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 Dancers-올바른 여성 등반가, 애니 와이트하우스
편저자: 조나단 워터맨
출판년도: 1993년
쪽수: 313쪽
출판사: 아메리칸알파인클럽 프레스
이 책은 미국 산악 역사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룬 산악인들을 소개하는 산악인 열전이다. 미국의 여성 등반가 애니 와이트하우스(Annie Whitehouse)에 대한 내용을 베스 왈드(Beth Wald)가 <CLIMBING> 1990년 8월호에 소개한 글이다.
애니는 16세 때부터 네팔과 티베트, 페루, 알래스카 그리고 미국 서부 암장의 크랙들을 더듬었다. 풍부한 유머 감각과 잔잔한 자신감, 강한 추진력의 소유자이다. 고산등반은 1978년 안나푸르나 1봉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처음에는 클라이밍 파트너 정도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녀가 새로운 등반 목표를 정하고 파트너를 물색할 때,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주저하면 단숨에 다른 파트너로 교체했다. 그녀는 자신의 등반 목표에 지독하게 집중했고 단호했다.
산에 대한 열정은 “12세 때 우연히 중국의 에베레스트 등정 소식이 담긴 신문 기사를 보게 되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 기사를 오려서 스크랩 했어요. 그때는 아직 클라이밍을 모를 때였는데 왠지 모를 매력에 끌린 것 같다”며 등산의 시작을 밝혔다.
이때부터 그녀의 모험과 등반의 세계에 대한 탐닉이 본격화되었고, 그 갈증을 풀기 위해 활발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시에라 산맥에는 등반과 클라이밍을 위주로 진행하는 실험학교 ‘East Palo Alto’가 있는데, 애니는 이 학교에 입학해서 등반뿐 아니라 자신감과 책임감, 용기 등 자연과 어울리는 다양한 방법과 인생 공부를 하게 된다. 이 학교 강사들은 학생들을 어른처럼 대해 주었고, 중요하고 치명적일 수 있는 결단을 신속하고 단호하게 내리는 요령을 터득하기를 기대했다.
이 학교를 수료하고 그녀는 매킨리 등정에 성공하면서 최연소 여성 등정자로 기록을 남겼다. 2년 뒤 미국의 안나푸르나 여성등반대에 대원으로 선발된다. 등반대장인 블럼(Arlene Blum)은 애니가 고산등반 경험이 많지 않았지만 그녀의 등반력과 참을성, 결단력, 체력, 유머 등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 등반에서 애니는 등정에 성공하는데 고산등반의 위험성과 환상, 생존 요령, 산에서의 삶과 죽음, 본능과 대원들간의 갈등, 고산등반 기술 등 앞으로의 등반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또한 대규모로 조직된 등반대의 문제점과 모순도 알게 된다. 대원들 위에서 군림하려고 하는 독단과 강요되는 위계 질서, 셀파와 포터들을 하인 취급하는 행태와 관행에 실망했다. 이후 그녀는 대부분의 등반을 자신의 재정 규모와 능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소규모의 경량화 등반을 진행한다.
안나푸르나 등반에서 블럼 대장은 등반의 성공과 안전에 방해되거나 지장을 줄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을 사전에 금지시키고 제한했다. 그중 하나가 대원들간의 연애를 금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규칙보다 가슴의 뜨거운 열정이 먼저였던 애니는, 등반대의 요리담당인 예시 텐징 셀파와 사랑에 빠지고 나중에 결혼하게 된다.
애니는 “나는 그때 올바른 정신에서 결정과 행동을 했다. 다른 대원들이 고향과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감상에 젖고 향수에 어려워 할 때, 나는 정상 등정에 골몰해 있었고 모든 나의 역량을 등정에만 집중시켰다. 이런 나의 노력에 텐징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우리가 결혼해서 미국에서 살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등반이 끝나고 귀국 후 애니는 학업을 계속했고 텐징은 요리사로 취직했다. 주위의 비난과 힐난을 이겨내고 두 사람은 서로의 이질적인 문화와 성장 배경을 극복해 나가면서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꾸려 나갔다.
