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기남 대주교, 일제협력은 자기 희생이었다
서울대교구, 친일결정통지서 이의 제기
언론, 좌우파 편파 판정에 반박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일제 식민시대 말기 조선총독부의 강요로 이뤄진 노기남 대주교 활동을 이른바 ‘친일 행위’라고 결론지은 것에 대해 서울대교구가 재평가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동아일보는 언론인 남시욱씨의 시론 등을 통해 강력한 지원사격을 했다.
서울대교구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보내온 ‘친일반민족행위 결정 통지서’에 대해 “‘실질적인 내용’은 배제한 채 ‘형식적인 조건’에만 일방적으로 치우친 판단”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대해 서울대교구는 “노기남 대주교가 식민지시대 말기 조선총독부의 강요로 몇몇 단체를 조직해 일제에 협력한 것은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기희생으로, 다른 친일 행위자와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설, 시론 통해 서울대교구 지원
조선일보는 9월 17일자 사설 ‘노기남 대주교를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 규정한 잣대’를 통해 서울대교구의 이의문을 자세히 소개하며 위원회의 편파판정과 무지를 개탄했다.
사설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2005년 노무현 정권에서 대통령 소속으로 출범해 활동하다 오는 11월 활동 시한이 종료된다.’며 그간 위원회는 ‘일제의 강압으로 똑같은 행동을 한 사람들을 놓고 좌파적 인물에 대해선 겉으론 친일 행동을 했지만 뒤로는 독립운동을 하거나 또는 독립운동 인사를 지원했다고 감쌌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표적 좌파적 인물인 몽양 여운형의 친일은 덮어주면서 투옥된 독립지사를 보살피고 독립운동가를 간병하거나 장례까지 치러주며 독립운동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던 노기남 대주교 같은 우파 인사에 대해서는 무슨 이유로 그런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느냐’고 지적했다.
그리고 1947년 잡지 신천지에 소설가 김동인이 여운형의 행태를 고발한 기사를 소개했다.
"일제 말 방공훈련 때 경찰 지휘를 받으며 완장을 두르고 고함지르며 싸대고 있었다.
저럴 때면 좀 피해서 숨어버리는 편이 좋지 않을까"라고 했다는 것이다.
또한 민주화운동에 몸담았던 계훈제씨의 수기 '식민지 야화(野話)'에 "학병 징집을 피해 다니다 여운형씨를 찾아가 상의했더니 '오늘날 우리는 상무정신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 기회에 출정해 현대 전법을 습득하면 유용할 것'이라고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동아일보의 시론 ‘노기남과 여운형’은 “박헌영과 함께 좌익 양 거두 중 한 사람인 여운형은 노무현 정부 때 발족한 친일반민족행위진상조사위의 조사 대상이나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드는 ‘친일인명사전’의 수록 대상 인물에서 제외됐다”며 조선일보 사설과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또한 김수환 추기경의 일화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김 추기경이 생전에 노 주교에 대해 “단순히 그런 것을 보고 친일이라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너무나 가벼운 행동이며, 그런 어른(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만일 그런 잣대로 친일을 규정한다면 자신도 학병을 갔다 왔고, 창씨개명을 했고, 학교 다닐 때 신사참배도 했으므로 이에 해당되지 않겠느냐”고 친일파 선정 기준을 비판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