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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 그런데 그게 그 얘기가 나와서, 벤츠 얘기가 나와서... 저는 이게 지금 논란이 되는 게 내가 쓴 거하고 얘기가 연결되는 걸 발견했어요. 사실 사실주의 영화가 아닌데 자꾸 사실주의 영화로, 이 영화는 아까 안숭범 선생님이 얘기를 했듯이 만화적이고 희화적이지 사실주의를 상당히 비틀었거든요. 근데 사실주의로 자꾸 보고 있어서 뭔가 모순을 발견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이거는 판타지로 저는 봐야 된다고 보거든요, 코믹 판타지로. 근데 왜 그렇게 착각을 하냐면, 리얼리즘으로 착각을 하냐면, 이게 그 판타지가 약해요. <소림축구> 자꾸 얘기하지만, <소림축구>처럼 정말 판타지가 나와야하는데 여기는 그게 약하기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거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판타지로 보고 싶어요. 그래서 이거는 하나의 알레고리죠. 족구라는 것은 사실 축구에 대항하는, 아까 이수향씨가 얘기한 B급 정서의 족구일 것이고, 족구는 젊은이들이 잃어버린 어떤 것, 자기가 하고자하는 것이거든요. 그게 족구여도 좋고, 뭐도 좋아요. 사실 족구 자체가 리얼리즘은 아니거든요. 리얼리즘의 대상이 아니에요, 전혀. 왜냐하면 족구만 하는 인간이라는 사실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요. 만화적인 인간이거든요. 만화 <이나중 탁구부>라고 혹시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뭐 그런 거죠. 그래서 저는 이게 어떤 알레고리로 봤냐면, 제가 자꾸 해석을 하고 있는 이유기기도 한데, 이 영화는 굉장히. 다시 좀 총론적으로 얘기할 때 얘기를 해야 되지만 미리 얘길 하면 저는 사실 이 영화를 예술영화로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해석은 우리 사회의 모든 것으로 해석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대중오락영환데, 저예산 B급 오락영화로 저는 규정을 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세련된 상업오락영화도 아니고요. 단지 제가 주목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굉장히 많은 흥행을 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상당히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이 영화를 봐야한다 라는 것인데요. 저는 이 영화가 많은 사회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알레고리적으로 금기의 사상. 예를 들어 저는 족구를 어떻게 봤냐하면 족구 싫어하는 여자가 있죠. 그 공무원 시험 준비하라던 선배의 전 애인(고운)인데, 그들이 왜 그렇게 됐는가에 대한 과거가 밝혀지고 나서 족구를 버리고 공무원 시험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그들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 서사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금지의 서사거든요. 말하자면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도서관, 아리스토텔레스의 잃어버린 저서 『웃음론』, 그 외에도 인간을 신으로부터 멀리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갖게 만드는 모든 책들, 이런 것에 대해서 금기했던, 인간을 자유롭게 한 나머지 신을 모독하고 신을 모시는 사제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책들, 그것이 중세에는 금서였죠. 그래서 현재 한국 대학에서 족구를 한다는 것이 젊은이들을 ‘물질주의의 안정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체제에 균열을 가하고, 마침내 무너지게 할 수도 있다’라는 불온한 사상을 심어주는 놀이의 상징이거든요. 취직공부를 하지 않고 학생들이 자유분방한 놀이에 심취할 때, 기성세대의 권위에 도전하게 되고 그들의 부조리를 탄핵하고, 마침내 체제를 전복할 수도 있는 대단히 위험한 사상이다. 그래서 여기서 이 주인공의 행위를 통해서 자율성과 자존감의 회복 이런 것들을 보여 주죠. 총장이 학생과의 대화에서 대학생을 꾸짖습니다. ‘불평만 하는 학생들이 문제다’라는 얘기를 하는데, 이 말은 실제 기성세대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데요, 이 말은 실제 과거 박정희가 대학생들을 꾸짖었던 내용하고 똑같아요. ‘여러분이 이렇게 불평만 하기 때문에 지금 이 나라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했거든요. 그 내용하고 아주 똑같은 말을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사상이 굉장히 한국이 오랫동안 인간의 자율과 자존심을 가르치는 대신에 복종과 권위, 규율, 도덕을 가르쳤던 그런 영향이라고 봅니다. 이게 유교적인 질서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이런, 사실은 우리의 한국사에서 내려오는 갈등,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는 모순구조라고 볼 수가 있는데, 이런 것들을 읽을 수 있어요. 이 영화가 비록 오락영화긴 하지만요.
