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 C/ Santa Isabel 52 28012 Madrid (34 91 774 10 00)
대중교통 : 지하철 아토차(Atocha) 역, 라바피에스(Lavapiés) 역
개관 시간 : 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일요일은 오후 7시까지)
휴관일 : 매주 화요일, 1월 1 · 6일, 5월 1 · 15일, 11월 9일, 12월 24 · 25 · 31일
입장료 : 8유로 (월-토요일 오후 7시-9시, 일요일 오후 3시-7시 무료, 특별전시는 홈페이지 참고)
홈페이지 : www.museoreinasofia.es
프라도,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과 함께 마드리드의 ‘빅 3’로 불리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의 정식 명칭은 ‘레이나 소피아 미술센터 국립미술관(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ía)’이다. 보통 ‘레이나(왕비라는 의미) 소피아’라고 부르는데, 현재 스페인 왕인 후안 카를로스 1세(Juan Carlos I)의 부인 소피아 왕비의 이름을 딴 것이다. 위치는 프라도 미술관에서 걸으면 십 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다. 이곳은 원래 16세기 스페인 왕 펠리페 2세가 세운 병원이 있던 자리다. 그러다 18세기에 들어와 카를로스 3세(18세기에 마드리드를 재정비한 왕이다)가 사바티니(Francesco Sabatini)라는 건축가에게 의뢰하여 새로운 건물을 지었으며 계속해서 병원으로 사용했다. 그래서 지금도 미술관의 옛날 부분을 ‘사바티니’관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1992년, 지금의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프라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20세기 작품들이 컬렉션의 기반이 되었고 입체주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작품에서부터 제2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 등과 관련된 사진과 잡지, 프로파간다(propaganda) 미술, 라틴아메리카 미술, 그리고 여러 실외 조각까지 폭넓은 현대미술을 소장하고 있다. 그리고 2005년에는 장 누벨(Jean Nouvel)의 설계로 기존의 사바티니 건물에 이어 미술관이 크게 확장되었다.
앞서 이야기한 프라도, 티센 미술관과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을 묶은 ‘파세오 델 아르테(Paseo del Arte)’라는 카드를 사면 각각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것보다 저렴하게 입장할 수 있다. 단 학생 할인을 받는다거나 무료입장 시간을 활용한다면 예외다. 그리고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의 평일 관람 시간은 무려 저녁 9시까지이기 때문에 오후 시간을 알차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무리하게 오전은 프라도, 오후에는 티센, 저녁에는 레이나 소피아 하는 식의 관람은 진지하게 말리고 싶다. 일단 너무 피곤하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한 시간 동안 관람하는 것이 한 시간 길을 걷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그리고 한 미술관이라도 규모가 큰 곳을 오랫동안 보다 보면 나중에는 이 그림이 저 그림 같고, 저 풍경이 이 풍경 같고, 하루에 연달아서 영화를 여러 편 볼 때와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사실 가장 이상적인 미술관 관람은, 하루에 한 화가의 작품만 보는 것이다. 혹은 한 화가가 아니더라도 18세기 이탈리아 미술 혹은 인상주의, 야수주의나 입체주의 등으로 시대나 화파별로 나누어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 곳에 아주 오래 머문다거나 한 미술관을 여러 번 입장할 만한 시간적,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여행자니, 하루에 한 미술관 정도로 타협을 하는 편이 좋겠다.
여행을 하다가 유럽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느낀 적이 몇 번 있는데, 그중 미술이 늘 가까이 있다는 것이 가장 부러웠다. 훌륭한 미술관이 시내의 중심지에 있고, 돈이 없어도 그림을 볼 수 있도록 무료입장이 가능한 시간이 있어서 위에서 말한 대로 하루에 한 화가의 그림만 보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일반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많다.
그리고 또 하나는 미술교육이 우리와는 사뭇 다르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직접 그림을 그리는 교육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본 적이 없으므로 논외로 하고, 미술을 감상하는 교육은 여러 미술관을 방문하면서 많이 봐 왔다. 열 명에서 열다섯 명 정도로 이루어진 그룹이 선생님과 함께 미술관을 방문해서 미술관 소속의 어린이 전문 교육 담당자에게 그림에 대한 설명도 듣고 한 그림을 오랫동안 보면서 그림을 제대로 완상(玩賞)한다. 무엇보다도 부러웠던 것은 이런 과정을 통해 어릴 때부터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법을 알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있던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형용사를 평소에 얼마나 사용하는가? 꼭 그림이나 예술 작품 앞이 아니라도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는 능력이 우리에겐 얼마나 있는 것일까?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평가가 너무 야박한 것은 아닐까?
한 소도시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다지 큰 규모도 아닌 미술관에서 단체 관람을 온 1-2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16세기 종교화를 앞에 놓고 ‘저 부인 참 예쁘다!’, ‘파란색이 너무 멋지다!’ 등 감탄사를 쏟아 놓았다. 아이들이 말한 부인은 성모 마리아였고 파란색은 마리아의 옷에 칠해진 색이었다. 일단 미술사를 공부할 때 느꼈던, 미(美)를 표현하는 초라한 내 능력의 한계가 떠올라서 한 번 좌절, 벌써 그 능력을 갖춘 아이들의 나이가 너무나 어려서 또 한 번 좌절, 게다가 그들 앞에 있는 그림은 다빈치의 모나리자도 라파엘로의 성모도 아닌, 16세기 어느 이름 모를 화가의 그림이었다. 그들은 작품이 유명하다거나 교과서에서 보던 것을 실물로 봐서 감탄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 앞에 놓여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는 감탄사를 내뱉었던 것이다. 아마도 한국 사람을 그 작품 앞에 데려다 놓는다면 대부분은 ‘별로 유명한 그림도 아니잖아. 뭐가 좋다는 거야? 그리스도교 신자가 아니니 종교화를 보고 느낄 만한 게 있나?’라고 할 것만 같다. 우리의 아이들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이 있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이 그림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이라고 해야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이름 모르는 화가의 그림이라도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낸다면 좋겠다. 아름다움을 보고 그것을 다양한 단어로 표현할 줄 알면 좋겠다. 그것을 보고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 일단 아이들이 그렇게 되기 전에 우리 어른들이 그렇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예술 작품을 보고 흠 없고 완벽한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넋을 놓고 있었던 적이 있다. 미켈란젤로의 조각이나 플랑드르 거장들의 그림 앞에서였다. 그다지 강하지 않은 나의 종교심을 활활 불태울 것처럼 강렬한 종교화도 있었다. 그레고리오 페르난데스(Gregorio Fernández)가 조각한 처참한 예수의 모습과 안니발레 카라치(Annibale Carracci)의 〈피에타〉 앞에서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을 오랜만에 찾았을 때, 묵직한 덩어리 같은 것이 목에 걸려 있는 느낌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 그림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바로 〈게르니카〉 앞에서였다.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아..기억이 가물가물 몇년 안되었는데요 그러네요..
게르니카...피카소의 신념을 가장 잘 대변하는 그림이지요! 그 곳에 가서 진짜 그림을 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당
게르니카...그곳서 ㅇ볼 수 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