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국민생활체육이면서, 공식적인 자료로는 가장 많은 수의 동호회를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축구다. 인터넷 동호회를 제쳐두고라도, 각 학교마다 있는 조기축구회만 세어봐도 이미 숫자면에서는 게임이 끝나지 싶다. 어쨌든, 이번에는 축구 얘기로 시작을 해보자.
좀 지난 이야기지만, 지구촌의 축제 월드컵이 스페인의 사상 첫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필자 역시 스쿼시 뿐만 아니라 축구도 상당히 관심이 있어서 주요 경기는 거의 다 본 듯 하다. 대한민국 축구의 사상 첫 원정 16강에 소리를 지르고, 아쉽게 패배한 16강 경기 후 들이킨 술잔도 제법 되는 것 같다. 월드컵 이후 나이지리아와의 리턴매치는 화끈한 승리로 국민들을 한여름의 찜통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최근 열린 이란 경기는 필자가 해외에 있는 관계로 시청하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
[박주영의 골이 들어갔을 때, 정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필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박주영을 믿었었다. 사진=연합뉴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서 스쿼시 얘기를 해보자. 월드컵은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즐기는 세계인의 축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 월드컵 기간동안 필자는 일종의 "질투"라고나 할까, 스쿼시도 이렇게 인기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게다가, 큰 대회 경기도 아니었던 나이지리아와의 리턴매치도 생중계를 해주는데, 스쿼시도 좀 TV 전파를 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랬다. 서울에서 개최했던 WISPA 대회는 공중파는 고사하고, 케이블 TV에서 주요 경기만을 중계했을 뿐이고, 서울 WISPA 대회 진행에 참여했었던 스태프의 한 사람으로서 말하건데, 케이블 TV 중계마저도 성사되기까지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기껏해야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가뭄에 콩나듯 비춰지는 스쿼시는, 스트레스 끝까지 받고 이리저리 정신없이 휘두르가 결국 코트위에 대(大)자도 뻗어버리는 과격한 운동으로만 묘사되니 참으로 안타깝다. 그나마 스쿼시가 TV 소재로 혹은 배경으로 잠깐이나마 나오는 경우는 필자가 처음 스쿼시를 접한 1998년부터 돌이켜 생각해보면, 딱 6번 정도 본 것 같다. 어쩌면, 이 보다 더 많을 수도 있겠는데, 마지막으로 본 드라마가 "허준"인 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놓고 보건데, 분명히 필자가 놓친 방송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TV에도 나오고 그러기 위해서는 인기도 좀 있고 그래야 방송을 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스쿼시가 인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하고 노력을 하고, 시행착오 또한 겪고 있다. 국내에도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이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해외에서도 PSA나 WISPA, 그리고 WSF에서도 스쿼시의 저변 확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무엇 무엇이 있는지 열거하다보면 한도 끝도 없으니, 우선 대표적인 한 가지 주제를 정해놓고 말하는 것이 효율적인 듯 하다.
스쿼시와 올림픽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은 스쿼시의 대중화에 큰 보탬이 되리라 본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모두 같을 수는 없어서, 제각각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을테고, 가령 "올림픽에서 해봐야 그까짓거"라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지만, 최소한 지금 기사를 올리고 있는 필자의 견해는 이러하다.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어 TV중계를 타고 나오는 각국의 최고 선수들의 경기를 볼 수만 있어도,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홍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면 이에 따르는 부수적인 이익이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자면, 스쿼시는 2012년 런던올림픽 정식종목 선정 탈락에 이어 또 다시 2016년 올림픽 정식종목 선정에서도 떨어졌다. 스쿼시에 관심이 많고,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라면, 스쿼시가 2016년 올림픽 정식 종목 선정에서 떨어진 것이 새로운 뉴스가 아닐 수도 있다. 이미 작년에 결정된 사안이니깐. 기존 26개 종목은 그대로 두고 2개 종목을 더 추가하기로 했던 2016년 올림픽. 그러나 우리(스쿼시팬)의 바램과는 달리 골프와 7인 럭비가 새롭게 들어가게 되었다. 예전에 이 두 종목은 정식종목으로 올림픽에 있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이 두 종목은 "재진입"이 맞는 말일 듯 하다.
필자가 IOC 홈페이지에 가서 스쿼시를 검색해 보았다. 결과는 아래 스크린샷으로 첨부했다.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Squash로 검색하면 결과를 찾을 수 없다고 나온다. 그러나, 언젠가는..사진=기자컴퓨터 스샷] 자, 그렇다면 이 쯤에서 한 가지 근본적인 의문점이 든다. 스쿼시가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왜 떨어진 것일까? 라켓 스포츠가 이미 많아서? IOC랑 사이가 안좋아서? 아니면, "돈"이 안되기 때문에?