마지막으로 계층 갈등에 관한, 아까 말한 벤츠 얘기가 나왔는데, 저도 그 부분에 대해 주목을 했습니다. 분명히 계층 갈등에 대한 문제가 나옵니다. 그런데 그것을 이 영화가 초월한다고 저는 봤어요. 주인공이 돈 많은 축구선수, 이름을 잊어버렸습니다만, 그 학생이 여자를 사실상 빼앗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와 대결을 하는 내용이거든요, 이 얘기가. 그래서 주인공은 상당히 서민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서민의 어떤 대표성을 가져요. 그래서 이 둘 사이에는 계층 간의 갈등을 읽게 해요, 분명히. 좋은 차를 가진 부자학생이 예쁜 여자를 얻을 거라는 그런 사회적 통념에 대해서 주인공이 도전을 하는, 그런 식의 갈등구조로 읽게 합니다. 그래서 여자는, 마치 그래서 두 남자 사이의 전리품처럼 그려져 있고. 그런데 그 마지막에 감독은 이 여자가 선택을 하게 하죠. 그런 부분도 기존의 가치관과 조금 달라요. 주인공은 상당히 못생겼죠, 뚱뚱하고. 그런데 예쁜 여학생을 만난단 말이죠, 모델을 했던. 그런데 그 가게 사장님이 과거에 미인이었어요. 그런데 분명히 평범한 남자와 결혼을 했죠. 그래서 그 주인공의 아르바이트 사장님. 그 에피소드에서 보면, 마치 예쁜 여학생을 취할 수도 있겠구나, 그러니까 꼭 예쁘다고 해서 돈 많고 멋있는 남자하고 꼭 결혼하는 것은 아니다, 뭐 이런 것으로 해서 마치 그것이 어떤 과거의 복선인 것처럼, 그래서 관객으로 하여금 ‘이 예쁜 여자가 주인공과 결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하게 하죠. 그런데 그 여자는 주인공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감독이 바로 상류층과 소비계층을 악으로 규정하지 않는 그런 견해를 보여주면서 긍정하게 만든다고 봐요. 그럼으로써 이 영화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계층 갈등의 의미를 좀 초월하는 의식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벤츠를 타고 갈 수도 있다. 저는 사실 그렇게 봤거든요? 그래서 이제 총체적으로 보자면 저는, 이런 모든 것들이 현실에 대한 해석이죠,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그래서 영화가 굉장히 강하진 않아도 많은 관객에게 어필했다는 그 점, 그 오락성 때문에 그런 것이죠. 예술성이 본래 이 영화가 추구하는 그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실에 대한 해석은 할 수 있지만, 이 영화가 추구하는 것은 분명히 오락영화이구요.
그런 점에서 사실은 굉장히 표피적이죠,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보면 대표적으로, 예를 들면 심리묘사라는 것들이 굉장히 약하잖아요. 다 알레고리, 희화화 되어 있기 때문에 사적인 고통은 사실 설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굉장히 거시담론적인 그런 영화예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어떻다’라는 것을 읽을 수는 있지만, 저는 이런 점에서 이게 오락영화이지 저예산 예술영화로 평가하기 힘들다고 봐요. 예를 들면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같은 영화, 이 사회를 밀도 있게 그린 초현실주의적인 상상력, 현실비판 의식이라든지, 또는 올해 나온 영화 중에서만 꼽아도 <그녀가 부른다>같은 영화, 아주 내면적인 고통 같은 걸 정말 섬세하게 잘 그린 영화거든요. 또 우리가 아까도 거론했던, 획일화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정말 아주 디테일한 심리로 잘 그려낸 <10분>이라든가, 이런 영화에 비하면 상당히 이건 없죠. 또 윤리의식의 어떤 부재와 폭력에 대한 문제를 집은 <한공주>라든지, 굉장히 퀴어적 소재지만 우리 사회의 금기를 건드리는이는 그런 영화들, <야간 비행>이라든지. 그런 영화의 심리묘사에 비하면 아주 밀도가 떨어져요.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영화가 올해 나온 영화에서 이렇게 주목을 받을 만 한 점은 무엇인가?’라는 점에 주목을 해요. 하나의 현상이죠. 저에게는 미스테리입니다. 두 작품이 있는데 하나가 <명랑>이고 하나가 <족구왕>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 미스테리가 어느 정도 풀렸습니다. <명랑>도 풀렸고, <족구왕>도. 요즘 주인공이 나타내는, 그 홍만섭이라는 주인공이 그려져 있는 윤리의식, 아까 말한 계층 의식을 초월하는, 굉장히 쿨하죠. 어찌 보면 지금 시대 젊은이들의 초상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쿨해요. 그것을 비판을 하던 뭘 하든, 일단 그것이 저는 상당히 공감대를 갔고 있는 그런 초상이 아닐까란 생각을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굉장히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특히 젊은 관객들이 보고 좋아하지 않았나 생각을 해요. 이 영화 자체는 저는 개인적으로 크게 평가하지는 않지만, 그런 현상, <명랑>을 우리가 무시할 수 없듯이,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나름대로의 미덕이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구요. 단순한 오락영화는 아닌 것 같고요. 분명히 그 젊은이들의 의식이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고, 오히려 그 다음 작품이 더 많이 기대가 됩니다. 어쨌든 화제가 된 작품인 만큼 나름대로의 무시할 수 없는 현상이 있었는 생각이 듭니다.
