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우지질공원(野柳地質公園) 이란 일필휘지로 흘려 쓴 글씨체만 봐도 마음이 녹아든다. 野柳란 어휘는 어감이 야시시해서 더욱 심장을 파고든다. 언제나 들판을 좋아하고 천변의 수양버들에 마음 적시며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탓이리라. 국립현충원 수양벚꽃은 해마다 찾아가도 새로운 감동이었다. 그러나 이 공원에서는 버들이란 뜻보다 다른 광범위의 뜻이 있으리라 짐작한다. 해남의 땅끝마을에 온 착각이 들 정도로 따뜻하고 정겹다. 확 트인 바다에 국내에서 못 보던 퇴적층이 장관이다. 어떤 양질의 세제가 사람 허파를 이렇게 깨끗이 씻어줄까. 해파랑길을 걸으며 바다에 환호하던 때보다, 울산 대왕암 바위에 압도당하던 그때보다, 채석강의 주상절리를 보면서 마음의 가슴을 한 겹 한 겹 접어보던 그때보다 더 감동이다.
어느 사막에 온 듯도 하고, 다른 행성에 놀러 온 기분도 든다.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이 쨍하고 세대를 뛰어넘어 나타났던 곳 같기도 하다. 돌을 뒤집으면 거북손도 전복도 붙어있을 것 같다. 바위가 초록으로 물든 건 이끼 때문일까. 어떤 식물이든 해를 보면 초록으로 변하는 건 만고불변의 이치다. 저 바위에 내려가 종일 앉아 실뜨기도 하고 싶고 '파도야 춤을 추어라~' 노래도 부르고 싶다. 문득 이 장관을 보여 주고 싶은 푸네기가 한둘 고개를 든다.
위 여왕머리 앞에서 사람 없을 때 사진 한번 찍으려던 희망은 요원하다. 더 이상 못 들어가게 경계를 돌로 만들어놓아서 빵 터졌다. 잘 보존하려면, 확실한 경계선을 만들어야 하지만 자연 속에다 인위적인 설치물을 넣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인다. 그러나 이 자연 유산을 지키기에는 너무 허술한 경계석이다.
파도의 침식작용과 풍화작용에 의해 독특한 모양의 바위로 생성된 것으로 파도의 조각솜씨를 즐긴다. 여기저기 포토존이 너무 많아 콜라주로 모아서 올려본다. 거북등 모양도 있고 빨간 줄이 그어진 것은 경계선이다. 더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