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2급 지방이사관까지 승진했고 공직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부단체장 직위에도 올랐으니 나름대로 성공한 인생이 아니겠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성공을 위해 곁눈질 한번 하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이었다. 일선 읍‧면사무소와 시‧군청, 도청 등 각기 다른근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집을 떠나 객지 생활도 오래 했다. 가정을 미처 돌볼 새가 없었고 자나 깨나 일에 파묻혀, 그저 일 밖에 모르고 살았다.
백 미터 전력 질주를 마라톤 코스 내내 달려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다 보니 퇴임 후 막상 여유가 생겨도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고 가족들과도 여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어색하기만 했다. 마치 심장에 알람을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출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고 한가하게 쉬는 두 손이 겸연쩍고 낯설었다. 쳇바퀴를 벗어난 다람쥐의 심정이 이러할까. 하루하루가 길고 지루했다.
저자소개
1955년 11월 진주시 정촌면 대축리 대방마을 출생
학력
1968년 예하초등학교 25회 졸업
1971년 진주남중학교 20회 졸업
1976년 진주농림 고등전문학교
63회(농학과) 5년 졸업
1991년 한국방송통신대학 졸업(행정학사)
1996년 경상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졸업(행정학 석사)
차례
여는 말 * 매 순간 솔직하게, 모든 것을 가감 없이 털어놓다•4
1부
봄 * 파종 삶 의 터전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다
1. 두 어머니와 8남매 •14
2. 천인공노(天人共怒)의 사기사건 •22
3. 8남매 맏이와 막내의 결혼 •29
4. 24시간 초단기 방학 •36
5. 걷기의 달인 •40
6. 허세로 배운 담배 •43
7. 과수 농사 함부로 덤비지 마라 •46
2부
여름 * 경작 공 직의 길에서 꿈을 일구다
1. 공무원이 되다 •54
2. 고향에서 얻은 기회 •58
3. 실력으로 증명하다 •65
4. 꼴찌에게 술잔을 •68
5. 눈물겨운 협상 •73
6. 태풍 셀마의 위력 •79
8. 의혹에 휘말리다 •86
9. 한밤의 인사문 작성 •90
10. 청렴은 우리의 자존심이다 •95
11. 쉘 위 댄스 •99
12. 명절 전야의 화재사건 •103
13. 출세와 처세의 원칙 •108
14. 여성 시대 장손 •114
15. 금방석 가시방석 •120
16. 기사회생 민방위국 •128
17. 첫 해외연수를 가다 •136
18. 회식의 용도 •143
19. 인사 논란의 중심에 서다 •148
20. 방호벽을 막아라! •153
21. 장기교육 •160
22. 도청별관 지하세계 생존기 •165
23. 진정한 회계(會計)의 대상 •171
24. 아름다운 밀양 •176
25. 살얼음판 위에 선 55일 •183
26. 한국실크연구원장이 되다 •188
3부
가을 * 수확 4 0여 년 공직생활의 깨달음과 경험자의 제언
1. 공직자의 건강 •195
2. 공직자의 청렴 •200
3. 공직자의 권한과 의무 •208
4. 공직자의 안목(眼目) •211
5. 공직 전문화의 허(虛)와 실(實) •217
6. 하나가 되는 자리 •224
7. 리더의 자격 •230
8. 영혼 있는 공무원 •235
9. 편리함의 부작용 •240
10. 겸손도 과유불급(過猶不及) •245
11. 지방의 살림살이 •248
12. 완벽한 의전을(儀典) 위해 •261
13. 선의의 경쟁 •270
14. 사라지지 않는 향기 •275
15. 타산지석(他山之石) •280
16. 누구나 역사(歷史)가 있다 •292
17. 기록의 힘 •300
18. 역량비축(力量備蓄) •304
19. 진주 실크, 세계 패션의 중심지로! •310
20. 한국실크연구원 이야기 •315
4부
겨울 * 나눔 더 불어 사는 인생
1. 작은 목소리도 대우받는 세상 •326
2. 마을 이장의 꿈 •332
3. 사외이사가 되다 •337
4. 소중한 인연 •340
5. 고향의 새해맞이 •345
6. 시내버스가 오다•348
맺음말 * 속 빈 쭉정이가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352
신문기고문
민족의 혼(魂) 소나무를 지켜야 한다(2013.12. 06. 경남신문) •360
공인(公認)된 수돗물 그대로 먹어도 된다(2013.12.13. 경남신문) •363
낙동강 5억 1,000만t 물 활용방안 찾자(2013.12. 20. 경남신문) •365
대한민국 대도약, 공무원의 규제개혁 자세에서(2014.10. 28. 경남일보) •367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도백의 결단과 실행(2015.12.18. 경남도민신문) •370
취임사와 이임사
제21대 의령군 화정면장 취임 인사문 •376
제15대 밀양시 부시장 취임사 •378
제16대 진주시 부시장 취임사 •382
제15대 밀양시 부시장 이임사 •387
제16대 진주시 부시장 이임사 •390
公職을 떠나면서 인사 •393
제13대 한국실크연구원장 취임사 •395
부록
졸업장과 상장 •400
표창장과 임용장, 공로패 •402
출판사 서평
