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12구간(천치재-치재산-용추봉-오정자재)
1.일시: 2021년 11월 26일 금요일~ 27일 토요일
2.참가인원: 매번 써오던 전과 동이라는 글자는 오늘로서 빠이 빠이다. 노자의 '도가도 비상도'라는 말중에 상이라는 말을 멍심해야 한다. 도를 도라고 말하는 순간 개념화된 도가 되어, 생생지역인 상도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번 산행의 참가 인원은 이번 만큼은 늘 그렇지 않다. '그윽한미소' 와 나랑 달랑 둘이서 했기 때문이다. 정맥꾼이 많을 때는 6명까지 있었는데 이제 달랑 둘만 남았다. 우리에게는 중도 폐지는 없다 갈 때까지 가보자!
3.날씨: 아침에는 다소 쌀쌀한 냉기가 느껴지더니 해가 뜨고 나서는 두꺼운 옷이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날이 풀렸다.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비취색 하늘이다. '그윽한 미소'는 한두점 구름이 흘러가야 징그럽지 않다는데 일리 있는 이바구다. 숨을 곳이, 숨쉴 곳이, 그리고 허투루 된 곳이 있어야 이빨이 들어가니깐!
4.산행거리및 시간:
한시간당 2km를 주파했으니 무난한 속도다. 거기다가 보통 2시간이 훌쩍 넘는 쉬는 시간이 삼분의 일로 확 줄어 들었으니 컴팩트하게 산행한 셈이다.
다만 고도표를 보듯이 호남정맥 산군들은 골기가 있고, 고도 차이가 심하고, 미끄러운 낙엽들이 두텁게 쌓여 바쁜 발걸음을 잡아챈다.
정신을 일도하고 산행하니 한번의 알바없이 이번 구간을 마칠 수 있었다. 오정자재 도착 전 480고지에서 본, 강천산은 비취색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힘있게 뻗은 산줄기와 담양호의 파란 물 색깔이 어우러져 기막힌 풍광을 연출한다.
눈 호강이 아닐 수 없다. 배는 부르지 않지만 눈이 부르다.
국화회관 우렁쌈밥정식은 언제나 먹어도 맛있는 정읍의 맛집이다.
이집 대표 메뉴가 우렁쌈밥정식인데 다른 것도 대체적으로 다 맛이 있다. 기본 반찬이 맛이 있으니 다른 것을 얘기하면 입만 아플 뿐이다. 이제는 정말로 정읍하고도 안녕이다. 다음 구간부터는 우리의 아지트는 순창이 될 것이다 .
이곳 정읍을 대 여섯번은 온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낮설지 않고 푸근하고 친근하다.
순곡 생막걸리.
보통 3명 아니면 4명이서 쳤던 당구를 두명이서 친다. 둘이서 치는 진검 승부는 '그윽한미소'에게는 낮설 것이다. 나는 간혹 동네 당구장에서 진검 승부를 하니 경험 많은 내가 유리할 터!
결과는 이대 빵으로 내가 승리했다. 둘이서 하는 진검 승부는 아무래도 경험치가 중요하다. 긴 호흡으로 쳐야 하니 승부처가 오는지 혹은 가는지 예민하게 확인이 된다. 조그마한 변화에도 반응할 수 있다면 그는 게임의 승자가 될 것이다.
숙소로 돌아와서 간단하게 짐 정리하고 내일을 위해 취침.
천치재 도착 오전 7시인데 사방이 칠흑같이 어둡다.
오정자재까지의 코스는 담양호를 에둘러 돌아 나가기 때문에 지금 해는 우리의 오른쪽에서 뜨고 있다.
잠시 착각을 하고 있는데 '그윽한미소'가 방향을 일깨워준다.
여명은 언제봐도 신기하다. 어둠을 서서히 밀어내는 빛의 일렁임, 무위이화의 숨김없는 표현이고 숨결이 아닐 수 없다.
깨어나는 산천초목과 뭇 생령들의 합창 소리들.
이건 뭣이여 시방?
한참 여명의 빛 잔치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
여명 동영상.
산이름 뒤에 서봉이 붙어 있으니 또 다른 치재산이 있다는 반증인데, 헐!
가을이 지나갔음을 그리고 겨울이 돌아왔음을 스틱에 꽂힌 낙엽이 무언의 말을 하고 있다.
그대 이미 지난 가을
눈물로 추억치 말고,
쨍하고 깨질 듯한 맑은 겨울,
그 겨울을 이야기 하자.
