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경찬의 불교문화 한 토막]
매주 목요일 불교문화에 대한 짧은 글을 올립니다.
12. 사천왕과 지물(持物)


<강원 속초 설악산 신흥사 사천왕문>
천왕문에는 네 명의 사천왕이 있습니다. 천왕문에 서 있는 위치는 보통 법당 쪽에서 볼 때 왼쪽 안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지국천왕(동), 증장천왕(남), 광목천왕(서), 다문천왕(북) 순서입니다. 혹은 다문천왕부터 위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찰마다 차이가 납니다.
이들은 각각 비파, 칼, 용과 여의주, 삼지창과 보탑 등을 들고 있습니다. 들고 있는 물건을 지물(持物)이라고 합니다. 이 또한 사찰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경전 마다 다르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가령, <다라니경>제11권(한글대장경257)(349쪽)과 <일자불정륜왕경>제1권(한글대장경197)(24쪽)에 의하면, 지국천왕은 ‘칼과 보배’ 또는 ‘창’, 증장천왕은 ‘창’, 광목천왕은 ‘창과 동아줄’ 또는 ‘창과 금강저’, 다문천왕은 ‘창과 불탑’ 또는 ‘창과 금강저’를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사천왕의 지물은 위 경전과 차이가 많이 나고, 또한 사찰에 따라 약간씩 다릅니다. 그 이유에 대해 두 가지 정도 언급됩니다.
첫째, 그 당시 사천왕을 조성한 시대적 상황에 따른다고 봅니다. 가령 평화로운 시기에는 비파나 보배 같은 것을, 힘든 시기에는 칼이나 창 등을 중심 지물로 하였다고 추측하는 이도 있습니다.
둘째, 경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사천왕을 조성한 이가 나름 융통성을 보였다는 추측입니다.
여하튼 그렇게 다르게 조성하다가 점점 비슷하게 되었다고 봅니다.
현재 우리나라 사천왕은 동남서북(혹은 북동남서) 순서대로 각각 비파, 칼, 용과 여의주, 삼지창과 보탑 등을 들고 있습니다. 즉 비파를 들고 있는 이를 지국천왕(동)이라고 한 사찰도 있고, 다문천왕(북)이라고 하는 사찰도 있습니다. 학자들은 조선후기부터 비파를 든 북방천왕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따라서 대부분 책에는 비파를 들고 있는 천왕을 동방천왕으로 많이 언급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생각해볼 일화가 있습니다. 교과서에 충실한 어느 분이 조계사에 왔습니다. 조계사에는 비파를 든 천왕 안내문에 북방천왕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본 그는 사찰 안내봉사자에게 ‘어떻게 잘못된 안내문을 적어 놓을 수 있나.’고 한 말씀(?)하였습니다.









< 서울 조계사 사천왕 >
문화는 보편성을 가지기도 하지만 다양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내가 아는 것만이 정답이라는 사고는 하나의 편견일 수 있습니다. 내가 아는 것, 또는 내가 본 교과서와 다르다면 그것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아는 것을 내려놓을 때 새로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다음 마곡사 사천왕 손에 있는 이것을 무엇일까요? 물론 '아니 마곡사 사천왕 손에 저것이 있었어?' 하고 놀란 분도 있겠지만. 왜 그것을 조성하였을까요? 상상해보세요. 정답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충남 공주 마곡사 사천왕 >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었습니다_()_
궁금했었는데~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