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서 새만금방조제를 넘으면 부안입니다. 육로로는 김제를 거쳐야 했었는데 방조제가 생긴 이후로는 서로 이웃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부안의 수많은 볼 곳 중에 '새만금이 못 건드린 땅' 변산반도국립공원을 다녀왔습니다.

지금의 새만금방조제(하얀색)로도 길이가 세계 최장이라고 합니다. 네덜란드 압슬루트 방조제가 32km로 세계 최장이었는데 새만금이 1km 길어서 챔피언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거 참 좋아하죠?
1991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전북 지역에 던져 준 사탕이 바로 새만금사업입니다. 그보다 3년 앞선 1988년, 전북도립공원이던 변산반도는 국립공원으로 승격됐습니다. 아마도 이곳이 먼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지 않았었다면 방조제는 비안도를 거쳐 격포로 향했을 겁니다(노란 선). 그러고도 남지 않았을까요?
자, 아무튼 우리는 1930년대 시간 여행, 군산을 거쳐 지질 연혁이 선캄브리아기에서 시작되는 변산반도로 향합니다(정확히는 군산 ⇨ 변산 ⇨ 군산 코스였지만, 뭐 아무튼). 지질 연대에 대한 정확한 지식은 없지만 캄브리아기가 약 5억 년 전이고 先캄브리아기는 그보다 이전이니 '아아아~주 오래 전 옛날'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고사포해변에서 노닐다, 적벽강에서 부안마실길 1km 남짓을 걸어 격포와 채석강에 닿았습니다. 참고로 맨 위 변산해수욕장 일대는 재작년에 국립공원에서 해제됐다고 하네요.

고사포해변도 송림숲을 배경으로 하는 '비교적' 때묻지 않은 해수욕장입니다. '고사포'면 군사지역? 하는 썰렁한 농담을 할 수도 있겠지만, 鼓(북 고)에 絲(실 사)를 써서 옥녀가 장고 치고 가야금 뜯던 곳이라고 합니다. 뒷편 봉우리가 옥녀봉입니다.

해변에 백합 껍데기가 지천입니다. 흰 건물은 원광대수련원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물 위로 하얀 것이 번쩍번쩍 하는 게 보일 겁니다. 물고기가 그렇게 펄쩍펄쩍 뛰어오르더라고요. 동영상으로는 눈으로 본 장관이 표현이 안 되네요.

아! 절경!
적벽강에서 단체 사진 한 방 찍고…

이런 것도 한번 해주고…
이곳 적벽강에는 실제로는 강이 없습니다. 소동파가 노닐던 중국의 적벽강과 비슷하다고 해서 그리 부른다고 합니다. 좋든 싫든 요즘 우리나라 사고의 준거집단이 미국이듯 당시에는 중국이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대국 중국의 절경을 닮은 '조선의 적벽강'이었겠지요. 요즘 '한국의 그랜드캐년'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중국의 강은 한국의 바다, 역시 대국이네요. ^^

천연기념물 후박나무 군락지를 지나…

격포로 향합니다.

격포 지나 채석강!
마찬가지로 채석강도 강이 아닙니다. 이태백이 강물에 비친 달을 잡겠다며 빠져 죽었다던 채석강(이태백은 가는 것도 예술입니다). 그곳과 닮았다고 해서 채석강이라고 합니다. 이것도 한국의 채석강이지요.
채석강에 대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소개글입니다.
억겁의 세월을 파도에 씻겨 온 바위는 지쳐 깎이고 씻겨 해식단애의 아름다운 절벽을 이루었으며, 절벽은 다시 씻겨 동굴을 이루었다. 이렇듯 대자연의 신비와 비밀을 간직한 채석강은 외변산 제일의 경관이다.
수만 권 책을 쌓아 올린 듯한 지층의 흔적. 물이 빠지면 이곳까지 걸어갈 수가 있습니다.



18억 년 전 선캄브리아기에 화강편마암 기층이 형성되고 중생대 백악기에… @#$%^&*
다 아시죠? 무지 오래됐다는 거!

최남선이 조선 10경으로 꼽았다는 변산낙조.
해가 수평선에 닿을 무렵 구름의 배신(?)으로 제대로 된 낙조는 또 다음으로 미루게 됐지만, 요기까지만 해도 감동입니다. 겸손해질 시간입니다.

적벽강 가기 전에 들렀던 부안영상테마파크.
경북궁 근정전을 70%로 재현했다고 하는데 왠지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지 않나요?

영화 '왕의 남자'에서 장생과 공길이의 죽음을 표현한 줄타기 장면 촬영지가 이 곳입니다.
(미안합니다. 이거 어느 카페에서 퍼왔는데 출처를 잃어버렸습니다. ㅠㅠ 너른 양해를…)

바지락죽! 변산이 유명하지요.
30번 국도에서 시골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갑니다. 한 1km쯤.
가는 길에 바지락죽 원조집만 한 10곳은 돼 보입니다.

메뉴는 세 가지!
바지락죽 드시면서 아래와 같이 드시면 됩니다.


바지락회무침이 볼 만하지요? 그냥 해학으로 이해하십시오. ^^
반찬은 뭐 별다른 게 없어서 패스~

후식으로는 백목련꽃잎차를 드십시오.



변산온천산장이라는 이름에서도 짐작되듯 본래 숙박업소였답니다. 숙박 손님을 상대로 끓여내던 바지락죽이 인기를 끌자 아예 식당으로 전업한 케이스입니다. 지금은 숙박 손님 안 받습니다.
주인장께 여쭸습니다. "저 숙박동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허물어 버리든가 해야지 뭐."
아셨죠? 줄까지 서지는 않습니다.
변산반도국립공원은 해안가의 외변산과 내륙의 내변산으로 나뉩니다. 우리는 외변산의 일부만 돌아봤으니 변산국립공원의 채 절반도 못 본 셈입니다.
다음으로 미룹니다.
첫댓글 부안은 기타등등의 이런저런 이유로 제가 참 많이 간 곳입니다. 저정도면 이번 낙조는 훌륭하네요...^^
그건 그렇고 동영상은 어찌 플레이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돌아가질 않습니까? 저만 그런거요?
동영상 시정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