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으로 경칩(驚蟄)이 지나서 그런지 봄기운이 완연하다. 원래 경칩은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따뜻한 봄기운에 잠을 깨어 팔짝 뛰어오르는 때라고 얘기한다. 그만큼 날씨가 많이 풀렸다는 뜻이지만, 아직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해서 오히려 더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시기에 감기만큼이나 우리를 괴롭히는 증상이 있으니, 바로 춘곤증(春困症)이다. 흔히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고 있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온몸이 나른하면서 기운이 빠지고 실제 자꾸 잠이 쏟아지면서 피곤한 경우가 많다. 특히 의욕이 떨어져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고, 식욕이 떨어져 특별히 먹고 싶은 것이 없기 때문에 잘 먹지 못해 기운이 더 떨어지기도 한다.
춘곤증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소위 ‘양기(陽氣)’ 부족이다. 봄은 모든 기운이 위로 솟아나는 계절이다. 양지바른 곳의 새싹도 돋아나며 여기저기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그런데 겨우내 비축해둔 양기가 부족하면 상대적으로 본인의 기운만 아래로 처지게 된다.
즉 몸속에 상승하는 기운이 부족해 춘곤증이 생긴다고 말할 수 있다. 가끔 아이들의 키를 키우려면 언제 한약을 먹여야 하느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다. 이럴 때 계절적으로는 지금 같은 봄이 키 성장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대답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외부 환경에 맞춰 함께 기운을 상승시키자는 의미인 것이다. 그래서 이럴 때는 모자란 양기를 보충해서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려면 따뜻한 햇볕을 많이 받으면서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 양기를 받은 제철 봄나물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좋다. 《동의보감》에서 봄철에는 늦게 자며 일찍 일어나고 몸을 느슨하게 하고 산책을 많이 하라고 한 것은, 이런 봄철의 따뜻한 양기를 충분히 받아들이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라 하겠다.
춘곤증을 일으키는 두 번째 이유는 수면 부족이다. 전날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하면 그 다음날에 피곤하고 졸린 것은 당연하다. 일반적으로 한여름 더위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 일이 많지만 의외로 봄에도 숙면을 못 취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꿈을 많이 꾸는데 이 또한 수면 부족이라 할 수 있다. 이럴 때는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 등으로 기혈순환을 촉진시키거나,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해주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