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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랜드에서 부르는 노래/ Song from the Lotusland](도서 출판 청어)는 캐나다 한국 문인 안봉자(Bong Ja Ahn) 시인의 아홉 번째 저서이자 네 번째 한영대역 시집이다. 이 책에는 지난 20여 년간 시인이 쓰고 번역하여 캐나다의 한인 여러 신문들을 비롯하여 미국, 호주, 몽골, 헝가리 문예지들에 게재했던 300여 편의 영한시 중에서 직접 선별한 60편의 시가 수록되었으며, 캐나다 이민 50주년과 아울러 결혼 50주년을 자축하기 위해 엮은 기념비적 작품집이다. 2020년에 편집을 끝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출판이 2년이나 늦어졌다.
* 로터스랜드: 서부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British Columbia)의 항구 도시인 밴쿠버의 애칭이다. 온화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좋은 사회적 구도 및 세련된 디자인의 도시 밴쿠버에 붙여진 별명이며, '로터스 랜드(Lotusland)'라는 말은 그리스 고대 시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 9권]에 나오는 'Lotus-eaters(연꽃 먹는 사람들)'에서 어원을 찾는다.(안봉자 시인 각주)
안 시인은 1970년, 이십 대 중반에 캐나다로 이주했다. 그 무렵에 온 대부분 한인 이민자들이 그러했듯이 유일한 자산인 젊음을 송두리째 저당잡히고 땀으로 범벅된 도전의 삶을 살았다. 한국에서 간호사였던 시인은 밴쿠버 커뮤니티 칼리지(VCC)에서 4년제 덴탈-테크니션(Dental-Technician) 과정을 마치고 덴탈-테크니션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세 아이의 어머니로, 칠 남매의 맏며느리로 열심히 뛰었다. 그러다가 시력이 극도로 나빠져서 직장생활을 접고 뉴스 전문 서점을 5년간 운영하기도 했다. 그렇게 땀과 도전으로 점철된 30여 년을 살다가 조기 은퇴하면서 2001년 문인의 길로 들어섰다.
"어떤 시들은 영어로 먼저 감각이 와서 영어로 쓴 뒤 나중에 한국어로 번역했고,
또 어떤 시들은 한국어로 먼저 쓴 뒤 나중에 영어로 번역했다.
그들이 어떤 언어로 먼저 시작되었냐에 관계없이, 이중 언어와 이중 문화권 속에서 살아온
나의 시들은 두 언어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용 발췌: [로터스랜드에서 부르는 노래(Song from the Lotusland)] 시인의 말 중에서
'내가 아닌 것들로/ As an Inter-Being of Many a Non-I': 2002년에 쓴 이 시는 2008년 밴쿠버 협동조합 라디오(Vancouver Co-op Radio)의 세계 시 낭송 라디오 카페 쇼(World Poetry Radio Café Show)와, 2012년 UNESCO 세계 모국어의 날(the International Mother Language Day) 행사에서 World Poetry Reading Series Society 대표회원으로 낭독하여 그때마다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누구나 자신이 살아온 궤적을 돌아보면서 한 번쯤은 "나는 내가 아닌 것들로 내가 되었어요." 이렇게 독백하지 않는가. 이렇게 짧디짧은 시에서 가슴이 먹먹해질 수 있다니 놀랍다.
['내 안의 속삭임(Whisper from Deep Within)': 이 시는 2018년 밴쿠버 타고르 협회 시 공모전에 입상했다.]
"...//나의 꿈이 삶의 장터에서 길 잃고 헤맬 때/ 나를 넘어지지 않고 버티게 해준 것은/ 어릴 적에 들려주신 네 아버지의 말씀이었네... // 뒤늦게 옛꿈을 찾아 나선 나/ 이제는 가슴 깊은 곳 내 어머니의 속삭임을 듣네..." 1970년대 아직 이민이 생소하던 시절, 캐나다에 새 터전을 잡은 시인은 오랫동안 삶을 위해 외면해야 했던 어린 시절에 꿈꾸던 시인의 길을 오십이 넘은 나이에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시어 속에는 평생을 잊지 못한 사랑처럼 시를 향한 염원이 심연에 깔려있다.
[안봉자 시인의 제3 영한시집 [프레이져 강가에/ By the Fraser River]에 실린 시, '詩에 몸이 달아'는 그녀의 거의 모든 글 속에서 숨기려야 숨겨지지 않는 시를 향한 열병을 극명히 보여주는 워딩이다.]
