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기존의 가치관이나 선입견관과는 다른 여러 요소 들이 등장하여 특별한 즐거움을 주는 모든 이들과 같은 이유의 재미도 물론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협죽도가 등장하여 활약을 하기에 시종 눈을 뗄 수 없었다.
등장인물 협죽도의 역할은 매주 중요하였는데, 불에 태운 연기가 적군을 구토하고 상하게 하여 주인공들이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모처럼 식물이 등장하여 중요 역할을 한 것이 우선 무척 반가웠고, 아름다운 관상수로만 알려졌던 협죽도가 그리 심각한 독성을 가진 식물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다시한번 알아보아야 겠다는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 소득이었으며, 문제는 아는 것이 병이라고 우리나라 자생식물이 아닌, 그것도 제주도와 같은 남쪽에서 자라는 식물이 신라와 백제가 싸우는 숲속에서 얻어질 수는 없는 식물이라는 점 때문에, 마치 많은 사극에서 흔히 역사적 사실과 작가적 상상의 오묘한 결합의 실체가 그대로 나 있어서 ‘옥의 티’를 만나는 재미를 만끽하였다.
신라의 화랑이 말 달리던 들판에 구한말에 한반도에 들어온 귀화식물 개망초가 군락을 이루어 아름답게 피어나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그런 재미의 일종이다.
협죽도는 인도와 페르시아를 원산으로하는 상록성 넓은잎 나무이다.
더운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이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제주도 같은 남쪽섬에서 볼 수 있다. 한때는 이 나무가 상록성 인데다가 꽃도 화려하고 오래가는 많은 장점으로 인하여 가로수나 생울타리로 많이 심기도 했다. 협죽도(狹竹桃)란 이름은 한자이름을 그대로 쓴 것인데 잎이 대나무 잎을 닮았고 꽃은 복사꽃을 닮아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유도화라고도 하고, 류선화라고도 한다.
잎은 돌려나는데 이름대로 길이가 한 뼘 정도 되는 대나무 잎을 닮았지만 훨씬 두껍고, 색깔이 진한 초록색이다. 꽃은 지금부터 여름내 핀다. 보통은 진한 분홍색이다. 꽃은 자세히 보면 매우 모습과 배열을 하고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리나라엔 관상수로 주로 심었다. 특히 이 나무의 잎 뒷면에 달린 털들이 대기오염을 정화시키는 능력이 뛰어난 탓에 공해에도 아주 강하고 식물자체도 강건하여 어쩐 곳에서든 잘 적응하는 특성을 가졌다. 대기정화능력은 이 집안 식물들이 나사가 정하는 10대 정화능력을 가진 식물에 들었다는 정도이다.
문제는 이 나무가 가지는 독성이다.
잘 쓰면 강심제로 활용되기도 하고 이뇨제나 가래 기침등을 치료하는데 잘 활용할 수 있지만 이는 전문가의 이용이고 잘못 사용하면 매우 위험하여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가만히 서 있는 나무가 해를 줄 일은 전혀 없는 일이고, 보고되는 일들은 줄기를 잘라 껍질을 벗기고 젓가락을 만들어 먹거나, 줄기가 상할 때 나오는 하얀 유약이 상처에 직접 닿아 바로 몸속에 닿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화실촉 같은데 바르면 독화살이 될 수 있다. 서양에서도 협죽도와 같은 집안식물의 줄기를 잘라 바비큐나 핫도그를 꽂는데 사용했다가 문제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가지고 있는 개성이나 장담점들은 모두 제각각 가지고 있는 일이다. 그것을 어떻게 찾아내어 바르고 지혜롭게 잘 써서 두루두루 행복할 수 있는지기 간단하면서도 참 어려운 일 인듯 한다.
초롱초롱한 종소리가 들릴듯 하네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섬초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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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울릉도 생각이 났다. 그 섬에 처음 간 것이 20여년 전 이맘 때였다. 그땐 섬을 둘러 길이 난 곳도 많지 않고, 도동에서 나리동을 가려면 배를 타고 가서 하루종일 걷거나 아예 성인봉을 타고 넘는 방법뿐인 시절이었다. 길이 먼 만큼 때묻지 않고, 번잡스럽지 않은 그런 섬이었다.
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한 후, 오메불망 그리던 울릉도에 가서 가장 처음 가장 감격스럽게 만났던 식물이 바로 섬초롱꽃이었다. 항구에 내려 미처 숲길에 들어서기도 전에 그 언저리에서 나를 반겨주던 섬초롱꽃. 그 식물과의 첫 대면이었으나 나는 한눈에 알아 봤다. 뭍에서 본 적이 없는 초롱꽃을 닮은 식물이니 당연히 섬초롱꽃이 아니겠는가.
섬말나리, 섬백리향, 섬조릿대, 섬단풍 … 그렇게 “섬”자만 붙이면 되는 신비로운 울릉도 식물들과의 감격적인 만남은 식물 공부를 시작하고 마음에 담은 감동의 장면 중에 손꼽히는 순간으로 들어간다. 그 섬초롱꽃이 피는 때가 되었다. 대학에서의 학기말고사가 끝나는 바로 그때.
섬초롱꽃은 초롱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키는 무릎에서 허벅지 높이쯤 큰다. 한 포기가 자라기도 하고 혹은 여러 포기가 모여 한 무더기를 만들며 자라기도 한다. 유명하고 아름다운 우리 꽃 초롱꽃과 비교하면 기다란 종모양의 꽃이 유백색이 아니라 연한 분홍색이며 자갈색의 점들이 가득한 것이 차이점이다.
