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ta에 들어와서 오티 받고, 나름대로 적응하고 일을 한 지도 벌써 6개월째로 접어들고 있고, 혼자서 일한지도 2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이제는 나름대로 여유라는 것도 생기고, 대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나름대로.. 감이 잡혀가는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투석 간호사로 Acute setting에서 일을 할 때, 한 가지 장점이 있다면 병원에서 제 3자의 눈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병원에서 일반 간호사로 일을 할 때에는 환자에 대한 책임감과 막중한 일 때문에 볼 수 없었던 것을 하나 둘 씩 보게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한 일 중 하나 깨닳게 된 것이 바로 영어권 국가에서 영어를 하지 못할 때 병원에 입원할 경우 겪게 될 일이 무엇인가.. 라는 것입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미국은 다민족이 모여서 만든 국가입니다. 물론 국어로 영어를 쓰고 있지만은, 실제로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60%가 안된다고 하죠.
대충 스페인어와 영어가 대 주류를 이루고 있죠.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경우는 이민자가 많이 몰려 있는 관계로, 한국어, 베트남어, 필리핀어, 아랍어 등등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언어가 섞여 있는 곳입니다.
그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병원이지요.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을 막론하고 아플 수 있는 확률은 모두에게 있으니까요.
병원에서 일반 간호사로 일을 할 때에는 이런 상황이 가끔 짜증나기도 했습니다. 일단 이 사람과 말이 통해야 일차 목적으로 나의 영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둘 째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고, 셋 째로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뭘 원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당황스러울 때에는 환자가 무엇인가를 말하면서 나름대로 고통스러워하는데 그 말이 뭔지 못알아 듣고 있다가 일이 커지는 경우이지요. 물론 day shift를 할 때에는 간혹 translate service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 밤중에 그런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지요?? ^^;;
아뭏든, 그렇다보니 일단 내 일은 해야겠고.. 그냥 막무가내로 약도 주고, assess도 하고 했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만, (모두 아시겠지만..) 워낙 바빠지면 환자의 기분이나 요구 따위는 가볍게 무시되는 것이 다반사였죠. 안타까운 사실은 그 당시에는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입니다.
제 3자의 눈에서 보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더군요.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병원에서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용어가 Okay, Yes, No입니다. 만국 공통어죠....
얼마 전 병원에서 맡게 된 환자가 한 분은 중국분이고, 한분은 아랍어를 쓰는 분인데, 모두 영어를 못하십니다. -_-;;;
뭐.. 제가 하는 말을 단어단어를 픽업해서 알아듣는 수준이니, 뭐 대화가 안된다는 사실은 자명하죠..
그런데 그 분이 폐에 물이 많이 차서 투석도 조금 aggresive하게 받고, breathing treatment도 받는 분이었습니다. 일단 무슨 이상이 있으면 말을 해달라고 설명을 해야 하는데.. 뭐.. 약간의 단어 밖에 모르니..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렇게 됩니다.
"Mr. 000. Pain ? Here? Tell me.. Okay? " 그럼 환자는 "Okay, Okay." 이렇게 말을 하지요.. 그럼 제가 하는 말은.. "Okay.. Good."입니다. 그리고 나서 3시간은 옆에 앉아있는 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물론 투석 중에 무슨 이상이 있어도 말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환자 행동과, 혈압 등을 봐가면서 추측해서 다시 물어보는 거죠.
"Dizzy? 아.. 이 말을 못알아듣나? Cold?" 하면서 그 때 부터 body language를 사용합니다. 그럼 대충.. 맞는 경우도 있죠..
그렇게 있는 와중에 Respiratory therapiest가 들어옵니다. 그 사람은 들어와서 자기가 해야 할 임무는 다 하기 위해 "Mr. 000. I'm going to give you breathing treatment. Okay?" 그러면서 마스크를 집어 들면, 환자는 얘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마스크와 Okay?라는 말을 듣고 'Okay.'라고 말을 합니다.
결국 이 대화는 "Mr. 000.. (*^&%(%)*^) (마스크를 집어 들면서) Okay?" "Okay" 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이 상황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영어 못하는 환자와의 대화는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영어를 할 수 있는 가족이 오면 그 때에서야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이 사람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지요.
이 사실을 보면서 조금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국에서 몸이 아픈 것도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인데, 영어도 못해서 정작 푹 쉬어야 할 환자라는 사람들이 오히려 불안해 하고, 이 사람들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문득 제가 학생간호사일 때가 생각났습니다. 한 병원에서 실습을 하고 있는데, 외국인 노동자였습니다. 한국말을 당연히 못하지요. 영어는 조금 하는 듯 싶었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왔던가?? 먹는 족족 토해서 봤더니 위의 한 부분이 막혀서 음식이 내려가지를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간호사들은 누구 하나 옆에서 영어로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고, 의사들도 뭐.. 설명 거의 안하지요.. 그러니 가족이며 본인이며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몰라 하면서 걱정만 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름대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던 중이라 옆에 있던 가족에게 떠듬떠듬 말을 하면서 안되는 영어로 대충 환자의 상황을 설명해주고, 주의 상황 및 격려를 해 주었던 기억을 합니다. 그 때 그 사람의 얼굴에서 나름대로 상황파악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고 흐뭇해했던 경험이 있었거든요.
몇몇 사람들은 그럽니다. 미국에 왔으면 영어를 하라고.. 대놓고 환자에게 소리도 칩니다 그렇게... 하지만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 오신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영어 못하시는 사람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의료진들이 영어로 말하라면서 냉대를 한다면 어느 한국 사람들이 기분 좋아하겠습니까?
그 뒤로 저는 환자 방에 갔을 때, 가족들이 오면 잠시도 가만히 두지를 않고 짧은 시간이지만 엄청난 양의 말을 합니다. 일단 투석을 할 것이니, 어떤 방식으로 시작을 할 것이고, side effect가 무엇이고, 무슨 증상이 나타날 때에는 꼭 말을 해야 하는 등등.. 계속 옆에서 통역을 하게 만듭니다. 가족이 집에 가거나 투석이 모두 끝날 때 까지 말이지요.. 그리고 영어를 못하는데, 꼭 필요한 의사소통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도 알려줍니다. 일종의 바디 랭귀지를 알려주는 것이지요.. 나름대로 훌륭한 의사소통 방법이 됩니다.
다른 나라 말을 하는 사람과 의사소통 하는 것이 이런 저런 장애물 때문에 원활히 하는 것은 정말 힘들지만, 조금만 마음 씀을 바꾼다면 좀 더 낫게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한국의 임상에서 일하시는 선생님들도, 외국인 환자가 오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더라도 좀 더 세심한 마음을 써 주신다면 분명 환자들이 더욱 편안해하고 믿을 수 있지 않을까요?
생각 없이 일하는 다른 나라 간호사와 틀린 한국 간호사들을 꿈꾸며 장문의 글을 또 썼습니다.
To make better place, let's go Korean nurses!!!
**출처:http://cafe.naver.com/sunny347.cafe**
첫댓글 글쓰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도 지금 실습중인데....., 많은 도전이 되는 군요. 재미나게 그리고 때론 감동적으로 선생님 글을 읽고 있습니다. 그럼 수고하시고 다음 글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