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의정 우의정
세계의 모든 문화는 오른쪽을 우선시한다. 우리말의 옳다는 말은 ‘오른’에 뿌리를 두고 있고, 왼쪽의 ‘왼’은 ‘그르다, 틀리다’의 뜻을 갖고 있다. 영어의 right와 left도 역시 그러하다. 아랍이나 인도 사람들은 오른손으로 밥을 먹고, 왼손은 뒤를 처리할 때 사용한다. 성경에도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한 것과 같이, 항상 오른쪽을 먼저 내세운다.
그런데 좌의정左議政만은 예외다. 영의정 다음에 우의정이 오지 않고 좌의정이 먼저다. 왼쪽이 오른쪽보다 우선한다.
이러한 뿌리를, 어떤 이는 도교에서 찾고 있으나 확실하지 않다.
이것은 아마도 예절상의 방위에 그 근거를 둔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예절에서, 예를 받는 대상이 위치하는 곳은 북쪽이 된다. 왕이 앉는 위치는 북쪽이 되고, 제례 때 위패나 신주가 놓이는 곳이 북쪽이 되며, 묘지가 있는 곳이 역시 북쪽이 된다. 따뜻한 양지쪽을 향하게 한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왕이 위치하는 곳을 항상 북쪽으로 보기 때문에 북향재배라는 말이 생겼으며, 북쪽에 앉는 임금의 용안은 항상 남쪽을 향하기 때문에 왕을 가리켜 남면(南面)이라 한다.
그래서 임금이 앉은 북쪽에서 보면, 왼쪽이 동쪽이 되고 오른쪽은 서쪽이 된다. 해가 뜨는 곳이 동쪽이고 지는 곳이 서쪽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 왕의 좌측인 동쪽이 먼저가 되고 우측인 서쪽이 뒤가 된다.
그러므로 좌의정이 우의정 보다 앞에 올 수밖에 없다. 이것이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앞서는 이유다.
덧붙이면, 한자의 좌(左) 자는 동쪽, 우(右) 자는 서쪽이란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좌지(左地)는 동쪽 땅을, 우지(右地)는 서쪽 땅을 가리킨다. 조선 시대에 황해도․충청도․전라도․경상도의 동쪽 지역을 좌도라 하고, 서쪽 지역을 우도라 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 나온 것이다. 전라좌도라 하면 전라도의 동쪽 지역을, 전라우도라 하면 전라도의 서쪽 지역을 가리킨다. 경상좌도, 경상우도도 마찬가지다.
또 전라도와 경상도에 설치한 수군의 주진(主鎭)인 좌수영과 우수영도 이에 근거하여 지은 이름이다. 전라좌수영은 그 동쪽인 여수에, 우수영은 서쪽인 해남(처음엔 무안)에 두었다. 경상좌수영은 그 동쪽인 동래에, 우수영은 서쪽인 통영(처음엔 거제)에 두었다.
지난날,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가리켜 동국(東國)․이나 좌해(左海)라 한 것도 역시 그러하다. 김만중이 서포만필에서, 관동별곡․사미인곡․속미인곡을 평하여 “좌해(우리나라)의 참다운 문장은 이 삼 편이다.”라고 하면서 좌해란 말을 쓰고 있음을 본다.[左海眞文章 只此三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