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마지막 날이다. 시내구경도 했고 Velotaxi도 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건축 및 조경용품을 파는 대형마트 BAUHAUS에 들리기로 했다. BAUHAUS로 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지붕이 날아간 교회가 보인다. Kaiser-Wilhelm-Gedächtnis-Kirche(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다. 이 교회는 황제 빌헬름 1세에 의한 독일통일을 기념하여 1895년에 건립하였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반파되었는데 전쟁의 비참함을 전하기 위하여 붕괴된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옆에 있는 예배당 내부의 푸른 스테인드글라스가 굉장히 아름답다고 한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볼 수밖에 없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은 늘 한정되어있고 볼 것은 늘 많고... 여행의 딜레마다. 이 건물의 별명이 ‘충치’란다. 참 잘 짓는다. 정말 잘 어울리는 별명이다.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한 목적인데 보는 이는 그것을 언어의 유희로 받아 넘겨버린다. 그래도 보는 사람들의 마음속엔 전쟁은 안 된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보기에 썩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파격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그 방법이 마음에 든다.
차 창밖 멀리 Kaiser-Wilhelm-Gedächtnis-Kirche가 보인다.
바로 옆을 지나가며... 충치란 별명이 꽤나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푸른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다운 예배당이 보인다.
교회를 지나 넓은 수경공간이 있는 로터리를 지나는데 대형 삼성광고판이 보인다. 가이드의 설명이 재미있다. 내용인즉...
월드컵 공식후원사 선정 직전에 삼성이 지금 자리의 광고권을 따서 대형 간판을 설치했단다. 그런데 월드컵 공식후원사가 정해지면서 삼성에게 광고판을 내리라고 권고를 했는데 삼성은 월드컵과는 상관없이 정당하게 광고권을 따서 설치를 했는데 그럴 수 없다고 했단다. 그래서 공식후원사들과 월드컵 주최 측 -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둘 중 하나일거다. -에서 소송을 걸겠다고 하니 삼성에서는 그러라고 했단다. 그런데 소송은 월드컵이 다 끝나갈 때까지도 못하고 있단다. 만약 소송을 걸면 삼성의 광고효과만 더 배가 될 것이 명약관화하니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지켜보고만 있다는 얘기였다. 참 웃긴 얘기다.
모든 사람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다.
주변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독일인들은 건물의 파사드에 목숨을 건듯 한 느낌이 든다. 정말 저렇게 정성을 들일 수 있을까 싶다. 참 대단하다. 저렇게 복잡하고 예쁘게 꾸미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겠는가? 그래도 다 다르게 지어 올린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그 밋밋한 벽면들과 똑 같은 모양들이 생각났다. 여기 시내 건물의 10배가 넘는 크기의 건물을 10배가 넘는 속도로 지어 올리는 곳이 대한민국이 아닌가? 정말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변화가 절실하다.
비슷한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다르다.
색깔 모양 등 정말 정성을 들였다. APOTHEKE는 약국이다.
전철역. 어느 역도 똑같이 않다.
파사드가 밋밋한 건물도 있다. 옆의 복잡한 건물과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색의 선정이 돋보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서양인들의 미색(微色)에 대한 감각은 탁월하다. 정말 잘 쓴다.
BAUHAUS에 도착했다. 삼척동자도 아는 BAUHAUS의 이름을 따서 이 특별한 마트에 붙였다. 독일의 대표적 건축자재 마트다. 대부분이 건축자재인데 그 옆에 작지 않은 공간을 할애해 조경용품들 - 조화에서부터 화분 각종 공구, 정원책자 등 - 을 판매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BAUHAUS에서 자재를 하나하나 구입하면 집 한 채 정도는 간단히 지을 수 있단다. 우리 운전수 아가씨(?) - 나보다 3살 많은 처녀 - 도 여기서 자재를 구입해 집을 지었단다.
붉은 색의 간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BAUHAUS의 정원용품 판매장 Stadtgarten
판매장 내부. 조화 판매대.
실내분수를 팔고 있다. 난 이런 건 좀 유치하다고 생각하는데 독일사람들은 좋아하는가 보다. 우리나라에서도 실내조경의 감초다.
각종 식물들도 판다. 수목원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처음 보는 식물은 구입을 했다.
다양한 모양의 화분들이 즐비하다. 양재동에서도 이렇게 다양하게 팔았으면...
화분의 모양이 재밋다. 얼굴이 포개져 있는 것같이 보이기도 한다. 아주 예쁘게 꾸밀 수 있게 만들었다
정원을 가꿀 때 필요한 거의 모든 공구들이 있다. 경기도 용인에 쉐르보네라는 회사가 이런식으로 판매를 하고 있지만 규모면에서 좀 작다. 그리고 대부분 수입이라 비싸다.