살다 보면 인생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나 역시 한국실크연구원장 직위에 응모하면서 예정된 일자보다 다소 일찍 공직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40여 년 공직생활은 청춘을 바친 일터이자, 성숙의 장(場)이었고 삶의 흔적이 송두리째 녹아있는 인생,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퇴직을 하고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오랫동안 무거운 짐을 지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 한순간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홀가분하기도 했지만 ‘그동안 무엇을 향해 달려왔나’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이 우수수 빠져나가듯 속절없는 세월만 흘러갔을 뿐,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는 생각에 허무함이 밀려들었다.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2급 지방이사관까지 승진했고 공직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부단체장 직위에도 올랐으니 나름대로 성공한 인생이 아니겠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성공을 위해 곁눈질 한번 하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이었다. 일선 읍•면사무소와 시•군청, 도청 등 각기 다른 근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집을 떠나 객지 생활도 오래 했다. 가정을 미처 돌볼 새가 없었고 자나 깨나 일에 파묻혀, 그저 일 밖에 모르고 살았다. 백 미터 전력 질주를 마라톤 코스 내내 달려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다 보니 퇴임 후 막상 여유가 생겨도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고 가족들과도 여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어색하기만 했다. 마치 심장에 알람을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출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고 한가하게 쉬는 두 손이 겸연쩍고 낯설었다. 쳇바퀴를 벗어난 다람쥐의 심정이 이러할까. 하루하루가 길고 지루했다.
수일간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있다가 문득 이렇게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온 공직생활이 영화 필름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제야 퍼뜩 정신이 들면서 오래 묵은 수첩과 각종 자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들 속에 공직생활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있었고 손때 묻은 기록들 사이로 지난 기억들이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떠올랐다. 이것을 책으로 남기자! 그렇게 나의 인생을 엮은 한 권의 책이 탄생하게 되었다.
본문 일부
실력으로 증명하다
일선 면에서 새마을 업무를 담당하던 내가 군청 새마을과 새마을계 차석으로 영전하게 되었다. 사실 나도 어떻게 그 자리까지 가게 되었는지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했다. 그저 주어진 업무에 충실했을 뿐, 군청에 가보겠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고 누구에게 부탁을 한 적은 더더욱 없었다. 몇 년 뒤 알게 된 사실은 당시 군청 새마을 과장님이 군수님께 직접 말씀을 드렸다고 한다.
모심마을의 취락 구조개선 사업을 추진하면서 과장님이 현장에 오실 때마다 내가 현장을 지키고 있었고 지시를 내리면 적극적으로 이행하려는 자세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성실함과 업무 능력을 인정해주신 것이다. 온종일 현장을 누비다 보면 각종 보고서나 서류 정리 등 내무 업무에 소홀할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을 완벽하게 처리한 것도 추천의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나는 걱정이 앞섰다. 혹시 과장님이 과대평가 하신 건 아닐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이 크실 텐데. 그럴수록 매사에 스스로 모범을 보이고 더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으로 매일 긴장의 연속이었다.
전보 발령으로 자리를 옮기면 누구나 생소한 업무와 낯선 환경이 어색하기 마련이고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직무 경력의 많고 적음을 떠나 공무원이라면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구나 나는 일선 면에서 군청으로, 그것도 지금까지 지시와 감독을 받았던 직속 상부 기관의 새마을과 주무계 차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해받기 쉬운 영전이었다. 혈연, 지연, 학연은 말할 것도 없이 주위배경이나 영향력 등 특혜요소가 없었는지 동료들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주변 반응에 지나치게 신경쓰다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져 정작 내가 해야할 일을 놓칠 수도 있었다. 의
혹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열심히 일하는 것 밖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단지 실력 하나만 보고 연고도 없는 나를 추천해주신 분께 누(累)가 되지 않도록 주어진 임무에 더욱 성실히,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진실은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게 돼 있다. 만약 시간이 지나서까지 오해가 걷히지 않는다면 그것도 내 능력이 부족한 탓이 아닐까.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며 그저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도 세월이 흐르면서 나를 둘러싼 근거 없는 오해나 억측들도 점차 사라져갔다. 역시 답은 내 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