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소향)
숙성
너는 마감 뒤편에서 살아간다
사람마다 겨드랑이에 습습한 이끼가 자라듯
어두운 취기와 밤새 혼숙하며 시큼 거린다
못난 인형들의 억울함처럼
촉촉한 텃새의 주둥이에서
내연의 질투가 꿈틀거리고
앞말의 꽁무니를 쫓다 지치면 끝말에서
실패와 성공의 붉고 파란 단추가 새겨진다
길거리 감정은 심한 악취가 남는다
너무 앞서면 풋내가 나고
너무 뒤쳐지면 진물이 나듯이
이젠 정상적인 감정을 보여줄 때이다
오똑한 코와 도톰한 입술이 탐닉될 때이다
익숙한 상태가 가장 성실하다
끓거나 부풀어 오르거나
한참 뒤섞인 반칙 속에서
너는 대략 적당한 온도로 방치된 견습생이다
[시작 노트]
- 숙성에는 매달린 용기가 있소
무엇이든 숙성의 단계까지는 적당한 시간과 적당한 온도가 필요하오. 그래야 알차고 풍성한 결실을 얻게 되는 것이오.
그런 결과에 도달하기 까지는 과정마다 각각의 경험이 동원 될 것이며 시행착오 또한 겪게 될 것이오. 오랜 인내와 심연의 내공이 필요할 것이고 단계를 거치거나 들어설 때마다 수많은 불순과 유혹에 맞닥뜨려질 것이오.
배신과 탐욕이 시간을 늘리거나 가두기도 할 것이고 심한 온도 차이도 느껴질 것이오. 숙성이란 아름답고 성실하지만 끝없는 절망과 고통을 유발시키기도 하는 만큼 우리는 무엇이든 완성되는 그 때까지 굳은 용기를 가져야 할 것이오.
http://thegolf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812
카페 게시글
[수요일]▤신화원 작가
[신화원의 미완성의 완성을 위하여 11회] 숙성
신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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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1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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