윤성은: 그런데 전 궁금한 게, 저희도 다 30대 후반 이상이잖아요, 그래서 지금의 그 (웃음) 미안, 30대 중반도 있군요. 어, 지금 대학생들은 또 다를 것 같거든요? 우리 때는 IMF를 관통했었고, 족구하는 복학생들에 대한 진짜 이미지가 하나 있잖아요. 하나의 캐릭터잖아요, 이게. 제 남편도 이 영화를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저한테 팩차기에 대해서, 이거는 두말할 필요 없이 모든 사람이 밥 먹으면 그냥 이걸 하는 걸로 알고 있는, 그것에 대해서 설명을 하더라구요. 그런 걸 다 저도 알고 있거든요, 저는 여대를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근데 지금 20대는 사실, 제가 가르치는 지금 20살의 대학생들은 정말 무슨 일에도 열정이 없어요. 맨날 제가 혼내는데, 뭐 학점, 무조건 시험, 시험문제 뭐가 나오나, 이것만 관심 있는 것 같고, 뭔가 좀 우리 때랑은 많이 다르다라는 생각이 드는 데, 정말 취업 준비하는 하나의 입시학원처럼 대학이 되어버린 그런 상황인 것 같아서 지금의 대학생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평가 하는지 되게 궁금해요, 혹시 아시는 분 있나요?
성진수: 수업시간에 한 번 보여주세요. (웃음)
안숭범: 내 인생의 영화라고, 중간고사 레포트를 낸 적이 있어요.
정재형: 이거 좋아할 것 같은데, 학생들이?
안숭범: 근데 <족구왕>을 쓴 학생이 여러 명이 있어. 깜짝 놀랐어요.
이수향: 최근의 유행 아니겠어요?
안숭범: 그러니까요.
성진수: 지금의 학생한테는 또 다른 방식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재 대학생들은 정말 취업에만 신경 쓰는데, 아무도, 학교에서도 그렇고, 본인도 그렇고, 너 하고 싶은 대로 살아봐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데, 이 영화가 그렇게 말을 해주니까요.
윤성은: 힐링이 될까요?
성진수: 그렇죠. 새롭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저희 땐 그런 거 되게 유행했었잖아요. 책, ‘20대에 해야 할 뭐.’, ‘30대에 해야 할...’. 뭐 그런 책들이 사실은 다 이런, <족구왕>하고 비슷한 내용들을 얘길 해주는 책들이었는데, 그런 것들처럼 다가오지 않았을까요? 그런 지레짐작을 그렇게 해 보구요. 저는 아까 선생님께서 벤츠하고 얘기를 하셨는데, 제가 아까 벤츠에 대해서 빼먹고 얘기를 안 한 것이 문득 생각이 나서 덧붙이고 싶어요. 이 영화가 확실하게 ‘남성의 시선이다’라는 걸 알 수 있었던 게, 이 영화에서 미인하고 벤츠는 동일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마지막에,
정재형: 미인 대신 벤츠가 있지.
성진수: 예 맞아요.
안숭범: 서사적 위로죠.
성진수: 이 미인이 계속 만섭에게 마음이 거의 가 있다가, 그 고백할 때도 거의 받아들일 듯하다가...
정재형: 거의 되는 줄 알았지.
성진수: 결정적일 때, 그 미인이 ‘나는 쟤, 축구선수를 응원할거야’라고 얘기를 하잖아요. 그리고 만섭이 원래 가져야 하는데, 첫 번째 경기에서 이미 가져야 하는데 못 가졌던 벤츠를 갖게 되구요. 그걸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죠. ‘그래, 남자한테는 여자나 차나 똑같구나. 그리고 남자가 성공을 하거나, 성공을 하려는 목적은 사실은 미인과 차를 얻기 위한 것이구나.’ 영화에서 그런 시선이 처음에도 보이거든요. ‘나는 사회 나가서 연애를 할 겁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여자들이 안 나오라고 해도 나오겠지.’ 이런 말장난 유머를 하고 있구요. 이런 것들이 곳곳에 있어서, 남성 시선의 영화임이 확실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수향: 저도 이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안나라는 여자가 보여주는 모습, 행동은 약간 되바라졌는데 얼굴은 전형적인 강남 미녀 같은 얼굴을 가진, 그런 안나가 하는 대사들이 뭐랄까, 굉장히 현실적인 게 많은데, 특히 족구에 대한 그녀의 시선이 이 영화 중에 제일 일반 대학생들의 생각과 비슷하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윤성은: 족구에 대한 시각... 그... 아... 겨드랑이 땀 냄새...