애니는 1980년 다울라기리 북벽 여성등반대에 참가하는데, 대원들 대부분이 히말라야에 처음이고 개성들이 강해서 대원들간의 충돌이 빈번해졌다. 거기에 기상 악화로 야기된 불안감이 대원들을 동요시켰고, 갑작스런 눈사태가 캠프2를 덮치면서 대원 1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등반대가 철수하고 애니는 텐징과 함께 네팔에 6개월을 머물게 되는데, 결혼생활에 대한 절실함과 필요성을 찾지는 못했다. 애니는 아직도 많은 꿈을 간직하고 있는 젊은 청춘이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텐징은 아내의 등반에 대한 열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1982년, 두 사람은 이혼하고 애니는 미 공군 간호사로 일하게 된다. 다음해 그녀는 미국의 에베레스트 서릉 등반대에 합류해서 강력한 파트너들과 등반을 주도해 나갔다. 그러나 강풍으로 철수하고 만다.
당시 상황을 애니는 “8,500미터 지점은 의식적인 자기 통제가 정지되며 자기 판단이 혼미해지고 동물적인 움직임만 존재하는 구간이다. 그곳에서는 최대한 신속하게 통과하는 방법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블리자드 급의 강풍은 모든 것을 날려보낼 기세였다. 하산하자는 결정은 순식간에 아무런 이의없이 내려졌고, 그때부터 우리는 얼음 위를 뛰고 심연의 크레바스를 넘으며 정신없이 고도를 낮추었다. 나는 처음으로 공포와 두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살아돌아온 애니에게 남자 친구 마이크가 베이스캠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1984년에 결혼하는데, 애니는 그것이 실수였다고 나중에 후회한다. 당시 애니는 마이크와 가족, 주변 사람들로부터 결혼하라는 시달림에 지쳐 있었다. 하나같이 결혼해서 가정을 갖고 한곳에 정착해서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라는 것이었다.
애니는 그로부터 2년간 삶의 방식을 잠시 바꾼다. 주말에 클라이밍 대신 낚시나 축구 등으로 소일하게 되었고, 그녀의 클라이밍 파트너들은 더 이상 그녀를 찾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이 생활에 변화가 온다. 마이크는 애니의 과거 등반 경력을 화려한 장식품 정도로 소장하고 싶어 했다. 애니가 조그만 트레킹 가이드 사업을 했는데, 마이크의 간섭과 의심이 점점 그녀를 힘들게 했고 산이 삶의 도피처가 되고 만다.
결국 그녀는 산과 등반은 자신의 인생에서 포기할 수 없는 삶의 방식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두 번의 결혼 실패는 오히려 그녀가 클라이머로서의 자질을 향상시키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는 계기가 되었다.
1987년, 그녀는 가장 순수한 방법과 알파인스타일로 아마다블람 등반을 이끈다. 두 명씩 3개 조가 셀파의 지원없이 등반해서 다섯 명이 등정에 성공했다.
애니는 이 등반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히말라야 등반대에게 원정 자금의 확보는 궁극적인 주요 관심사이다. 기업체로부터 등반 자금을 협찬받는 일은 미국에서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기업체에서는 작은 규모의 등반대나 잘 알려지지 않은 대상지에는 관심이 없다. 새로운 루트 개척이나 미등봉 도전보다는, 대중에게 많이 노출되어 있는 이벤트성 등반에 더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그들은 등반가들을 자신의 꿈과 능력을 팔아야 하는 상품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며 협찬사의 관행을 지적했다.
애니는 테크노 루트에서 보다 어렵고 신속하고 경량의 등반으로 진화하고 발전하고 싶어 했다. 왜 그렇게 산에서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느냐고 묻자 “사람은 각자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대로 살아야 한다. 선원은 배를 저으며 살아야 하고, 파일럿은 비행기를 조정하며 산다. 애니는 애니이기 때문에 클라이밍을 해야 산다”며 미소 지었다.
첫댓글 알피니즘의 본고장은 유럽 알프스입니다. 하지만 유럽의 등산만이 전부는 아니었고 그 이외의 지역에서도 등산활동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단지 유럽인들이 기록을 남기고 포장을 잘 한 덕에 그들의 전유물같이 착각을 하게 된 거죠... <cloud dancers>에는 미국 대륙에서 활동했던 등반가들의 사상과 철학, 그들의 알피니즘을 잘 파악할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네요~
호경필의 북리뷰가 계속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