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와 17대 총선 부산지역구 공천자 등이 23일 부산 대청공원 충혼탑에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23일 부산과 마산을 찾았다. 같은 시각 김근태 원내대표는 광주로 갔다. 정 의장은 이날 부산 대청동 민주공원과 마산시 구암동 3·15 국립묘지를 들렀고, 김 대표는 망월동 5·18묘역을 방문했다. 총선국면을 ‘민주 대 반민주’구도로 몰아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정국으로 가파르게 상승한 지역의 지지율을 다진다는 전략적 측면도 있다.
정 의장은 이날 이번 총선의 의미를 규정했다. 정 의장은 “부마항쟁과 5·18 민주화 운동은 같은 뿌리이지만 그동안 지역주의로 인해 하나가 되지 못했다”면서 “4·15총선을 통해 부마정신과 광주정신이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텃밭이던 영·호남에서 각각 승리, 전국정당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 의장은 이날 대청공원 충혼탑 방문록에 ‘민주주의와 국가안정을 굳건하게 지키겠다’고 썼다. ‘민주수호와 민생안정’을 양축으로 선거전에 나서겠다는 우리당의 출사표인 셈이다.
"민주 대 반민주’ 구도의 선봉에는 이철 전 의원을 내세웠다. 신기남 선거대책본부장은 “공안통인 정형근 의원을 다시는 국회에 내보내지 않는다는 각오”라며 “우리당의 부산 최대 전략지역은 북·강서갑”이라고 강조했다.
신 본부장은 또 “부산을 포함해 전체 예상의석은 130+α”라면서 “그러나 양당의 실수로 지지율이 오른 만큼 자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이 전 의원을 종일 대동하며 깊은 신뢰를 보였다. 기자회견장에서는 이 전 의원이 마지막 발언을 하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총선에서는 부산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어 김부겸 김영춘 이부영 유시민 의원 등과 함께 평화시장으로 이동, 바람몰이에 나섰다. 시장 관계자들과 돼지국밥을 먹으며 “6월 국회에서 반드시 재래시장특별법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APEC 부산유치와 관련해서는 “부산과 제주의 장점을 함께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정 의장은 이날 부산방문에 대해 “헌정질서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인된 마음으로 찾아왔다”면서 “민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박병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