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서부3>
남부의 대도시 휴스턴(Houston)과 팔로듀로 캐년
휴스턴은 1823년 멕시코의‘산타 안나(Santa Anna)’장군의 침공으로 크게 파괴되었다가 재건된 도시로 당시 멕시코와 맞서 싸웠던 미국의 샘 휴스턴(Sam Houston) 장군의 이름에서 도시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인구 200만, 근처와 합친 대도시권은 450만 이상으로 남부 최대의 도시라고 하는데 남쪽 멕시코 만 근처 35km 지점에 유명한 미우주항공국(NASA/Space Center)이 있다.
또 석유화학, 쌀과 목화 생산지, 목축산업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예술, 스포츠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다운타운은 엄청난 고층건물이 즐비하며 초기 정착민들의 생활모습을 보여주는 공원(Heritage Park)도 다운타운에 잘 보존하고 있어 역사교육과 시민의 휴식처로 활용되고 있었다.
내가 갔던 날은 마침 일요일이어서 미우주항공국으로 가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나사 관광을 포기하고 그냥 다운타운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미국 남부는 대부분 침례교회(Baptist Church)가 차지하고 있는데 오후 3시쯤 다운타운을 걷다가 웅장한 성당이 보이기에 들어갔더니 마침 미사를 하고 있어서 참례하였다.
휴스턴 도심 일각 / 휴스턴 거리의 거지영감 / 고층빌딩으로 채워진 다운타운
미사를 드리면서 보니 신부님과 100여 명의 신도들이 아시아인들로 보였는데 강론말씀이 영어도, 일본어도, 중국어도 아닌 것이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미사가 끝나고 물어 보았더니 베트남인들 미사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베트남인들이 휴스턴에 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였다.
팔로 듀로 캐년(Palo Duro Canyon)은 러벅에서 3시간 북쪽으로 달리면‘캐년(Canyon)’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는데 그 인근에 있는 텍사스 주 지정(州指定)공원으로 거대한 계곡이다.
텍사스인들은 이곳을 텍사스의 그랜드 캐년(The Grand Canyon of Texas)이라고 자랑하며 애리조나 주의 그랜드 캐년에 이은 미국 제2의 대협곡이라고 자랑들을 했지만 내가 보기에 그 정도는 아니었어도 아무튼 엄청나게 규모도 크고 아름다운 계곡이었다. 러벅에서 출발하여 내비게이션에 의하면 분명 근처까지 왔는데도 전혀 산이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평지에서 아래쪽으로 계곡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랜드 캐년도 그런 식이었지만....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계곡은 웅장하면서도 그랜드 캐년과는 다른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전망대 부근의 기념품가게를 겸한 안내소에 들어갔는데 이 계곡은 1만 2천 년 전에 형성되었다 하고, 돌 화살촉 등 선사유물이 전시되어 있었으며 아파치(Apache)와 코만치(Comanche) 인디언들이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물론 인디언들이 살고 있지 않지만 가게를 가득 채운 기념품들은 대부분 인디언들에 관한 것들이었고 그들의 생활모습과 과거의 유명했던 전투 모습들을 비디오로 설명을 곁들여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면 틀림없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겠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는 너무 크다보니 이 정도는 주립공원 밖에 안 되는 모양이다. 볼거리로는 스페인 치마바위(Spanish Skirt), 붉은 바위기둥인 등대바위(Light House), 높이 300m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Fall) 등이 볼만하다.
전망대에서 차로 30여분 골짜기를 내려가면 계곡의 바닥에 닿게 된다. 물은 작은 개울정도가 흐르는데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계곡 바깥과는 다르게 나무들이 무성하고 제법 사람들이 살만 하겠다 싶었지만 무척이나 덥고 메마르기는 마찬가지다. 계곡의 극히 일부분만 차로 돌아보도록 개방되어 있는데 주로 학생들의 캠프장 시설이 들어서 있었고 기념품 가게라고 조그만 것이 있었지만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 계곡 속에서 쳐다보면 기기묘묘한 바위들의 모습에 눈이 어지러운데 뜨거운 햇살아래 높다랗게 자란 선인장들 사이로 금방이라도 인디언들과 기병대들이 말발굽 소리를 울리며 달려 나올 것만 같은 착각에 사로잡혔다.
텍사스 팔로듀로 캐년 / 아마릴로의 스테이크집 / 팔로듀로 캐년의 등대바위
캐년 관광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30분 거리 북쪽에 있는 아마릴로로 향하였다. 아마릴로는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소 도살장이 있고 또 스테이크가 맛있기로 소문 났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유명하다는 스테이크 집 ‘빅 하우스(Big House)에서 스테이크를 맛보았는데 건물도 어마어마하게 클뿐더러 건물 내부는 벽면이 온통 거대한 뿔이 달린 사슴 머리의 박제로 채워져 있다. 예전 카우보이들이 복장과 당시의 장신구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또 종업원들의 옷차림도 커다란 모자와 박차가 달린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권총을 차고 있는 당시의 카우보이 복장이다.
재미있는 것은 건물 밖에도 커다랗게 써 붙였지만 1시간 동안에 72온스의 스테이크를 먹는 사람은 공짜, 대신 실패하면 72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식당에 들어갔을 때도 한 백인 젊은이가 도전하고 있었는데 옆에서는 디지털시계가 남은 시간을 표시하고 있고... 결국 반쯤 먹고 실패했다. 1인분이 6~8온스니까 거의 10인분...
건물 밖에는 당시의 포장마차, 높이 3m 쯤이나 되는 엄청나게 큰 카우보이 신발, 실물의 2배도 넘는 소의 동상 등 텍사스를 상징하는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메뉴판에는 텍사스 특유의 남부 사투리도 씌어 있는데 이를테면 'How de yo'll?' 이런 비슷한 것으로 기억되는데 'How do you all?'의 남부 발음이라고 하며 다른 지역에서의 표현은 'How do you guys?' 정도라고 한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텍사스 고유의 전통으로 스테이크 집에서는 땅콩을 무제한 제공하는데 까먹은 껍질을 바닥에다 그냥 버려 엄청나게 많은 껍질들이 테이블 밑에 흩어져 있어 처음 들어가면 꼭 쓰레기통을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금을 가미하여 껍질째 구운 땅콩을 큰 통에 가득 채워 식탁 위에 올려놓는데 까먹으면 짭짤하다. 고급 스테이크집도 예외가 아닌데 걸어가면 빠작빠작 껍질 부서지는 소리, 또 먼지도 많이 날 것 같은데 손님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열심히 땅콩을 까서 입에 털어 넣는 모습이 재미있다. 이것이 텍사스의 전통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