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들 그리고 책에 대한 사랑
2007년 프랑스인들은 어떤 책을 읽었을까? 그들의 일상에서 독서는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책과 관련된 주요 문화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프랑스에서 책의 현 상황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몇 년 전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책의 몰락»을 예견했음에도 책은 여전히 프랑스의 가장 중요한 문화요소로 남아있다. 가계의 문화비 지출에 있어 DVD와 비디오가 20%, 음악 CD가 15%, 비디오게임이 14%를 차지하고 있던 반면 책은 절반에 해당하는 51%를 나타냈다.
2006년 프랑스인들은 4억9천4백만 권의 책을 구입했고 이는 일인당 평균 8권을 구입한 것과 같다. 이와 동시에 약 68,000종의 서적이 출간되었고 이중 절반이 신간이었다.
2007년 9월 “문학의 개학(9월 신학기 시작을 기점으로 연중 신간이 가장 많이 나오는 기간)”이 돌아오면서 다시 새로운 기록이 세워지게 된다. 727종의 프랑스 및 외국 소설(이중 1/4이 프랑스 소설) 그리고 약 600 종의 에세이가 8월과 10월 사이 90개 이상의 출판사에서 출간된 것이다. 2006년 도서 매출액은 2005년에 비해 1.7% 성장했으며 판매 부수 역시 2.1% 증가했다.
성공의 상징
«프랑스에서 잘 사용하는 출판과 관련된 표현이 있습니다. 이는 강력한 문화적 산물로 프랑스가 지닌 문화 유전자에서 나온 것이지요. 바로 ‘성공했다’라는 말을 흔히 ‘아이를 낳았다’, ‘나무를 심었다’ 혹은 ‘책을 썼다’라고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즉 책이라는 것이 여전히 중요한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죠. 또한 프랑스의 정치 역시 책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라고 쁠롱(Plon) 출판사의 사업부장인 스테판 빌르레이(Stéphane Billerey)는 말한다. 실제로 프랑스 대선이 있었던 2007년 몇 달 동안 150여 종의 정치 관련 서적들이 출간되었으며 이중 일부는 10만 부 이상 판매되면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여전히 출판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문학이다. 소설이 주로 읽히고 있으며 이는 시장 점유율의 20%, 그 다음으론 아동 서적이 17%를 차지하고 있다. 문학관련 만화(프루스트가 만화로 각색되기도 함)의 경우 판매의 11%를 차지하고 있으며 픽션 관련 도서는 약 절반(48%)에 달한다.
독서의 새로운 방식들
프랑스인들의 생활리듬이 다양화되었음에도 독서량이 높았다는 것은 바로 출판이 이들의 생활 방식의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한 1950년대에 저렴한 가격으로 고전과 신간 도서의 보급 확산을 위해 태어난 «문고판» 도서는 도서판매의 1/4을 차지하면서 관련 부문 1위에 오르게 되었다. 수 많은 출판사들이 문고판 도서 시리즈를 출간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신문 가격보다는 약간 비싼 2유로에 누구나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출판은 가계의 소비 습관 변화에도 적응하게 되었다. 즉 오늘날 출간되고 있는 도서 5권 중 1권은 대형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고속도로의 주유소, 원예 전문점 그리고 역과 공항에서도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프랑스인들의 일상 이동시간이 연장되고 여행 빈도가 높아지면서 독서량 역시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대도시 혹은 파리 지역에서 천2백만 명의 인구 중 일부가 하루 이동 시간 중 1~3시간을 독서에 할애하고 있으며 특히 대중교통 이용 시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이다.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책은 정규 프로그램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이중 가장 오래된 «Le Masque et la plume(마스크와 만년필)»은 공영 라디오 방송인 ‘France Inter’에서 방송되는 문학, 연극 그리고 영화에 관한 프로그램으로 1955년부터 꾸준히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TV 채널들 역시 매주 혹은 더 나아가 매일 작가들에 대한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모든 측면에서
일반 언론에서도 책은 매년 가을마다 도서 전문 미디어 행사인 «La rentrée littéraire(문학의 개학)»를 통해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2,000개의 문학 관련 상들이 신인 혹은 유명 문학 관련 인사들에게 매년 수여된다. 또한 독서광들을 위해 수 많은 문학전문 잡지들이 발간된다. 그 중 ‘Lire’, ‘Le Magazine littéraire’, ‘La Quinzaine littéraire’, ‘Livres Hebdo’ 그리고 ‘Transfuge’가 대표적인 잡지로 매달 20만 부 이상 배포되고 있다.
약 수백 개의 도서전이 프랑스 전역에서 그리고 모든 주제에 대해 열리고 있다. 이중에는 요리, 추리, 여행, 섬, 정책, 아프리카 문학, 북아프리카지역 등에 관한 도서전도 있다. 파리 도서전의 경우 지난 2007년 약 17만 명의 관객이 방문했다.
마지막으로 국립 도서관들 역시 네트워크를 통해 프랑스 전역의 5백만 명 이상의 독자들과 접촉하고 있으며 이중 35%는 아동이다. 시 혹은 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러한 활동들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제한 없이 그리고 가능한 한 무료로 모든 지식들에 대한 접근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출처: Label France 도서 특집호, 2008년 1/4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