이수향: 진짜 싫어하거든요. 족구, 팩차기, 아우...... 늙은 복학생들 막ㅡ. 저희 대학생 때도 그랬어요.
윤성은: 서울대학, 거기는 또 장난 아니잖아.
이수향: 왜냐면, 저는 대학원 다니면서 거길 다녔지만, 그 도서관 앞에 플랜카드로 걸려있어요. ‘이곳에서 팩차기를 하시는 분들은 많은 이들의 면학에 저해가 되니, 절대 하지 마십시오.’ 근데 또 그 옆에서 꼭 하는 무리가 있어요. 근데 전 진짜 깜짝 놀랐는데, 꼭 서울우유를 가지고 하더라고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윤성은: 커피우유. 서울우유에 커피우유가 맛있잖아요.
이수향: 왜 그런데, 커피우유가지고 왜 하는 거죠?
양경미: 그 때 200ml짜리 우유가 그 서울우유에서 나오는 것만 있지 않았나요? 다른 우유는 없었고.
안숭범: 왜냐하면, 금방 더러워지잖아요. 초코우유나 커피우유로 차야 해요. (일동 웃음)
이수향: 아... 색이 좀 안 보이는 거군요?
양경미: 아니, 우유는, 서울우유가 그 팩이 서울우유에서 나왔으니까 그때부터 한 거 아닌가요?
이수향: 아... 옛날부터해서 그런 거예요?
안숭범: 역사와 전통이 있으니까. 아니, 매일우유는 이렇게 접어가지고 네모나게 만드는 게 아니라 팩 모양이 그냥 네모나게 생겼거든요.
윤성은: 대충 알 것 같은데.
안숭범: 그래서 (매일우유는) 팩을 만들 수가 없어.
양경미: 서울우유가 배급, 뭐라 그러지 배식? 아... 급식!
안숭범: (웃음) 역사와 전통이 있으니까...
이수향: 아... 그러네. 역사와 전통이 있네. 초등학교 때 다 서울우유 먹었잖아요. 흰 우유만 줬잖아요. 근데 그 대사가 너무 리얼해서 깜짝 놀랐어요, 진짜 너무...
정재형: 이건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잠깐만, 근데 그... 사실 족구가, 족구라는 게, 저는 사실, 족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근데 족구가 이게 그 복학생들의 전유물이잖아요, 사사실? 재학생은 할 수가 없고?
민병선: 재학생도 복학생들로부터 배워서 하긴 하는데, 군대에 가야 이제 제대로...
정재형: 군대에서 배워가지고 온 거거든요. 그래서 뭐 군화신고 마지막에 하는 것도, 그것은 사실 여자 관객들은 잘 그 코드를 이해를 못하죠.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남성 중심적인 영화죠, 사실 이 영화가. 사실은 비판 받아 마땅한 영화예요, 그런 측면에서는.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남성 중심적인 영화예요. 단지 이제, 제가 봤을 때, 계층갈등 이런 문제도 상당히 나름대로 다르게 해석을 한 점에서 여자가 사랑을 선택하는 그런 부분을 빼고는 굉장히 남성적인 시각에서 그려져 있기 때문에, 족구라는 소재 자체를 택한 것 자체가 굉장히 남성적인 시각이죠. 그런데 한편으로 또, 그런 측면에서 비판을 받으면서도 또 양가성이 있어요. 뭐냐면 참 불쌍한 남성들의 모습을 또 보게 해요. 그러니까 여자들이 참 꼴 보기 싫은 족구하는 모습이, 여자들이 봤을 때는, 하지만 남자들이 뭔가 족구라도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굉장히 우리에 갇힌 짐승들처럼 족구를 하는 거거든요, 그것도 그 팩으로. 그러니까 완전 B급, C급 정서에다가 자기 스스로가 완전히 C급 정서로 스스로 가둬지면서 거기서 막 춤을 추는 거예요. 무슨 XX춤을 추는 거예요. 참 불쌍하고 한심한 모습인거죠, 그런 자화상이죠. 한국의 대학생들. 복학생 문화. 남자들의 이 문화를 보여주는. 그러니까 여자들이 이해를 못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일방적인, 가부장적인 그런 비판을 받아야 되는 남성 문화의 모습이면서도, 그들이 스스로 자랑한다기보다는, 스스로 말하자면은 아주 폐쇄적인, 아주 답답한 그런 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참 안 된거죠. 굉장히 안 된 모습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것 자체가. ‘오죽하면 저러고 있을까’라고 비난을 받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달리 뭘, 캠퍼스 안에서 흔히 우리가 전통적으로 농구를 한다든지 그야말로 축구를 한다든지 해도 되는데. 겨우 그 유지를 하는 거죠. 그게 어떤 유지냐? 그게 감옥같이 아무런 자유가 없어서, 오로지 거기서 유지랍시고 완전히 C급으로, 제대로 된 공도 없고, 제대로 된 뭐가 없기 때문에 그냥 간단하게 워커 신고, 거기서(군대에서) 운동이랍시고 유희랍시고 하는 어떤 그것을 (대학에서)그대로 다시 흉내 낼 수밖에 없는 것. 사실 그걸 떨쳐내야 함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길들여진 나머지 그걸 하면서 희희덕 거리고, 이런 것으로 자기 스트레스를 푸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걸 모르죠, 지금 이러한 비판 의식을 스스로는 몰라요. 전부 함몰되어있기 때문에. 그런데 알고 보면 되게 불쌍한 남자들의 자화상이예요, 그게. 20대, 30대의 그런 거기에 갇혀있다 라는 것. 사실 그런 의미에서 감독도 그걸 아이콘으로 잡았는지도 모르죠. 족구라는 것이 갖고 있는 상징성. 남자들 입장에서. 그러니까 여자들은 사실 거기에서 굉장히 그런 공감대가 많이 끊어질 거예요. 그건 사실일 거예요. 군대라는 것도 갔다 오지 않았고, 군대에 갔다 와서 왜 족구를 하는가, 그 심리적인 배경이 이해 안 되니까. 이제 그런 부분도 굉장히 남성 중심적인 건데, 좀 양가성이 있다고 봅니다.
