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새해가 되면 원대한 계획을 세웁니다.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목표는 바로 [아침형 인간이 되기]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차도 한잔 마시고, 명상도 하고, 글도 쓰면서 하루를 힘차게 시작하는 것. 그게 바로 제가 추구하는 멋진 삶의 전제조건입니다.
하지만 결국 작심삼일로 끝납니다. 결국 나는 항상 왜 그럴까, 왜 또 잠들었을까 하는 자책을 합니다. 그렇게 매일을 불행하게 시작합니다. 일어나야지, 하면서 소파에 앉아 병든 닭처럼 한 시간을 내리 꾸벅인 적도 있습니다. 그 충격적인 광경을 본 아내가 사서 고생하지 말고 차라리 누워서 편하게 자라고 하면서 어리석은 저를 일깨워 주기도 합니다.
법륜스님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무슨 방법이 필요하냐면서 그냥 빡! 하고 일어나라는 지혜의 말씀도 알려주셨지만, 저에게는 아무 소용 없습니다. 그저 잠언 말씀처럼 ‘게으른 자여, 좀 더 자자, 좀 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 더 눕자’라고 할 뿐입니다.
이상과 현실은 이렇게 다른가 봅니다.
고민이 됩니다. 이제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첫 번째 선택지는 어차피 오르지도 못할 나무,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충분히 편하게 자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좋게 좋게 살아가는 것이 더 지혜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선택지는 법륜스님 말씀처럼 단칼에 일어나 아주 모범적인 삶으로 탈바꿈하는 것입니다. 매년 실패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이 발목을 잡습니다. 인생이 얼마나 보람차게 변할까 하는 장밋빛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하지만 나는 이 두 선택지를 고르지 않습니다. 부끄럽게도 아무도 모르는 숨겨진 세 번째 선택지, 즉 [매일 자책하면서도 실천하지 않기]를 골라서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추진하는 중입니다.
그럼,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른 걸까요?
TED 강의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조시 카우프는 “우리는 선사시대부터 포식자의 습격을 대비하기 위해 필요하지 않는 경우 에너지 낭비를 피하도록 진화해 왔다"라고 합니다. 즉, 게으름은 우리 유전자에 새겨진 당연한 천성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게으른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해 주니, 매우 솔깃합니다.
게으름을 이겨낸다는 건, 인류가 근 100만 년 동안 켜켜이 쌓아온 전통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동이라는 말이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포식자’가 없는 세상입니다. 그런데도 늘 게으르니, 몸은 늘 편하지만 마음은 늘 불편합니다.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성에 따라 ‘그냥’ 살아는 게 현실입니다. 여유시간이 생기면 누워서 티브이를 보거나, SNS를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국민의 60%가 스마트폰에 게임을 설치해서 열심히 매달리기도 합니다.
나를 위해 시간을 사용하지 않고, 쉼과 힐링을 강조하면서 시간을 그저 흘려보냅니다. 모두가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하는 다이내믹 코리아에서는 당연한 관습일지도, 꼭 필요한 여유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모두가 그 옛날부터 이어져 온 게으른 천성으로 편함을 좇아 살아가는 세상에서 ‘나라도’ 부지런하게 산다면 어떨까요?
모두가 잠을 잘 때 나는 홀로 새벽을 깨우고, 모두가 티브이를 볼 때 나는 홀로 책을 읽고, 모두가 게임을 할 때 나는 홀로 글을 쓴다면 어떨까요?
물론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내가 나를 바꾼다면 인생을 적극적으로 통제하면서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아침형 인간’의 노하우를 담은 책도 많이 찾아 읽어보고, 기상 사진을 찍어 인증을 하는 애플리케이션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새벽 3시 50분에 출발하는 서울 시내버스 8146번을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아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제 경우는, 저 스스로를 바라보는 게 가장 효과가 좋았습니다. 누워서 스마트폰을 바라보거나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어딘가 CCTV가 있어서 지금 나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면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게 됩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부지런을 떨다 보면 뿌듯하게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켜켜이 쌓여가면서 자존감이 높아질 것입니다. 스스로 노력하는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도 생길 겁니다.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아껴 사용하면서 성취가 늘어날 겁니다. 나의 분야에서 탁월함이 생기기 시작할 겁니다.
나는 그러고 싶습니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 따뜻한 차와 함께 글 한 편 써야겠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해 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