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순례여행(13) - 1월 2일: 웅천에서 서천가는 길
무창포행 버스를 탔는데 무창포에는 찜질방이 없다는 버스기사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내려서 대천행 버스를 타고서 대천 가서 하루를 머물게 되었습니다. 하룻밤을 보내고 나서 다시 웅천까지 버스를 타고 와서 서천으로 향해서 출발했습니다. 서천은 아주 아름다운 지방입니다. 어린 시절에 비인에 관한 이야기를 지리시간에 배운 적도 있었고요. 장항은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제련소가 있는 곳으로 지리 시간에 배웠지요. 오래 전에 군산에서 배를 타고 장항을 한 번 방문한 적은 있었어요. 고등학교 동창 중에 한 명이 서천출신이 있었어요.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검사하다가 변호사 개업을 했고 서울지역에서 유력 정당의 국회의원을 공천을 받으려하다가 결국 받지 못했지요. 참으로 신실한 친구였습니다. 서천하면 늘 그 친구가 생각이 납니다.
77번(21)번 도로는 잘 정비된 왕복2차선 도로입니다. 갓길도 넓어서 여행객이 걷기도 적당했습니다. 한적한 시골동네를 지나면서도 도로에는 차들이 분주하게 다녔습니다. 길가는 분들에게 잘 가라고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렇지요. 걸어가는 사람이 차를 타고 가는 사람을 섬겨야겠지요. 그들에게 작은 관심기울이기를 통해서 차를 타고 가는 분들에게 유쾌함을 줄 수 있다면 이 또한 길손이 할 수 있는 보람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보령시에 사는 모든 가정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 기도하면서 길을 걷노라니까 보령시의 주산면이라는 곳까지 왔습니다. 이곳에 주산제일교회가 있었어요. 옛날 예배당도 있었고 옆에는 새롭게 잘 세워진 새 예배당이 있었어요. 천국을 갔다 왔다는 어떤 집사님의 간증집회가 있다는 플랭카드가 붙어 있었어요. 물론 교회의 귀한 행사인데 천국 갔다 왔다는 사람들의 간증이 허구성이 많아서 고개는 갸우뚱했습니다. 토요일인데 교회 안에 사람들은 보이지가 않았지요. 예배당에 들어가서 말씀을 보고 기도한 뒤에 자판기가 있어서 우연히 눌렀는데 커피가 나와 횡재를 했습니다. 작은 행운이지요. 새로 지은 예배당에 어르신 방이라는 곳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교회에서 어른들을 섬기는 귀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그렇지요. 믿음의 사람들은 나이든 어른들을 잘 섬기는 것이 복받는 길이고 성도들의 마땅한 도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눈덮힌 아름다운 산야가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너무나 멋있는 풍경이었습니다. 곧 이어 보령시와 서천군의 경계에 도달했습니다. 서천군 남당리라는 작은 마을의 광고판이 보였습니다. 요즘에는 지역마다 특색있게 개발해서 자기들 지역의 멋과 특색을 알리는 모습이 너무나도 좋은 것 같습니다. 세계 최고의 생태도시 어메니티 서천이라는 입간판이 서천군에 들어왔음을 알립니다. 세계 최고라는 선전은 종종 낯간지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왜 그렇게 우리는 세계 최고를 좋아하는지요. 끄떡하면 세계최고라는 말을 붙이기를 좋아합니다. 세계최고라는 것은 진실한 면도 있지만 때때로 과장일 때도 많지요. 길가는 데 유곡교회의 간판과 청룡암의 간판이 동시에 보입니다. 두 간판이 자신의 종교를 선전하지만 참 잘 어울리는 이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최근에는 종교적인 갈등을 빚으면서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교회장로가 대통령이 되다보니까 불교권에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꼈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야의 실무행정책임자들이 대통령의 종교적인 입맛에 맞게 행정적인 편의를 제공해서 말썽을 일으킨 적이 있었습니다.
멀리서 예배당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언덕위에 세워진 교회인데 풍경이 너무나 좋습니다. 마을 언덕배기 높은 곳에 세워져서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저 교회가 산위의 등경처럼 동네를 비추고 지나는 모든 길손들에게 주님의 사랑과 긍휼을 비추는 교회가 되기를 기도했습니다.
이제는 교회 간판 두 곳이 사이좋게 있습니다. 원두교회와 개야제일교회의 간판입니다. 이제는 교회끼리 형제로 모여 있네요. 어쨌든 이웃 교회끼리, 혹은 타종교끼리도 적대감으로 대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모두 다 구원이 필요한 백성들입니다. 선교적인 넓은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자녀들입니다. 그렇기에 종교가 다르다고 적대감으로 대하는 것은 주님이 기뻐하는 일은 아닌 듯싶습니다. 사람들은 구원받은 백성들과 구원받지 못한 백성들로 이분법으로 대하는 것은 건강한 삶의 지혜는 못됩니다. 모든 사람들을 향해서 적대감이 아닌 환대감으로 대하는 세상을 꿈을 꾸면서 길을 걷습니다.