Stadtgarten의 내부
병충해 방제를 위한 농약안내서. 정원식물의 대표적인 병충해의 카드 번호를 책의 해당 번호에서 찾으면 병충해와 사용해야 할 농약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내가 유지관리 부서에서 근무할 때 만들었던 병충해 방제지도와 비슷한 체계다.
다양한 외장재를 바깥에 전시해 놓았다. 물론 가격표도 붙어있다.
담을 쌓을 수 있는 블록
다양한 색깔의 보도블록
주차장의 외발 버팀목. 운전자가 잘 인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저녁을 먹은 중국집 長靑酒樓. 맛있었다. 우리가 마신게 고량주였나? 독했다.
푸짐한 저녁상. 오랜만에 제대로 먹었다. 건너편은 한국음식을 너무 좋아하는 기사누나! 삼겹살집에 가면 "당신들 - 한국사람 - 은 왜 이렇게 맛있는 것을 먹냐!"라며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단다. 덩치가 보통이 아니다.
숙소로 돌아와 대충 정리하고 저자거리로 나가기로 했다. 어제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실행에 옮기지 못했지만 오늘은 베를린의 마지막 밤이다. 어찌 야경을 놓치겠는가? 전철역에서 묵주를 들고 열심히 기도하는 아주머니께 차표 사는 법을 물어 간신히 표를 샀다. 근데 타려고 했던 전철은 아쉽게도 떠나버려 대기하고 있는 열차에 올랐다. 대충 깨끗했다. 장애인과 자전거를 위한 자리는 지하철 칸칸이 마련되어 있다. 부럽다. 한 30여분 어둠을 뚫고 달리니 베를린 시내의 불빛이 보인다. 우리는 큰 기대(?)를 하고 갔지만 막상 시내는 한산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독일 아가씨한테 수작을 걸어 제일 번화하고 놀만한 곳을 물어 지도를 보고 찾아갔지만 대부분 문을 닫았다. 결승에 진출한 프랑스 국기를 든 아이들만 경적을 울리며 거리를 활보한다.
전철 안에서. 깨끗하기는 우리나라 전철이 훨씬 낫다. 낙서도 없고...
이리저리 헤매다 독일역사박물관(Deutsche Historisches Museum) 앞을 지나 대형 책 조형물과 곰돌이가 도열해 있는 광장에 이르렀는데 바로 훔볼트대학교였다. 베를린이란 지명의 유래가 곰(Bear)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니 아마도 대학에서 월드컵 행사기간에 이와 관련된 행사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야간 조명이 비치는 동상과 멋있는 건물은 산책을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이지만 우리와 같은 밤 문화는 없었다 - 굳이 찾으려면 찾았겠지만. 베를린 국립가극장이 맞은편으로 보이는 학교 앞 노상 맥주집에서 정말 맥주만 한잔씩하고 호텔로 돌아갔다.
베를린의 밤거리. 멋있다(?). 여기도 조명으로 나무를 괴롭히기는 마찬가지다.
Staatsoper Unter den Linden(베를린 국립 가극장)
Humboldt Universität(훔볼트 대학교). 각양각색의 곰돌이가 도열해 있다.
Deutsche Staatsbibliothek(국립도서관). 훔볼트 대학과 마주하고 있다.
훔볼트 대학과 국립도서관 사이 광장 앞에 서있는 책 조형물. 괴테, 칸트 등 너무도 잘 아는 대 문호들의 이름이 보인다.
코카콜라는 어딜 가나 아주 얄미울 정도로 빠지지 않는다. 참! 대단하다.
국립도서관 옆 노상카페. 여기도 거의 끝나가는 분위기였다.
노란 촛불이 맥주색과 잘 어울린다.
늦은 밤이다. 막차가 떠나는 것 같다. 쓸쓸~한 버스 정류장.
우리도 7인승 폭스바겐 택시를 탄다. 택시비가 10유로가 넘었던 것 같다. 기사아저씨와 이런저런 얘기 끝에 나이를 알아 맞춰보란다. 후하게 50대 후반으로 얘기했더니 72인가 73세라고 한다. 대단히 젊어 보이는 분이었다. 그리고 이슬람에 대한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보수적인(?) 독일인 - 아니 기독교인이라는게 더 맞을 것 같다. - 이었다.
내일은 아름다운 엘베강이 흐르는 Dresden(드레스덴)으로 떠난다. 오늘 밤은 푹 자야하는데... 근데 또 한잔 하자고들 한다. 밤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