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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사찰문화 스크랩 청도 운문사 기행
金成珉 추천 0 조회 15 07.10.27 07:2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 운문사로 들어가는 소나무 길.
ⓒ2007 김준희
아침에 잠에서 깬 것은 8시 20분경 이었다. 아침 식사는 8시 30분부터고 일정의 시작은 9시 30분부터다. 시간은 넉넉했지만 아침 식사는 거르기로 했다. 속은 울렁거리고 머리는 띵하다. 자리에 누운 채로 올려다보니까 천정이 한바퀴 빙글 도는 느낌이다. 전형적인 숙취 증상. 역시 밤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다음 날 오전에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다. 오늘의 첫 일정은 운문사에 가는 것이다. 짐을 챙기고 나와서 식사 대신에 자판기 커피를 한잔 마시고 승합차에 올랐다.

운문사는 역사가 무척 오래된 절이다. 신라 진흥왕 시대에 창건되었으니 무려 15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사찰이다. 그만큼 여러 개의 유물과 천연기념물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운문사의 독특한 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운문사는 현재 비구니 승가대학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약 260여명의 여승들이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쭉 뻗은 소나무 숲길을 달려가니 운문사가 나왔다. 한쪽에는 경내 약도가 커다랗게 그려져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중 절반 이상은 일반인 출입금지라고 한다. 역시 여승들이 많은 곳이라서 그런지 통제를 엄격하게 하는 것 같다.

여승들이 주는 막걸리를 216리터씩 받아먹는 소나무

▲ 운문사의 명물, 처진 소나무
ⓒ2007 김준희
▲ 운문사의 대웅전
ⓒ2007 김준희
경내로 들어서자 먼저 보이는 것은 처진 소나무다. 천연기념물 180호인 이 소나무는 운문사의 명물이기도 하다. 나이는 약 500살 가량 되었다는데 마치 우산을 펼쳐 놓은 것처럼 모든 가지들이 밑으로 처져있는 모습이다. 달리 보면 꼭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해마다 이 소나무가 막걸리를 먹는다는 사실이다. 일년에 한번 봄에 여승들이 열두 말의 막걸리를 부어준다고 한다. 한 말은 약 18리터니까, 열두 말이면 대충 216 리터가 된다. 해마다 여승들이 주는 막걸리를 216리터씩 받아먹는 소나무. 어찌 보면 참 팔자 좋은 소나무다. 가지들이 저렇게 처진 것도 막걸리를 많이 먹어서 그런 것 아닐까.

운문효종과 보물로 지정된 3층 석탑을 둘러보고 대웅전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잠시 후 대웅전에서 여승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아침 예불을 마치고 나오는 것일까. 수십 명의 여승들이 나와서 일렬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물론 이 여승들은 운문사에 들어와 있는 우리 일행을 본 척도 하지 않는다. 일반인들의 시선에는 익숙한 것일지도. 그렇더라도 이 여승들이 일제히 한 방향으로 걸어가는 모습은 그 자체가 장관이었다. 아마 운문사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일지도 모르겠다.

여승들이 가고 있는 장소는 역시 일반인 출입금지인 곳이다. 여승들이 들어가는 문은 해탈문이라고도 부르는 불이문(不二門)이다. 마지막 여승이 그 문으로 들어가면서 '일반인 출입금지'라고 써진 팻말을 들어 문을 가로막았다.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여승들은 그 문 너머로 사라졌다. 해탈로 가는 길. 속세와의 단절.

딸기를 따는 것도 노하우가 필요해

▲ 해탈문으로 들어가는 승려들. 왜 아무도 뒤를 돌아보지 않을까.
ⓒ2007 김준희
우리일행도 여승들처럼 줄지어서 밖으로 나왔다. 사찰에서의 조용했던 시간도 잠시, 식사장소로 이동하자 그곳에는 푸짐한 삼겹살이 준비되어 있다. 커다란 솥뚜껑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구워지는 삼겹살 그리고 이 지역 명물이라는 한재 미나리와 된장국이 있다. 양조장에서 직접 받아왔다는 막걸리도 한 주전자 나왔다. 어제 밤에 마신 술도 아직 덜 깬 상태인데 또 막걸리를?