비인면에 들어섰는데 면사무소가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지역 주민을 잘 섬기겠다는 정성의 표시인 것 같습니다. 점심때가 좀 지나서 시장기가 있어서 식당을 찾았습니다. 손님은 이 길손밖에 없었습니다. 된장찌개를 시켰는데 너무나 맛이 좋았어요. 마음씨가 좋아서 그런지 밥을 한 그릇 더 갖다 주었지만 추가밥값을 받지를 않았습니다. 오천 원짜리였는데 꽤나 정성이 담긴 음식이었습니다. 비인면소재지를 지나면서 통행에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요즘은 지방에도 우회도로가 생겨서 그냥 지나칠 수가 있지요. 그러나 그 지역을 한 번 둘러보려면 옛길을 걸어야 됩니다. 비인성결교회가 면소재지 중심에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본당에서 기도를 하려고 했는데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귀찮은 듯 기도하려면 교육관에서 할 수 있다면서 내쫓으려고 했습니다. 좀 화가 나서 나는 통합측 장로교회목사입니다 하고 신분을 밝히니까 그 아주머니는 약간 미안해하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렇지요. 아주머니의 그런 반응은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교회를 향해서 귀찮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낯선 사랑에 대한 냉담한 반응은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오면서 비인중학교의 교정을 보았는데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동장을 큰 나무가 둘러싼 모습을 보면서 그 학교가 지향하는 '큰 꿈'이라는 목표에 걸맞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인면을 지나는데 멀리 산위에 뚜렷하게 비취면서 떠있는 태양빛이 너무나 선명했습니다. 벌써 오후 5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멀리 떨어진 서천읍까지 가야하는데 그 먼 길을 언제 걸어갈까요. 지나가는 길에 사과와 서천호박고구마를 파는 천막가게가 있었어요. 사과를 이천 원치를 사서 하나를 먹고 두 개는 저녁대신에 먹으려고 했습니다. 여행길을 나섰던 지난 12월 21일에 시행했던 건강검진의 결과가 비만이라고 나와서 몸무게를 줄이려고 생각을 했지요. 과일 아주머니는 걸어서는 못가고 차를 타고 가야한다는 것이에요. 그런데 여행객의 마음에는 서천읍까지 걸어가고 싶었어요. 어두워지면 자동차가 보행자를 식별하기가 어려워서 조금은 위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했어요. 다행히 얼마 걷지 않아서 서천읍이 나와서 얼마나 행복했던 지요. 환호성이 나왔습니다. 오후 6시가 되어서 어둠이 짙은 서천읍거리를 아무도 환영해주지 않지만 기쁨으로 걸었습니다.
"주님, 오늘도 저의 좋은 길동무가 되어주셔서 이곳까지 인도해주시니 감사해요. 저도 열심히 주님의 길동무로 살아가겠습니다. 저의 인생의 진정한 길 벗이 되어주시는 주님을 찬양합니다."
그런데 아뿔싸 서천읍에는 찜질방이 없다는 것입니다. 주민 한 분이 찜질방 가는 길을 잘 가르쳐주었습니다. 시내버스를 타고서 덕암리 가는 버스를 타야합니다. 덕암리 찜질방이라는 곳을 갔는데 이곳은 서천읍과 장항읍사이의 중간 지점입니다. 버스승객 중 한 분이 자기도 그곳에 가는데 자기가 내릴 때 내리면 된다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어제도 한 명 찜질방에 데려왔는데 오늘도 한 명을 데려간다고 상당히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이 자랑을 찜질방입구에서도 종업원들에게 했습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기에 장신대에서 교수를 하고 있다고 하니까 자신은 제 칠일 안식일교회를 다닌다고 했습니다. 이 분은 꽤 나에게 친절하게 대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습니다. 저녁도 대접하고 싶다고 했지만 먹었다고 했고 오히려 내가 사과 한 개를 대접해주었습니다. 그는 나에게 하나님이 선악과를 만든 것은 잘못이라고 열심히 주장을 했습니다. 답변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냥 선악과를 만든 것은 하나님의 주권이라고만 말했지요. 더 이상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 일찍 잠자는 습관이 있어서 좀 잔다고 하면서 잠이 들었습니다. 서천군에서 하루는 이 분의 어설픈 주장을 듣다가 잠이 들고 말았지요.
"주님, 이 형제분에게 긍휼과 자비를 베풀어주셔서 은총을 더하여 주옵소서! 당신과 진정한 만남을 통해서 이 분에게 축복의 통로를 허락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