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를 찾아서] 광주제일고
‘빛고을’ 광주는 항쟁의 도시다.
일제 치하의 암흑기에서 학생독립운동의 기치를 올린 곳이 광주였고 군부 독재의
틈바구니에서 민주화의 꽃을 피워낸 80년 민중항쟁의 성역도 광주다. 그 역사의 현장에
터를 잡은 올곧은 민족정신의 산실이 광주제일고등학교다.
야구는 광주학생독립운동과 함께 광주일고를 상징하는 또 다른 이름이다. 광주일고의
전신인 광주고등보통학교의 야구는 학생독립운동의 기원과도 관 련이 많고 초창기
야구부원 가운데 다수가 독립운동과 관련해 옥사했다는 기 록이 남아 있다.
지금도 광주일고 선수들은 대회에 출전하기 전 운동장 옆에 세워진 광주학 생독립운동기념탑에
참배를 한다.선배들의 뜻을 기리고 한점 부끄러움 없는 경기를 하겠다는 경건한 의식이다.그래서인지
야구를 대하는 광주일고 선수 들의 자세는 사뭇 진지하다.
?명가의 탄생과 재도약 광주일고에 야구부가 탄생한 것은 광주고보가 설립된 지 3년째인
1923년의 일이다.특별활동 수준으로 행해지던 광주일고 야구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 은 것은 40년대 후반에 접어들어서다.45년 광주서중으로 교명을 바꾼 이듬해 광주
야구의 대부로 일컫는 김양중을 주축으로 야구부를 재결성해 49년 청 룡기 우승을
차지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그러나 한국전쟁으로 인한 혼란 기를 겪으며 호남지역은
야구 불모지로 전락했고 광주일고 야구도 흔적을 잃 어갔다.
광주일고가 야구명가로서 재도약을 하게된 것은 69년 고교야구 육성을 위 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면서부터다.이후 강만식,김윤환,선동열,문희수,이호 성,김기태,이종범,박재홍,서재응,김병현,최희섭
등 대형선수가 끊임없이 나 와 모교의 이름을 빛냈다.83년과 84년에는 문희수 박준태
김선진 이호성 정 회열 등 호화멤버를 구축해 5차례나 전국대회를 제패하는 황금綬?누리기도
했다.
또 하나 특기할 만한 것은 단일 학교로는 해외진출선수를 가장 많이 배출 했다는
점이다.지금은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 동열을 비롯해
주니치의 이종범,뉴욕 메츠의 서재응-재환 형제,애리조나의 김병현,시카고 커브스의
최희섭 등 모두 6명이나 된다.이들에게 광주일고는 자신들이 호연지기를 기른 마음의
고향이다.
?성적보다는 인재를 길러라 78년의 야구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우승이 14차례.초라하다면
초라한 성적 이다.그러나 우승보다 값진 이름들이 과거와 현재의 야구판을 휩쓸고
있고 미래의 기대주들도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모두 성적보다는 제대로 된 인재
를 육성하는 데 야구부 운영의 초점을 맞춘 결과다.
광주일고의 교훈이 ‘다하라 충효,이어라 전통,길러라 실력’이다.
전임 감독들이 늘 그래왔듯 심재혁 감독이 가장 중요시하는 교육도 이 범 주를 벗어나지
않는다.선후배의 예절이 먼저다.누구를 만나더라도 인사를 깍 듯이 하고 어긋남이
없도록 가르친다.이 과정에서 선수들은 역사를 관통하는 힘을 배운다.선배들의 기상이
고스란히 후배들에게 이어지고 이것이 호남야 구를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그렇게 자라난 선수들은 고향을 찾듯 틈만 나면 모교를 찾는다.애정을 갖 고 있는
선배들이 후배들을 지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과정이 됐다.기술 적인 부분은 그런
선배들의 몫이다.프로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훈련방법이 자 연스럽게 접목됐다.감독과
코치는 기본기를 충실하게 다지는 데만 전력을 다 하면 된다.
?삼위일체론 광주일고는 전국의 고교 가운데서도 손꼽힐 정도의 야구환경을 갖췄다.배
수가 잘되는 운동장,합숙시설,체육관,실내연습장은 물론 라이트 시설까지 갖 췄다.모교의
상징인 야구를 잘 육성하자는 동문들의 의욕과 학교측의 지원, 학부모의 열성이 잘
어우러진 결과다.
동문들은 야구부에 대한 재정지원을 최대한 이끌어내 학생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줬고,학교측에서도
성적보다는 제대로 된 선수를 길러내고 있다 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학부모들도
아들이 광주일고에서 야구를 한 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받아들인다.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침이 없는 완벽한 정립(鼎立)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전통을 잇는 힘이다.
?전통은 대물림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통은 그저 단순히 대물림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모두
전통의 힘을 믿고 있었지만 바로 그곳에서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광주지역의 학생들은 광주일고를 꿈꾸며 야구를 한다.선수들을 스카우트하 는 데
그만큼 유리했다.여기에서 맹신이 싹텄다.최근 몇년간 전국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자 이내 선수들의 진학 문제가 골칫거리로 대 두됐다.선수들이나 학부모들은
꿈만으로 야구를 하지 않았다.제도의 허점은 현실이었다.
이제 광주일고 야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 음으로
스카우트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강도 높은 합숙훈련을 시작했다.과거 를 추억하기보다는
또다른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서다.그래서 새로운 전통을 준비하는 오늘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된다.
"퍼온글 입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