이주제주(以酒制酒). '술로 술을 다스린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투명한 유리잔에 막걸리를 따라서 모두들 한잔씩 마셨다. 막걸리와 미나리를 곁들인 삼겹살 그리고 두부와 된장국으로 배를 채우고 우리는 다시 이동했다. 다음 장소는 딸기밭 체험이다.

▲ 점심으로 먹은 푸짐한 삼겹살과 막걸리
ⓒ2007 김준희
딸기밭 체험이란 것은 글자그대로 딸기밭에 들어가서 딸기를 따서 먹고 플라스틱 그릇에 원하는 만큼 담아가는 것이다. 딸기는 청도에서 재배되는 대표적인 농산물 중 하나다. 청도에 오면 계절별로 이런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봄에는 딸기, 여름에는 복숭아, 가을에는 감, 겨울에는 고구마 이런 식이다.

일행이 들어간 곳은 커다란 비닐하우스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이라서 즉석에서 따서 먹어도 괜찮다고 한다. 이미 막걸리와 삼겹살로 배가 두둑한 상태다. 난 그냥 비닐하우스 안을 걸어다니면서 구경했다. 딸기를 따는 것도 노하우가 필요한 일이다. 어떤 딸기는 크고 어떤 딸기는 작다. 또 어떤 딸기는 빨갛게 익었지만 어떤 딸기는 아직도 하얀 상태다. 이런 것들을 잘 골라가면서 크고 빨간 놈으로만 그릇을 채우려면 상당한 센스가 필요할 것이다.

감 말랭이 공장 견학을 마지막으로 끝난 청도 팸투어

▲ 비닐 하우스에서의 딸기밭 체험
ⓒ2007 김준희
▲ 잘 익은 딸기
ⓒ2007 김준희
다음 일정은 감 말랭이 공장견학이다. 감 말랭이는 청도반시를 3~4등분 한 후에 말린 것이다. 간식으로도 군것질로도 좋은 음식이다. 감을 말린 것이라서 곶감을 연상할 수도 있겠다. 곶감은 통째로 말린 것이고 감 말랭이는 3~4등분 한 후에 말린 것이다. 곶감은 안에 씨가 들어있지만 감 말랭이는 씨가 없다. 그리고 곶감보다 떫은맛이 덜하고 더 쫄깃하면서 달콤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간식으로 적당한 식품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공장 안에서는 아주머니들이 일을 하고 있다. 기계를 이용해서 감 껍질을 벗기고 칼로 꼭지를 도려낸다. 다른 쪽에서는 역시 기계를 이용해서 감을 3등분 하고 있다. 이렇게 잘려진 감을 건조시키면 바로 감 말랭이가 되는 것이다. 청도가 감으로 유명한 만큼 감을 이용해서 다양한 특산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 3 등분 후에 말리기 시작하는 감 말랭이
ⓒ2007 김준희
▲ 다 말리고 나면 이런 모양이 된다. 하나 집어 먹으면 꽤 달콤하다.
ⓒ2007 김준희

감 말랭이 공장을 둘러보고 나서 석빙고를 거쳐서 우리는 청도역으로 향했다. 어느덧 시간은 오후 4시. 동대구를 거쳐서 다시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 다른 관광지가 그런 것처럼 청도도 1박 2일로 둘러보기에는 좀 빠듯한 감이 있다. 먹을 것도 많고 체험할 것도 많고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은 장소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청도에 다시 와서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와인터널에 들어가서 느긋하게 감와인을 한잔 마시는 것이다.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천천히 와인을 맛보고 싶다. 와인에 취하고 음악에 취할 만큼. 그리고 청도에 취할 만큼.

0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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