떨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IOC 위원들의 표를 획득하지 못해서 이다. 사실, 보다 현실적인 정답은 이미 위에 적어놓긴 했다. 셋 중 하나다. 찍어도 1/3 확률이고, 어차피 대부분의 독자는 대략 짐작하리라 본다.
그러면 왜 표를 획득하지 못했을까? 여기서 잠깐 올림픽의 기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림픽(Olympics). 4년 마다 열리는 지구촌 최대의 축제이다. 사실, FIFA 가입 회원수가 IOC가입 회원수보다 많기 때문에 올림픽을 두고 진정 "최대"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될 지 모르겠지만, 단일 종목이 아닌 여러 종목을 선보이는 이벤트를 기준으로 놓고보면 올림픽이 "최대"의 축제인 것은 맞는 말이다. FIFA는 나라별이 아닌 축구협회별로 가입을 받기 때문에 숫자상으로는 더 많을 수도 있다. 영국만 해도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가 각각 FIFA에 가입해있으니깐.
아무튼, 올림픽..... 올림픽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부터 시작하면 필자부터도 하품을 하며 마우스 휠을 내리거나 뒤로 가기를 클릭하겠다. 나름(?) 모범생이었다고 자부하는 필자도 고등학교때 역사 시간이라면 내리 머리박고 잤던 기억뿐이다. 지루한 부분은 빼고 근대 올림픽 부터 시작하기로 하자.
근대 올림픽은 프랑스의 쿠에르탱이라는 교육자가 선도하였다. 고대 올림픽의 정신을 계승한, "아마추어리즘"에 입각한 근대 올림픽의 시작인 것이다. 이 당시만 해도 프로 선수의 올림픽 출전은 금지되었다. 올림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이 제한 같은 것을 하나의 예시로 보면 된다. 하지만, 요즘은 워낙 나이 어린 선수들도 프로 무대에 빨리 진출하여 올림픽에 나갈 수 있긴 하지만, 어쨌건 원래의 원칙은 저랬다. 상업적 목적으로 운동을 하는 프로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는, 아마추어리즘을 표방하는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럼 아마추어리즘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얼마 전 K모 방송국의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했던 대사가 떠오른다.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흔히 생각하기로, "아마추어"라고 하면 뭔가 서투른, 익숙하지 않은, 뭐 이런 뉘앙스를 주는 단어가 "아마추어"이다. 그러나 실제 "아마추어리즘"이란, "스포츠를 애호하고 즐기기 위하거나 신체의 건강이나 정신 수양을 위해 경기를 하는 사람 또는 그 자세"를 뜻하는 단어로서, 이러한 올림픽 정신을 바탕으로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던 것이 근대 올림픽의 시초였던 것이다.
["외계인 심판" 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축구 심판 콜리나 피엘위기. 본업은 의사다. 2002년 월드컵 결승전 주심 맡았었다. "아마추어=잘 못하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이런 순수했던 올림픽 정신이 요즘은 약간(?) 퇴색한 듯 하다. 알다시피 야구가 올림픽 종목에서 퇴출되었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야구에서는 메달권이었는데, 두산 베어스의 팬이었던 필자도 약간 아쉽긴 했지만 내심 그 자리에 스쿼시가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야구 역시 2016년 올림픽 정식종목 진입에 실패했다. 그러나 야구가 탈락한 것은 스쿼시가 떨어진 것과는 약간 상황이 다르다. 애당초 IOC는 야구의 올림픽 진입을 원했다고 한다. 인기많은 메이저리거들을 올림픽에서 볼 수 있다면, 광고 수입을 비롯하여 어마어마한 돈을 모을 수 있을테니. 그러나,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아니, 원래의 올림픽 정신은 어디로 가고, IOC가 나서서 미국 프로야구 리그인 메이저 리그를 끌어들이겠다니? 지금은 작고하신 쿠에르탱 남작이 먄약에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관 속에서 다시 땅을 헤짚고 올라올 기세다.
[피에르드 쿠에르탱(1863-1937).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그러나 요즘의 올림픽 정신은 그가 생각하던 것과는 약간 다르지 않을까.] 스쿼시계의 노력
그렇다. 결론은 돈(money)이고, 상업성을 무시할 수 없게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런 부분에서 스쿼시가 밀렸다고 보면 된다. 지난 4월에 했던 전(前) 세계랭킹 1위 조나단 파워의 인터뷰를 들어보자.
인터뷰 보기
아, 참고로 영어로 진행되었고 내용도 제법 길다. 사실 조나단 파워가 캐나다 토론토에 코트 10개짜리 클럽을 짓고 있는데, 이것 취재하다가 올림픽 얘기가 나왔고, 이에 대한 조나단 파워의 얘기를 필자가 전한 것이다. (인터뷰 6분 10초 쯤에 나온다.) 대략 필요한 부분만 받아 적어본다. (조나단 파워의 스쿼시 코트는 다음 번 기사에서 다룰 예정이다.)