국제 작가네트워크 캐나다 협회(Writers International Network (W.I.N.) Canada)의 창립자이며 초대 회장인 시인 애쇼크 바가바(Ashok K. Bhargava)가 쓴 [로터스랜드에서 부르는 노래/ Song from the Lotusland]의 '서문' 중에서 추천사 일부를 여기에 소개한다.
"내가 안 시인을 처음 만난 것은 2003년, 써리시 공립도서관 '스트로베리 힐'로 초청하여 시 낭송하도록 했다. 그 후 20년 가까이 함께 문학 활동을 해오면서 나는 그녀의 삶 속에 담긴 향기로운 봄꽃의 아름다움과 가을 단풍잎의 타는 정열과 겨울 울새(song bird)들을 유혹하는 윤기 흐르는 붉은 과일의 달콤함을 발견했다. 이 책의 시들은 한 대륙에서 또 다른 대륙으로 이동하며 펼쳐지는 안 시인의 흥미진진한 여정과 그녀가 이민의 땅에 새 뿌리 내리며 느껴야 했던 당혹감 및 사랑과 연민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시인이 느끼는 봄꽃의 향기로움은 더 깊은가? 시인이 느끼는 가을 단풍의 붉은 기는 범인들이 느끼는 붉은 색깔보다 더 짙은 것일까? 평범한 주변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시인의 시선이 부럽기만 하다.
'어느 한국산 향나무의 자서전': 이민자의 삶은 옮겨 심어진 나무로 비유되곤 한다. 시인도 자신을 "키 큰 삼나무들 사이에 옮겨 심어진 한국산 향나무"에 비유한다. '머리 꼿꼿이 들고, 허리 펴고, 푸른 향내 품는 일 쉽지 않았다.'라고 독백하며, 그런데도 '여기 단풍잎의 나라는 살붙이고 정들인 제2의 조국'이라고 고백한다. 이역만리 타향에서 제2의 고향을 이루고 살아가는 이민자들의 노래는 자신이 뿌리내려야 할 이민지에 대한 끈끈한 애정에 모국을 향한 애틋한 향수를 더한 사모곡과 다름이 없다.
안봉자 시인은 2003년부터 캐나다 밴쿠버의 [코리아미디어], [중앙일보], [플러스뉴스], [밴쿠버 한국일보], [밴쿠버 조선일보] 등 다섯 주요 교포 신문과 토론토의 [부동산 캐나다 한인뉴스], [캐나다 한국일보] '문협광장'의 필진으로 문학 칼럼을 집필했으며, 현재 (사)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지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토론토), 밴쿠버 타고르 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안 시인의 문학 활동은 한인 커뮤니티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 64개 민족시인 400여 명으로 구성된 WPRS(World Poetry Reading Series Society: 세계 시 낭송 작가 협회)의 정회원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유일한 한국인 시인이다. 그녀는 시낭송 행사에서 반드시 영어와 한국어 시 발표를 병행함으로써 타민족 작가들로 하여금 한국 시를 인식시켰다. 그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활약한 캐나다 사회의 문학 활동을 인정받아 세계시대사 메달상(2008), 세계시낭송협협회 평생공로상(WPRS Life Time Achievement Award, 2009), 국제작가네트워크(W.I.N) 우수시인/수필가 상(2012), 제21회 해외한국문학상(2012), 그리고 리치몬드市 예술상(2015) 등 다수 문학상을 받았다.
[2013년 세계시 낭독협회에서 소개된 안봉자 시인의 제2 한영대역시집 [시인과 종이배(Poet and Paper Boat)],
이미지 출처: The World Poetry Reading Series Society https://worldpoetry.ca/?tag=bong-ja-ahn]
[2022년 8월 20일 안봉자 시인의 제4 영한대역 시집 [로터스랜드에서 부르는 노래]의 온라인 출간기념회, 사진: 통신원 화면 캡처]
안봉자 시인이 활동하고 있는 (사)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지부(회장 임현숙)의 주관으로 안봉자 시인의 제4 영한대역 시집 [로터스랜드에서 부르는 노래/ Songs from the Lotusland] 온라인 출간기념회가 있었다. 문협 회원들과 영어권 시인들이 함께 어울려서 [로터스랜드에서 부르는 노래/Songs from the Lotusland]에 수록된 시들을 한국어와 영어 버전으로 낭독하며 음미하고 축하했다.
