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로 목욕하는 새가 있다
홍준석입력 2023. 7. 9. 08:00 연합뉴스
국내 산새 4종 개미목욕 모습 첫 보고
기생충 제거·먹이 준비 위한 행동으로 추정
물까치 [촬영 홍준석]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분주하게 움직이는 일개미로 바글바글한 개미집에 단체 손님이 찾아왔다.
검은 머리와 흰 몸에 하늘색 꼬리를 가진 텃새 물까치다. 물까치는 무리 지어 생활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태어난 지 1년 된 자녀새가 부모새 육아를 돕기도 한다.
물까치 가족이 개미집을 방문한 것은 목욕하기 위함이다.
각자 자리를 잡고는 날개와 꼬리를 땅에 닿도록 길게 편다.
몸에 기어 올라온 개미가 포름산(개미산)을 쏘도록 놔둔다.
포름산에는 소독·항균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치면 바디워시를 몸에 바르는 셈이다.
단체로 개미목욕하는 물까치 가족 [한국조류학회지 논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개미목욕하다 개미 먹는 물까치 성조(왼쪽)와 유조(오른쪽) [한국조류학회지 논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9일 한국조류학회지 최신호에 실린 '국내 산새류 4종의 개미목욕 사례 보고' 논문에 따르면 작년 6월 말 경기 양평군에 있는 한 불개미 둥지에서 이처럼 물까치 7마리가 함께 개미목욕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물까치 가족은 부리에 개미를 물고 깃털에 직접 문지르거나 한 번씩 개미를 먹기도 했다.
새가 개미목욕할 때 보여주는 전형적인 행동들이다.
물까치 외에도 같은 날 멧새가, 2018년 강원 횡성군에 있는 한 불개미 둥지에서 어치와 큰부리까마귀가 개미목욕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국내에서 조류가 개미로 목욕하는 모습이 공식적으로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미목욕하는 어치 [한국조류학회지 논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새가 개미로 목욕하는 이유에 대해 깃털과 피부에 기생하는 진드기와 이 등을 퇴치하거나 개미산을 소모해 소화하기 쉬워진 개미를 먹기 위함이라는 가설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개미목욕은 가려우면 긁는 것처럼 본능적인 행동으로 여겨진다.
사람 손에서 자란 새도 개미목욕을 한다는 사례가 보고된 적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물까치처럼 사회적인 종은 개미목욕을 하기 좋은 종과 장소를 고르는 방법을 다른 개체로부터 배우는 것으로 보인다.
개미목욕하는 멧새 [한국조류학회지 논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바디워시'로 활용되는 개미로는 홍개미와 흑개미 등이 있다. 이들 종은 전국에 걸쳐 분포하고 뚜렷하게 구별되는 개미집을 만들기 때문에 새 입장에서 보면 '목욕탕'을 찾기 쉽다는 이점이 있다.
똑똑한 새만 개미목욕을 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200종 넘는 조류가 개미목욕을 하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논문 작성에 참여한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아주 많은 분류군에서 (개미목욕) 행동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에 지능 높은 새가 주로 개미목욕을 한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개미목욕하는 큰부리까마귀 [한국조류학회지 논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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