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똑똑한 여대생 S는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살아간다.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S는 여학생회 회장에 뽑힌 후, 대구 양반가 출신 미남 학생회장 K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둘은 K의 집에서 극력 반대하리라는 점을 예상한다. 그래서 K가 먼저 S의 어머니와 남동생 ‘나’를 만나 인정받는다. 나도 그를 “형님”이라 부르며 친해진다.
K의 연애를 알게 된 고향집에서는 난리가 난다. 그래서 K는 한참 동안 S를 만나러 오지 못한다. 궁금한 S는 나를 편지 심부름 시킨다. 나는 K가 사는 그의 당숙 집에 찾아갔다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된다.
문 밖에 선 채로 K의 할아버지가 “그냥 두다간 네 신세를 망치고 가문을 더럽힐 터이야! 그래서 하루 바삐 정혼하고 혼수까지 보내었는데, 지금 와서 가느니 마느니 하면 어찌하란 말이냐! 암만 어린놈의 소견이기로… 그 집은 울산에 유명한 집안이라 재산도 있고, 양반으로 가문도 좋고… 이놈! 박살할 놈! 조부모도 끊고 부모도 끊고 일가친척도 끊으려거든 네 마음대로 해보아라!” 하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것을 밖에서 부들부들 떨며 다 들었다.
귀가한 나는 누나에게 그 집이 취하고 있는 조치들을 말해준다.
K가 S를 찾아와, 원하지 않는 결혼을 피하기 위해 멀리 달아날 것이라고 말한다. S는 자기 때문에 부모형제를 버려서는 안 된다면서, 그냥 어른들이 요구하는 대로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라고 한다.
S는 “우리가 오늘날 이렇게 된 것이 당신의 잘못도 아니고 저의 잘못도 아니야요. 그 묵고 썩은 관습이 우리를 이렇게 만든 것입니다.”라고 말하지만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도 못 된다.
K는 마지막 인사 후 떠나가고, S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만다. ✧ 1920년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