특히 미국에서 활동하는 시인 Betty Scott, C.J Price, Shannon Stewart가 시 낭송에 참여하여 자리를 빛내주었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미국 워싱턴 주 벨링햄(Bellingham) 거주 시인이며 작가, 교육자, 교정사 (Editor)인 베티 스콧(Betty Scott)은 "안봉자의 시들은 그리움과 열정으로 그녀가 지나온 인생 행로 위에 모험적인 실타래를 풀어서 독자에게 제공한다. 타고난 시적 재능의 눈을 가진 안시인은 장미, 조수(潮水), 민들레꽃, 밤하늘의 오로라 등의 이미지들에 우리의 희망을 심어준다."라고 의견을 나눴다.
문협의 이인숙 시인이 안 시인에게 질문했다. "영어를 제2외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으로 영어 시가 한글만큼 마음에 와닿기 힘든데, 언제쯤에 영문 시를 읽을 때와 영문 시를 쓸 때 교감의 정도가 새삼스러워지셨는지 궁금하다." 이에 안봉자 시인은 "나는 1970년에 '캐나다 신이민 정책, 점수제'의 물결에 휩쓸려 이민 왔다. 당시엔 백인우월주의 등 이민자에게 차별적인 분위기도 있었고, 생계 문제가 급했으며, 캐나다에서의 새로운 삶의 시작을 위해 나와 남편은 현지에서 필요한 전문직을 갖기로 작정하고, 나는 VCC로 남편은 BCIT로 각자 전문대학에 입학하여 다시 공부했다. 이때 현지인들과 접촉하게 되었고 떠밀리듯 영어를 공부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는 직장생활을 하며 아이들 낳고, 시부모님을 모시는 등 30년간 생활의 늪에 빠져서 밤낮없이 참 열심히 살았다. 그 와중에 내가 학창 시절부터 꿈꾸던 시(詩) 쓰는 일은 생각하는 것조차 사치였다. 내가 조기 은퇴 후, 캐나다 현지 영어권 시인들과 어울리며 이중언어로 시를 써 온 지도 어언 20년이 넘었다. 언어와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이민지에서 영문으로 詩를 창작하는 것은 또 한 번 부딪혀야 할 큰 도전이었지만, 나는 참 열심히 이중 언어로 창작해 왔다. 지난 30년 동안 가슴 속에 잠자던 '문학'이라는 휴화산이 펑! 터지기라도 하듯 열정을 분출했다. 마치 유일한 삶의 목표처럼 시에 매달렸던 것 같다."라고 시와 함께한 열정의 20여 년 세월을 거침없이 요약했다.
한국과 캐나다의 차이에 대하여 직업병적으로 관심이 많은 통신원은 궁금했다. 그래서 영어권 시인들과 교제하면서 느낀 시인의 소회를 물었다.
시인은 "현지 시인들은 담담하고 솔직하다. 잘하면 잘했다, 못하면 못 했다고 툭툭 털어놓고 보여주며 감추는 것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배우기 쉽다. 한국 사람들은 부끄러워서 감추기도 하고, 주눅도 들지 않는가. 여기 사람들은 겨울에도 내 기분이 내키면 비키니를 입는 것처럼, 그런 자유분방함이 시 세계에도 그대로 있다. 내가 좋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영문 시 창작에는 끝이 없다. 알고 있지만 마음에 있는 걸 영어 시어로 제대로 표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땀 흘리며 노력할 뿐이다. 누군가 영문 시를 쓰고자 한다면, 자꾸 고치면서 쓰고 또 쓰라고 조언하고 싶다. 자기와 주파수가 맞는 시를 찾아서 읽으라고 격려도 하고 싶다."라고 후배 시인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온라인 출간 기념회에서 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 지부의 임현숙 회장은 "시란 영혼의 울림을 노래하는 것이기에 누구나 쓸 수 있지만, 모두 시인이 되는 건 아니다. 더구나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시를 창작하는 것은 젓가락으로 콩을 집는 것처럼 섬세한 작업이어서 영어권에 살면서도 한 편의 영문시도 쓰지 못하는 시인들이 많다."라고 캐나다에서 이중 언어로 문학 활동하는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고 모국어와 영어, 2중 언어로 시집을 발간하며 활동하는 안봉자 시인에 대한 존경과 찬사의 말로 인사했다.
