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그리고 소년

[유수진]

시인 윤동주

윤동주는 1917년 12월 30일 간도의 명동촌(중화민국 길림성 화룡현)에서 아버지 윤영석과 어머니 김룡의 맏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윤동주의 호적을 비롯한 각종 공식기록에 그의 출생이 1918년으로 되어있는데 그 이유는 출생신고를 1년 늦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본관은 파평이고 아명은 해환입니다.

소년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서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씻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1939년.

『정본 윤동주 전집』, (홍작학 엮음, 문학과 지성사, 2004)을 참조하였습니다.

작성자: 유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