언뜻 보면 초롱꽃은 꽃잎 끝이 약간 안쪽으로 들어온 듯하고, 섬초롱꽃은 바깥쪽으로 벌어진 듯도 하다. 물론 개체마다 차이가 있긴 하다. 꽃잎이 백색에 가까운 것을 흰섬초롱꽃, 보다 자주빛이 많이 나는 것을 자주섬초롱꽃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귀하디 귀했던 섬초롱꽃은 울릉도가 많은 이들이 찾아가 이제 더 이상 신비하게는 느끼기 어려운 섬이 되었듯 낯설고 희귀한 식물에서 벗어났다. 우리꽃은 심은 정원이면 어디나 만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초롱꽃보다 강건하고 꽃이 오래 피며, 초롱꽃처럼 진 꽃들이 누렇게 달려있는 모습도 아니어서 관상용으로 아주 좋은 소재로 이름을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꽃도 보기 좋고, 다소 독특하며 높이도 적절하여 화분에 심어도, 화단에 심어도 심지어 꽃꽂이의 소재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더욱 멋진 일은 먹을 수 있는 식물이라는 점인데 어린 잎을 나물로 먹는 것은 물론이고 꽃은 요리의 재료로도 쓴다. 특히 아름다운 통모양의 꽃 속에 고기나 이런저런 소재의 속을 넣어 함께 먹으면 맛도 멋도 함께 줄길 수 있다.
이 특별한 식물은 우리나라 특산이지만 학명이 “Campanula takesimana Nakai” 이다. 속명 캄파눌라야는 집안을 대표하는 이름이고 종을 닮았다는 뜻이 있으니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종소명 다께시마와 명명자 나까이라는 이름은 나라 잃은 시절에 우리 것을 우리 것으로 알아보고 갈무리하지 못했던 아픔이 그대로 담겨 있다.
독도문제도 그렇지만, 정말 아무리 어려워도 한쪽에서는 차근차근 긴 안목으로 해나가야 할 일들이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아름다운 섬초롱꽃 구경과 감상에서 시작했는데 너무 심각한 문제로 빠진 듯도 하다. 이상하게 요즈음은 매사가 이렇다.
잎을 담그니 물이 푸르게 변하네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물푸레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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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푸레나무. 이름만 들어도 시원한 나무이다.
물푸레나무가 있는 숲은 이 여름, 서늘한 나무 그늘로 몸도 마음도 쉬어갈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나무를 진짜로 알든 모르든 물푸레나무는 많은 이들이 좋아한다.
듣기만 하여도 좋은 이유는 그 이름 때문일 것이다. 이름의 유래를 알고 보면, 나무에 푸른 색소가 있어서 잎달린 가지를 물에 담궈 보면 푸른 색이 흘러 나와 물을 푸르게 하기 때문이란다. 그냥 보아서는 잘 알기 어렵지만 그래도 그 푸른 빛을 알고 싶어 흰색 종이를 깔은 물에 나무를 담궈 보는 이도 있는데 진짜로 아주 연한 푸른빛이 흘렀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름뿐 아니라 물푸레나무가 있는 숲은 시원하다. 이 나무가 자라는 곳이 거칠고 메마른 곳이 아니라 주로 산골짜기. 계곡의 언저리이니 당연히 그러하다. 나무의 모습도 시원스럽다. 쭉 자라 올라간 키, 자연스럽게 달리는 무성한 잎, 축축 늘어지듯 익어가는 열매 모두 그렇다.
나로써는 잎의 솜 털의 섬세함을 보기 어려지만 그래도 나무를 알기도 전 먼저 알았던 오규원 선생님의 시 때문인 듯도 하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맑음, 자유, 영혼 같은 아름다운 의미의 말들과 어울어져 이름마져 푸르른 이 나무가 그 때 이미 마음속 깊이 새겨졌는지도 모르겠다.
물푸레나무는 풀푸레나무과에 속하는 큰키의 낙엽지는 나무이다. 손가락 길이 정도의 타원형 잎들이 5-7장씩 달리는 복엽이다. 잎은 그 크기의 변화나 모양의 변화가 심하여 잎만 들여다 보면 혼동을 주기도 하지만, 나무 전체와 어울어져 금새 구별 할 수 있다. 흰 얼룩이 퍼지듯 있는 수피도 독특하지만 이 또한 나무가 커감에 따라 세로로 갈리지며 다른 모습을 보여 처음 알게 된 이들은 영 구분을 어려워한다.
꽃은 꽃잎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으며 색도 연두빛이어 꽃이 피어도 꽃인지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어서 이를 인상적으로 기옥하는 이도 거의 없다. 하지만 열매가 달리고 나면 누구나 확실하게 물푸레나무를 알아본다. 2-4cm 정도의 길쭉한 날개를 가진 열매들이 무성하여 그 모습만 보아도 이름이 궁금해질 정도로 개성있다.
유명한 나무이긴 하지만 나무가 워낙 크게 자라고 하여 정원에나 공원에 심지는 않는다. 계곡이나 하천변에 조림수로 심거나 자연공원에 심기엔 괜찮다. 목재의 쓰임새가 특별하여 조림수로 권장한다. 목재는 가벼우면서도 단단하여 야구방망이, 볼링 핀 같은 여러 운동기구, 총대나 자루 같은 것을 만드는데 좋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수피를 약으로 쓴다고 알려져 있다. 장염, 설사, 기관지 천식 그리고 여성병이나 통풍치료에도 쓴다고 기록되어 있고 눈변의 치료에 사용된다는 내용도 특이하다.
파주 적성면에 가면 천연기념물 제286호로 지정된 나이가 백오십년이 넘은 아주 큰 나무가 있다. 문득 그 큰 나무의 큰 그늘에 숨어 마음을 푸르게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첫댓글 좋은 정보 잘 보고 갑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