조나단 파워: the Olympics are a money-making business. It’s not based on amateur sport or anything like that. It’s about getting beach volleyball, golf, rugby and making some cash off some new sports. That’s their new mandate, I guess. And squash doesn’t necessarily fit into that mold.
쉽게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골프나 럭비에 비해서 스쿼시가 창줄할 수 있는 상업성이 떨어진다고 IOC가 판단했기 때문에, 스쿼시가 올림픽 종목에서 떨어졌다." 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전(前) 세계랭킹 1위 선수조차 이렇게 말하고 있다.
프로 스포츠의 큰 "돈 줄"은 광고수입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스쿼시는 광고주 입장에서 광고 효과를 보기 참 어려운 종목 중의 하나다. 우선 광고를 하려면 TV 중계가 되어야 하는데, 일단 이것부터가 힘들다. 스쿼시 공은 작고 빠를뿐더러 TV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하다못해 해상도 좋은 컴퓨터 모니터로 보는 것도, 안좋은 캠코더로 찍은 영상은 공 보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경기장에 수용할 수 있는 관중 수도 다른 종목에 비해 많지 않다. 티켓을 아무리 많이 팔아봤자 한계가 있고, 경기장에 광고판을 설치해봐야 볼 수 있는 사람이 적다는 뜻이다. 게다가 다른 종목에는 존재하지 않는 "렛" 이라든가 "스트록"이라는 생소한 룰이 있어서, 어떤 경우는 점수변화 없이 다시 랠리하고, 어떤 경우는 점수가 나가고. 필자도 스쿼시 처음 보는 친구와 컴퓨터로 동영상을 보다가 룰 설명해주랴 경기 보랴 정신 없었던 기억이 난다.
쟤들은 왜 백핸드에서만 저러고 있냐, (다 이유가 있거늘) 코트 넓어보이지도 않구만 왜 못받냐, (니가 들어가서 저렇게 뛰어봐라. 10분 버티면 먹고싶은거 다 사주마) (닉에 박힌 공을 보고) 저거 받을 수 있는거 아니냐, (니가 가서 받아봐라 정말..!!) 테니스처럼 서브를 세게 후려치면 못 받지 않겠냐, 아까 모서리에 박힌거 못받던데 서브도 그렇게 넣지. (말은 쉽지) (렛과 스트록의 차이를 듣고난 후) 저 정도면 고의도 아니고, 그냥 렛 줘도 되는거 아니냐, (@#?!!# 걍 조용히 봐라..)
결국엔 1세트도 못 보고 다른거 보든지, 걍 나가서 밥이나 먹자로 결론나고 말았다. 이게 만약 TV 중계 상황이었다면 채널이 돌아갔지 싶다. 이쯤되면, 광고주 입장에서는 상업성적인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이러면 이렇게 하면 되지, 저러면 저렇게 하면 되지" 식의 생각은 우리들만의 생각이고, 본인들의 돈이 나가는 광고주(스폰서)들의 반응은 정말도 냉담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스쿼시계가 아니다. 보통 유리 코트에서는 흰색 공을 사용하는데, 가시성 확보를 위해 형광색 공이나 노란 색, 빨간 색, 파란 색 등 여러 색의 공을 테스트 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여자 프로농구에서 선수들 유니폼에 변화를 주고, 농구공에도 변화를 주었던 계기도 모두 다 같은 이유를 가지고 있다. 어느 종목이나 이렇게 인기 상승을 위한 고심과 고뇌는 다 하는 듯 하다. 그리고, 고화질 디지털 TV를 비롯한 좋은 TV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도 우리에겐 희소식 중 하나다. 화면 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던 공이 이제는 좀 더 잘 보일테니깐. 게다가, 보다 빠른 경기 전개와 재미를 위해 공격적인 방향으로 룰이 해마다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이 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고,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그리고 WISPA에서는 팬서비스 차원에서, 여자 선수를 대상으로 수영복 차림의 달력까지 제작했다. 정말이지 눈물나는 노력이다.
http://wispa.net/wispa_calendar.asp 여기로 들어가면 주문할 수 있다. 내용을 보는건 사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필자는 이미 봤다. 물론 안사고. 혹시나 파일 좀 달라고 메일을 보내는 독자는 없길 바란다. 이미 다 보고 지웠다. (참고로, 달력에서는 5월달 모델인 "Jaclyn Hawkes(뉴질랜드)"가 최고였던 듯 하다.)
[이젠 반값에 판다. 사실 반값에 판지 좀 되었다. 그러나, 감자탕집 이나 치킨집에서나 있는 달력이라고 보면 오산이다. 그런 달력과의 비교는 정중히 사양하겠다. 사진=위스파]
- 2부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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