 피정이나 기도는 하느님은 어디나 계시다는 우리 믿음을 더 깊이 깨닫고 느끼기
위해 하는 것이지요.
종신서원이라는 말은 "죽을때까~지" 라는 말입니다. 제가 어렸을때 유행하던 이탈리아의 칸쵸네가 있었는데 제목은
Sino me moro(내가 죽을때까지), 영화 형사의 주제곡입니다. 관점만 조금 바꾸면 오늘 종신서원하신 분들에게 잘 어울릴
것 같군요. 내사랑, 당신의 가슴에 기대어 나는 모든 고통을 잊지요... 죽을때까지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가슴에 기대
어 그래도 마음이 아프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다 나에게 하세요....신앙생활이 다른게 아니잖아요!
달라질것도 달라질리도 별로 없는 우리네 일상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좀 더 알아차린다는것은, 이렇듯 매일 듣던 유행가를
다른 관점으로 보듯이, 우리네의 남루한 일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되는것이겠지요.
SINO ME MORO - Allida Keli
sinomemoro-1.mp3
첫댓글 아멘!!! 주님 제가 똑 바로 끝까지 잘 나아 갈 수 있도록 .....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아주 오래전에 들었던 되돌려 듣기를 좋아했던 곡이었는데 다른 관점에서 듣게되니 새로움을 느낌니다 나의 삶이 새로운 관점 부활의 새로움으로 태어날수 있도록 무한한 ? 노력을 해야겠죠?
솔샘님!감사해요.어느 이유에서인지 세상에 계시는 예수님을 만나라는 명령에서 종신 서원을 참석하지 못한 제게 위로를 주시네요.토요일 오후 양파껍질을 계란이랑 삶아 풀꽃 말린 것을 밥풀로 붙여 바구니에 담아 일곡 수도원에 갔드니 서울 다 가셨드군요.근무하는 자매 형제 몫으로 놔두고 서울로 보낼까 하다 다른곳으로 보내 버렸어요.종신 서원하는 분들이랑 수도자님들께 드리고 싶었는데... .^^종신 서원자 모두에게 축하와 예수님의 부활 한가운데 헤엄을 치게요.기쁘게~~~빠지면 건저 주시니까 걱정 안해도 되죠???
대신 다른분이 즐거웠겠습니다. 건강 하세요
아이궁~ 마리아언니~ 함께 못하신 언니의 아쉬운 마음이 마구마구 느껴집니다..^^;; 양파껍질이랑 계란을 함께 삶으면 어떤 색깔이 나올까요~ 저두 한번 삶아봐야겠습니다.. 게다가 말린 풀꽃까지~ 히야~ 넘 이쁜 부활달걀이었겠는걸요~ 로사선배님 말씀처럼 즐거웠던 분들 따로 계셨겠습니다~^^*
마리아 언니, 종신서원식 참석도 못하시고 종신서원하시는 분들과 수도자님들 드리려고 만든 부활계란도 전해드리지 못해서 섭섭하셨겠어요. 언니 예쁜 마음 아시리라 믿어요. 양파껍질과 계란이랑 삶아 부활달걀을 만들 수도 있군요. 풀꽃 말린 것을 밥풀로 붙이고.. 와~ 대단해요~*^^*
감사! 아마도 저희보다 더 필요한 곳이 있었나봅니다. 공평하신 주님의 뜻이기에 저희가 받은 것 이상으로 기쁨이 전해지군요. 예쁜 상상속에서 행복합니다.
예설 회장님만 보세요.^^헛탕치고 부모님도 찾아뵙고 또 그러구 그랬어요.정성이 부족한거죠.누구 말마따나 가난해서 어쩌구 저쩌구.~~~
오마나~ 오늘은 제대로 들리네요^^* 관구장님 덕분에 전혀 다른 시각에서 다시 한번 들어봅니다~^^*
가브리엘 신부님 강론말씀 올려주신 베로니카 형님께 감사드립니다. 제 2의 그리스도라는 말씀이 와 닿습니다. 종신서원이라는 말은 "죽을 때까~지"라는 말씀도 와 닿습니다. Amore, amore, amore, amore mio의 애절한 음악을 듣는데 갑자기 예전 화장품 광고 문구가 생각나네요~*^^* "아무래도 Amore예요."
관구장님께서 강론하시기 전에 음악을 튼다 하시길래 지난번 부산 온천성당 사순특강 때 트신 "Amazing Grace" 아닐까 했는데 제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지 뭐예요~ㅎㅎ 강론 때는 위 원고에 살을 더 보태서 말씀해 주셨는데 강론 말씀이 참 좋았었어요. 동반자들에게 따뜻하신 시선으로, 사랑으로 대해 주시는 관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하늘이 내신 수도자다우신 신부님이십니다!저(저희) 또한 주님 바라보며...겸손되이 묵묵히...이 길을 걸어갑니다^^예수고난회를 이 땅에 내신 주님 감사드립니다~~그 헤아릴길 없는 사랑의 발자욱들을 잊지 않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