치재산 도착 8시 43분.
가마골 생태공원 지도.
이 돌들은 누가 일부러 쌓아 올린 것 같은데, 흔들어 보니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어른 허리 높이로 올렸는데 '그윽한미소'는 여러 사람이 같이 올린 것 같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도력있는 사람이 장난으로 올려논 게 아닌가 싶다.
도사들은 이런 장난을 잘 친다.
안으로 안으로 거둬들이는 반추와 결실의 계절, 산은 역설적이게도 허로 가득차서 속살들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치재산에서 내려 가는길
말굽버섯
사포닌, 베타글루칸, 유기게류마늄, 폴리페놀성분이 풍부하여 항암, 항노화, 면역력 제고, 고혈압, 고지혈, 당뇨, 해열 작용등 이루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효능이 탁월하다.
헐! 따 올걸...
용추봉(560m)
정상 표지판은 세워져 있는데 정작 있어야 할 봉우리 이름은 표지판에 없다.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말은 딱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상호 선전하기 바빠 까먹었나 보다.
푸른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갈색 침잠의 색깔.
수렴과 결실을 안으로 안으로 말아들여 오히려 허로 가득찬 산하대지, 그 갈색의 대지가 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힌다.
동영상
호남정맥의 산군들
480봉에서 바라 본 담양호와 강천산.
강천산이 100대 명산에 드는 이유를 이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파란 하늘과 검푸른 담양호, 강천산의 골기가 어루러진, 힘 있는 능선 파노라마 이것이 강천산의 처음과 끝이다.
강천산 동영상.
부처손.
모든 암을 죽이는 항암 효과, 신장 기능 활성화, 지혈 작용, 혈액순환 개선, 심신 안정에 좋으나 혈행을 개선하기 때문에 수술 앞 둔 사람과 임산부는 섭취를 금해야 하고 소화력이 약한 사람도 피해야 한다고 한다.
이곳 부처손은 지천으로 있는데 사람 손을 타지 않았는지 그대로다.
드디어 오정자재에 도착했다.
도착시간 12시 30분.
순창에서 오후 2시 30분에 서울행 버스가 출발하니 그때까지 이곳에서 탱자 탱자 놀면 된다.
내려선 오정자재는 낮은 곳인줄 알았는데 그래도 해발 고도가 300m이다.
우리 말에 꼴값 한다는 말이 있다. 생긴 값을 한다는 얘기인데, 재라고 이름이 붙었으니 값을 해야하지 않을까 한다!
다음 구간 들머리는 파란 팻말 뒤로 나 있다.
양지 바른 곳을 골라 내가 가져 온 모과주를 날름 날름 먹다보니, 뒷풀이 때 맛이나 보라고 남겨 놀 마음이 싹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파란 하늘과 따스한 햇살을 안주삼아 벌건 모과주를 마시니 신선이 따로 없다. '그윽한미소'는 점점 꽐라가 되어 혀가 입안에서제멋대로 춤을 춘다.
다만 양지 바른 곳을 빌려 준 묘지기 주인장에게 고시래를 안한 것이 마음에 끼어, 이 자리를 빌어 백배 사죄를 드리는 바 입니다.
오정자재 전경
점심을 거하게 먹고도 순창터미널에 도착해서 꽈배기와 도너츠의 유훅을 뿌리치지 못하고 시식하는 '그윽한미소'!
물론 나도 먹었지만서도...
군산 은모래 해물탕집에서 뒷풀이.
역시 푸짐한 해물탕은 맛에 대해서 배신을 때리지 않는다.
좋은 안주와 좋은 친구 그리고 쓴 쇠주 한잔은, 어느 고량진미와 맛을 비교할 것이냐?
분위기에 취해 맛에 취해 있으려니, 실내의 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위드 코로나로 이렇게들 많이 모이는데 다시 코로나가 창궐하지 않을까 삼히 걱정스럽다. 걱정이 다만 우려이길 바라면서 우리의 숙원 사업을 하러 당구장으로 고고씽!
결과는 누가 먹었을까요?
1번 딱선생 2번 바람 3번 그윽한미소 4번 나
답을 맞추는 사람에게 상을 드리겠습니다 밥상을...
나의 집 도착 시간 12시 30분.
첫댓글 무이이화를 위해 허 를 드러내는 산하의 모습들... 허 를 상실하면 자연이 아닌게지
그리고 두 인간이 스스로 그러한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것 같다!!
수고 많았다~~~
그래 둘이서라도 끝까지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