한국문협 밴쿠버지부의 회장직을 역임했던 강숙려 시인은 최근 한국으로 역이민했는데, 새 둥지를 튼 태안에서 축하의 글을 보내왔다. "한인 1세대로 50여 년의 아프고 외로웠던 세월의 인생 삽화를 그려낸 주옥같은 시들에 경의를 표합니다. 캐나다 이 동토의 땅에 한인 빌리지가 들어설 만큼 자라 온 것도 이민 1세대의 피땀의 결과라 여겨보면, 참으로 장한 한인상을 받아 마땅하다 싶습니다. 때로는 얻으며 혹은 잃어가며 청춘을 바쳐 온 이민의 삶을 살아온 안 시인은 이제 로터스랜드에서 조용히 노래하며 안주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제대로 된 영어 한마디 해보지 못하고 살아 온 나로서는 안시인의 영시 앞에 고개를 절로 숙입니다. 참으로 대단한 여류가 캐나다 밴쿠버에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더욱 매진하여 더 좋은 시들을 영혼에 담아 쓰시길 기대하며 안봉자 시인의 남은 세월에 축포를 올려드립니다." 타향살이 속에 공통의 취미를 향유하고 의지했던 문우의 정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어서 마지막으로 안봉자 시인은 "우리가 함께 문학을 하고 피를 토하듯 짜 올린 한 수의 시어를 건져 올리며, 서로 위안이 되고 격려가 되는 시간을 나눈다는 것은 예사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갈 길이 먼 이중언어 시인의 외로운 길에 응원해주시는 여러분이 있어 힘이 됩니다."라고 답사했다.
[안봉자 시인 캐나다 20여 년간 문학 활동 및 발간 저서 9권의 표지]
[9월 10일 추석날 아침, 성묘하기 위해 부모님 산소를 찾은 부부를 찾아갔다. 캐나다 서부 한인 이민사 초창기에 밴쿠버에 정착하여 삶을 일구고 살다 보니 어느덧 5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며, 사진 촬영을 쑥스러워하시는 안 시인과 시인의 남편 이진우 씨의 캐나다에서의 추석 성묘 모습을 담고자 포즈를 부탁하여 몇 컷 찍었다.]
[올해 결혼 기념 50주년(金婚)을 맞이한 안봉자 시인과 남편 이진우 씨, 사진: 통신원]
안봉자 시인의 [로터스랜드에서 부르는 노래 / Song from the Lotusland] 시집 발간회에 직접 참석하고, 따로 개인적으로 만나 이야기도 나누면서 실로 경이로웠다. 전 세계에서 두 언어의 시를 쓰는 시인들의 일생을 일면목 엿보았을 뿐인데도 말이다. 이민자 삶의 고단한 일상에서도 시인은 시 꽃을 피우기 위하여 수많은 밤과 새벽을 뒤척였을 것이다.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의 벽을 뚫고 내가 택한 타향 나라에서의 삶에 뿌리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순간들을 시로 승화시켜 써 내려간 그들의 문학 인생! 통신원 역시 이민자의 세월이 어느덧 15년 흘러간다. 문학을 사랑하는 한 명의 문학도로서 시인의 삶과 노력은 존경스러웠다. 시를 좋아하는 한 소녀가 30년이라는 긴 이민 인생의 과제를 이행한 뒤에 뒤늦게 시인의 꿈을 실현하고자 혼신의 힘으로 피워 올리는 안봉자 시인의 시어들은 아름답고도 숙연하다.
2022년 9월 재외동포재단 스터디코리안 해외통신원리포트
https://study.korean.net/servlet/action.cmt.ReporterAction?p_tabseq=143&p_menuCd=m41101
첫댓글 김진아 기자님의 취재기를 읽어가다 안봉자 시인님의 시에 스며든 삶과 인생을 엿보게 되었습니다.
김 기자님께서 "문학을 사랑하는 한 명의 문학도로서 시인의 삶과 노력은 존경스러웠다. 시를 좋아하는 한 소녀가 30년이라는 긴 이민 인생의 과제를 이행한 뒤에 뒤늦게 시인의 꿈을 실현하고자 혼신의 힘으로 피워 올리는 안봉자 시인의 시어들은 아름답고도 숙연하다." 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안봉자 선생님, 존경합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고 아름다운 밴쿠버에서 오래오래 선생님의 아름다운 노래가 흐르기를 기도드립니다.
영원한 복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
김 기자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