민병선: 그러니까 영화적 미덕은 아마 그런 것 같아요. ‘봐라, 누가 더 정상이냐.’ 그거를 한 번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러니까 이렇게 족구를 하는 것과 취업공부를 하고, 스펙을 쌓고, 이런 것 중에서. ‘정상이 도대체 뭐냐.’ ‘정상적인 사람이 누구냐.’ 처음에는 족구하는 애들이 좀 이상해 보였지만 결국은 여차여차해서 그쪽이 더, 자기가 하고 싶어 하든 뭐 하든 그런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방식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이 영화가 갖는 어떤 미덕이 있다고 봐요. 그런데 제가 봤을 때 그것이 개발 과정에서 좀 변질되는 부분들이 생겼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아까 윤성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병태와 영자>나 <바보들의 행진> 때, 저도 잘 기억은 안 나지만, 한진희라는 캐릭터가 이런 고급이었고, 거기에 가난한 한 남자가 여자를 두고 막 시합을 하는.
정재형: 똑같죠, 사실.
민병선: 네, 이게 똑같은 얘기거든요. 그러니까 감독이 고민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더 우리는 판타지적으로 가든, 더 나아가보자. 근데 판타지로 가면서 지금의 이런 논란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왜냐면 판타지로 가니까 갑자기 족구를 하는 이 주인공이 히어로의 위치에 올라가는 것 같아요. 히어로에서 더 나아가 메시아 같은 느낌도 나거든요. 이렇게 구원자처럼 와서 아까 말한 디테일한 갈등 이런 게 필요가 없어진 느낌이 들어요. <매트릭스>에서도 마지막에 이 친구가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다음 영화에서는 메시아로 그릴 수밖에 없는 것처럼, 이 친구는 족구를 하면서 날아야만 되는 거죠. 족구는 그 자체로 더 이상 더 깊게 들어갈 게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날아다녀야 되는 건데, 문제가 뭐냐면, 자기가 목표로 했던 여자를 뺏겨야 된다는 지점에서 이 히어로가 보상을 뭘로든 받아야 되니까 벤츠라도 갖고 가는 것으로,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거죠. 문제는 오락성을 끝까지 밀어붙이면서, 현실적인 문제와 처음에 제시했던 주제들이 판타지적인 문제가 되면서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윤성은: 저도 그 벤츠가 큰 의미라기보다는 말씀하신 것처럼 어쨌든 여자 친구는 잃었지만 교환하는 의미에서, 얘한테는 솔직히 벤츠보다 여자 친구가 훨씬 더 중요한 존재였지만, 그리고 미래로 가야되기 때문에 뭐 탈 것을 타고 (웃음)... <백 투 더 퓨처>와, 그 차종은 아닌 것 같긴 한데요, 어쨌든 <백 투 더 퓨처>에서도 차를 타고 가잖아요. 그런 것처럼 미래를 가기 위한 하나의 탈 것으로 사용됐다라고 생각하고, 이 영화의 모든 것에 너무 진지한 의미를 부여하는 게 오히려 좀 과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재형: 나는 어쨌든 그거를 보고, 앞으로 기대를 많이 하게 한다. 이 작품은 좀 약하지만. 좀 약해요. 그래서 나는 좀 미스터리. <명랑>이 왜 이렇게 많이 들었을까? <족구왕>이 왜 이렇게 많이 들었을까? 미스터리였는데, 그런데 저는 그래도 이게 젊은이들,. <명랑>과는 달리 <명랑>도 많은 시민들이 애국심으로 봐준 부분이 있듯이, 이 영화도 내가 자세히는 분석은 못해봤지만, 어쨌든 젊은 사람들이 많이 봤을 거 아닙니까, 기성세대보다는? 이게 얼마 들었나요?
민병선: 4만에서 5만까지로...
정재형: 그러니까 지금도 계속 하고 있으니까. 폭발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좋아한 그 것에 대해서 나는 굉장히 큰 기대를 하는 거거든요, 나름대로. 그래서 영화적 완성도는 아쉬움이 많아요, 저는. 그런데 그래도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런 영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지, 나는 좀 그런 게 궁금합니다.
윤성은: 그 <숫호구>라는 영화 보신 적 있어요?
정재형: 봤어요, 저는 봤어요. <숫호구>보다는 이게 좀 더 나아요.
윤성은: 어떠셨어요, 이 영화와? 비슷한 부류의 영화라......
정재형: 그런데 <숫호구>는 훨씬 개인의 성찰 같은 것들이, 아픔 같은 것들이 많이 들어가 있구요. 전체 영화 완성도는 이게 훨씬 더 재밌고요. <숫호구>는 훨씬 그 연애하지 못하는 개인의 아픔 같은 것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고, 여기서는 개인의 아픔이라는 것 자체가 상당히 적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숫호구>가 좋은 장점을 갖고 있죠. 그건 판타지가 더 강하죠. 그것이 장점이었는데 여기서는 판타지를 줄이다 보니까 굉장히 사실성이 있는 것처럼 되면서, 엄밀히 말하면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굉장히 좋은 미덕이 그 만화적인 상상력인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캐릭터들이 모두, 다시마만 먹는 남자애, 뚱뚱한 팩을 갖다가 항상 찌그러트리는 그 육식녀, 그 다음에 주인공, 처음에 묘사할 때도 족구하면은 계속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면서 족구를 방해하던 그 여자 등등, 이렇게 하나의 단면을 만들어 성격화시켜가지고 그 자체가 정말 만화, 만화에 보면 생김새로 표현하듯이, 성격과 형상을 갖다가 묘사한 만화적 수법을 그대로 갖고 가면 어땠을까. 과거 이명세 감독이 그런 걸 참 잘했는데. 어찌 보면 이것이 오히려, 결정적인 약점은, 그 리얼리티가 너무나 단순하다. 너무 평범한 구호 같다. 너무 단순한 이분법 속에서 젊은이들의 세계를 너무 단순화시켰다. 그 부분이 조금 더 심도가 있었으면 좀 좋지 않았을까 싶죠. 어쨌든 이 영화도 그런 만화적인 설정은 더 좋게 봤고, 나름대로 그러면서도 젊은이들이 이 영화를 지금 좋아한다면, 그런 부분을 갖다가 너무 무시할 수 없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저는 기대를 하는데, 뭐 어떻게 보시는지 모르겠어요, 다른 분들은.
안숭범: 저는 이 감독이 조금 더 다듬어지면, 야구치 시노부 감독처럼 <워터 보이즈>나 <스윙 걸즈>, <해피 플라이트>, <로봇 G> 만든 감독인데, 그런 영화 쪽으로 가진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사실 지금 이 영화는 야구치 시노부의 영화와 비교했을 때는 설정과 판타지만 좀 닮았어요. 물론 이 영화 안에서도, 그 뭐라고 해야 되나, 루저들에 대한 옹호가 있잖아요. 시류를 따라가지 않고, 어떻게 보면 덕후들에 대한 옹호가 이 영화에는 있는데, 이 다음영화도 거기까지만 가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지금 현재 한국에서는 이런 영화가 신선하기는 한데, 이 다음 편도 그렇게 나오면 그 한계가 완전히 지워지지 않을까. 그래서 더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어디로 나가야 될 지는 감독이 고민해야 될 것 같아요.
윤성은: 근데 본인이 주성치를 제일 좋아한다고 하는데,, 아마 저는 그렇게 갈 것 같아요. 지금 첫 번째 영화이기 때문에 좀,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주성치보다 훨씬 승화시켜서 갔지만, 점점 예를 들면, 지저분한 것, 침 뱉어가지고 한 번 밟은 다음에 신발 한 번 닦고 머리 한 번 만지는 그런 게 앞으로 좀 더 과감하게 (웃음)...
정재형: 그 선배가 꼭 주성치 같애.
성진수: 근데 류승완 감독이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가 거의 그 정도까지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그런 영화들을 받아들일지. 주성치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람은 많은데, 실제로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가 그렇게 더러운 주성치식 코미디를 하거든요. 근데 완전히 망했잖아요..
안숭범: 그런데 류승완이 그걸 하니까 망한 것 같아요.
성진수: 그랬을까요?
안숭범: 무명의 신인감독이 이걸 저예산으로 이렇게 하니까.
성진수: 근데 신인은 한번 이잖아요. 계속 영화를 만들어야 되는데, 그런 영화를 만들면 과연 우리나라에서 관객이 얼마나 소화할까라는 점도 생각해야 할 거 같아요. 그리고 전혀 다른 측면에서 저는 우리나라의 신인 감독들이 현실참여와 사회적 발언을 하는 데 대한 압박이나 강박관념을 좀 버렸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이수향: 제가 그거 싫다고 그랬죠? 자기가 감당할 수 없으면 그냥 재미만 추구하면 딱 좋겠는데, 깔끔한데, 어정쩡하게 넣으니까 애매해지는 것 같아요.
성진수: 오히려 현실 참여적인, 직접적인 발언을 하기 보다는 자기가 잘 만드는 장르 안에서 그 캐릭터를 깊이 파다보면 어쩔 수 없이 영화 안에 한국사회에 대한 발언이 생기지 않을까요? 캐릭터를 한국인으로 만들면 녹아들 수밖에 없는 그런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냥 하나의 덧붙임으로, 옳은 말을, 경구를 내뱉는 듯이 영화에서 발언을 하려고 하는 강박은 좀 약화시키면 좋겠어요.
정재형: 이게 은하계로 퍼져나가는 것 같아서 좀 그렇지만 갑자기 생각이 떠올랐는데, 아까 우디 앨런 얘기 좀 했었잖아요, 쉬는 시간에? 그런데 우디 앨런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어떤 사람도 우디 앨런 영화를 정치적이라고 얘기하지 않잖아요. 정치적인 메시지를 주지 않는 감독이라는 얘기를 하잖아요. 그런데 난 사실은, 굳이 명명하자면, 간접적인 그런 미시정치에 대한 교훈 혹은 주제를 주는 감독라고 봐요. 어찌 보면 모든 몸의 관계라든지, 정신적인 관계라든지 이런 것들이 다 권력관계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측면에서 다 미시정치가 있는 것이지, 꼭 큰 정치, 현실 정치만을 정치라고 얘기하지 않아야 되는데, 그런 점에서 우디 앨런이 가장 잘, 역설적으로 정치적으로이라고도 해석될 수 있는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이라고 봅니다. 난 지난번에, 가장 최근 영화인 <매직 인 더 문라이트>, 그런 영화는 참 수작이라고 보거든요. 사실은 나는 그런 영화가 우리 역사 속에서 내려오는 어떤 갈등에 대한 문제, 이런 것들을 잘 그리고 있는 굉장히 깊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예술영화죠, 정말로.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내면의 감춰진 어떤 것들을 아주 깊이 있게 묘사한단 말이죠, 우디 앨런이. 무슨 여행기 같은 영화에서도, 로마를 가고, 파리를 가고, 이런 참 뭐 단순하기 그지없는 영화, 뻔 한 줄거리의 영화 같아도 남녀의 갈등이라든지, 그 허영기 있는 사람과 지식인과 무식하다고 얘기하는 사람과의 갈등 이런 것을 통해서 웃음을 자아내고, 그러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지식관계, 권력관계, 모든 관계를 다 인간관계 속에서 묘사를 해 내잖아요. 나는 그런 것이 아까 수향 씨가 얘기했거나 진수 씨가 얘기한 표면적으로 정치얘기, 현실얘기, 이런 것 좀 모르면 좀 안했으면 좋겠다(일동 웃음)라는 것의 그 정반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면서도, ‘아, 우리가 너스레 떨면 안 되겠구나. 누가 누굴 억압해서는 안 되겠구나’, 이런 식으로 정말 참 정치, 도덕에 대해서 배우는 계기를 주는 것 같아요. 난 우디 앨런 영화가 그런 의미에서 정 반대, 우리 한국 감독들과 반대로, 그 분은 소위 자기 우주 작은 자기의 세계가 있죠. 똑같은 제작자에 똑같은 촬영 감독들과 거의 같은 류의, 한동안은 거의 몇 십년간 뉴욕 얘기만 했죠, 그 똑같은 바운더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얼마나 다양하게 영화를 잘 만들고, 재미있게 만드는 지, 재밌으면서도 굉장히 예술적이고, 가장 이상적인, 그러면서 가장 천박한 것 같으면서도 가장 고급스럽고, 가장 탈정치적인 얘기 같은데도, 그잖아요, 다 사랑얘기고 다 일상적인 얘긴데, 알고 보면 굉장히 거시적인 정치의식을 깨운다 말이죠, 끊임없이. 그래서 나는 우리 한국 감독들이 그게 배워야 하는 영화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웃음) 얘기가 퍼졌어요.
박태식: 박태식입니다. 아, 우선 늦어서 죄송하고요. 회의가 있는데, 그게 좀 길어져서... 지금 <족구왕> 맞죠?
일동: 예. (웃음)
박태식: 아까 주성치 얘기를 해서, 아니 그 공 박히는 거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그 이 영화를 보면서 이게 아주 뭐 굉장히 세련된 영화라든가, 아주 출중한 영화라는 느낌은 당연히 없었을 거예요, 누구든지. ‘아, 이거 진짜 걸작이다.’ 이건 아니죠. 그렇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의, 극장에 들어갈 때 내가 기대하는 정도의 수준이 있는데, 그게 고 기대하는 수준에 맞춰 주면은 나는 만족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영화는 괜찮다고 봤어요. 특별히 중간쯤에 물어봐요, 주인공 홍만섭한테 물어봐요. ‘왜 너는 족구에 그렇게 목숨을 거느냐?’ 근데 하는 말이 ‘재밌잖아요.’ 난 그 말 아주 좋았어요. 거기 특별히 아까 정치적이라는 맥락이 어떤 것에 대해 말한 건지는 모르지만 이 대학도 정치예요. 대학도 장난 아닌 정치거든요? 대학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 온갖 술수와 배신과 이런 것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대학에서 요즘 학생들이 취직 같은 것에 완전히 매몰되어서 다 놓치고 있잖아요. 그런데 얘는 어떻게 해서든지 제대로 좀 한번 살아보려고 그 재미를. 족구라는 것은 뭐 족구 자체겠어요? 상징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있겠지. 족구로 대변되는 뭔가가 있잖아요, 그죠? 젊은 시절에 재기발랄하게 뭔가를 추구해야 하는 아주 적절한 시기에 사람을 반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대학의 풍조, 대학의 풍토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이냐? 재미 아니냐? 그런 얘기를 한 게 나는 이 영화에서 좀 좋았고, 그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인간관계라든가, 세팅이라든가, 이런 등등은 다 여러 영화에서 봤던 것들 이예요. 새로운 게 아니라, 여기서 본 것 같고 저기서 본 것 같고, 주성치도 본 것 같고, 그리고 사랑을 하는데 결국은 잘 안되고, 뭐 이런 것들. 그리고 얘는 마지막에 갑자기 해안을 벤츠를 타고 달리는, 어디서 많이 익숙한 내용들이더라고요. 문제는 뭐냐, 문제는, 그런 얘기가 좀 됐을지 모르겠지만, 감독이 거기까지라는 거예요. 그 이상을 볼만한 내공이 아직은 안 쌓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아주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고, 재치 넘치는 말들을 하고, 그리고 상황을 요리 묶고, 저리 묶고, 아주 좋은 영화들에서 비슷하게 우겨넣어서 만들기는 했는데, 감독 내면의 진정성, 진실한 뭔가는 잘 발견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나는 재미는 있었어요. 그죠? 재미없다고는 못하겠어요. 최근에 본 영화들 중에서는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과연 어떻게 이것을 감독이...... 감독이 이런 게 있어야 되잖아요. ‘야, 니들 이거 모르지? 내가 요거 하나 딱 얘기 해줄 수 있어’하는 그 포인트가 잘 안 잡혀서 좀 아쉬웠어요. 근데 우디 앨런 쪽으로 가려면 무지하게 노력을 해야 될 겁니다.
(일동 웃음)
박태식: 이 사람이 우디 앨런이 되려면, 아주 능청스러운 풍자, 너스레를 떠는 데 뭔가가 있고, 이거는 진짜로 굉장한 거죠. 그래서 저는 어쨌든 이 영화는 좋게 봤지만 좀 아쉬웠어요. 그리고 그 사랑고백 장면 같은 건 괜찮았어요, 그 영어로 사랑고백 하는 거는 뭔가 조금 해보려고 했고. 그리고 그 황승언이라는 여배우가 무슨 괴기영화 이런데 나오지 않았나요?
성진수: 제가 필모를 찾아봤더니, 공포 영화에 주연을 하나 했더라구요. 제목이 생각이 안 나네요. 두 글잔데? 아. <네비>요.
안숭범: 주연을 했어요?
정재형: 공포영화에 어울리는 분위기가 있기도 해요.
박태식: <요가학원> 에서 나왔던 거 같은데.
성진수: 아, <요가학원>에도 출연했네요.
박태식: 그렇죠. 내가 <요가학원>에서 본 기억이 나요. 공포영화에서의 모습이 이렇게 변신을 한 거죠, 말하자면은. 근데 오싹한 기운은 여전히 좀 있더라구요.
안숭범: 앙칼지게 연기 하잖아요.
정재형: 근데 이 영화가 어느 정도는 재미가 있지 않나요? 그러니까 얼마나 재미없는 영화가 많다는 얘기예요. 다시 한 번 느끼는 거지만, 정말 너무 재미없는 영화가 많이 나와.
민병선: 이렇게 힘 빼고 재미있게 놀라고 얘기하는 영화가 많지 않죠.
정재형: 자, 이쯤에서 이제 마무리해야겠죠?
민병선: 예, 오늘 <족구왕>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