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달 만에 산행가는 날 아침입니다.지난밤 멀리서 온 동기의 부름을 받잡고 녹신녹신 늦은밤까지 놀아주느라 잠도 설치고 몸도 무겁고 날씨는 덥고 기어이 아침에 눈이 뜨지지를 않습니다.
알람은 그칠줄 모르고 울어대는데 몸은 천근만근 ~~~우짜겠노
오늘 고만 가지 마뿌까~~요랬답니다 잠시동안..
"안돼지 안돼.나는 못가도 오늘 내가 도시락 책임져야 할 울 친구 밥 굶고 배 꼬로록이면 최소한 나는 사망!"두 눈 부릅뜨고 후다닥 준비완료 뛰쳐나옵니다.
역시 ~밥의 힘은 무섭사옵니다.ㅎㅎㅎ
어어어~~제법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왠일이니 왠일이니~~이렇게 좋은 날 비가 오다니 너무너무 더 좋쿠로~ㅎㅎㅎ 비 내리고 흐린날 배티고 노젓고 ~~생각만 해도 신나고 근사하지 않겠습니까.
오늘 디게 즐거울거 같습니다.ㅎㅎ
지난달 일신상의 이유(?)ㅎㅎㅎ로 산행에 동참을 못했던지라 쪼매 죄송한 마음이 있었는데요,선배님 후배님들께서 심하게,격하게 반가워 해주시니 더 죄송하고 그러면서도 사실 많이 좋았답니다.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고 그리워 하고 안부가 궁금하고 그렇게 기억되는 사람은 얼마나 소중한지요~
저는요 오늘 참 소중한 사람이 된거 같았답니다...맞지요 ㅎㅎㅎ
해도해도 너무 더운 대구를 오늘은 일찌감치 뒤로하고 강원도 영월하고도 깊고 맑은 물 동강으로 우리는 내달립니다.
여전히 버스안은 분주하고 활기차고 선후배님들 인사 나누시기에 바쁘고 오늘 울 동기들 목소리 좀 커도 될거 같습니다.
회장을 필두로 구조대장 공주님들까지 (참고로 공주님들은 수성초등 89회 졸업생이기도 합니다 ㅎㅎㅎ)이만하면 우리 동기들 제법 빵빵하죠~~(별하나에 이름은 아니지만 울 동기들 이름 한번 불러봅니다.영복,상표,해룡,미정,정희,원숙 ,경숙,성희야~~참 좋타아 그쟈!)
안동 휴게소에 내리니 언제 비왔냐 싶게 아침 먹을 자리를 딱 마련해줍니다.복도 많은 우리 동문ㅎ
배타면 배고프다고 버스에서 이미 배부를만큼 먹었는데도 또 국밥한그릇 뚝딱입니다..우짤라 카노 참말로,...ㅠㅠㅠ 성희야,참아야 한대이..
창밖의 풍경이 점점 강원도스럽게 바뀝니다.산도 높아지고 나무도 굵어지고 숲이 깊어집니다.
강원도의 힘"이라는 문구가 떠오르더군요.
어느덧 물맑은 동강 도착입니다.
흐린 하늘, 간간이 뿌려주는 빗방울,끝없이 흐르는 동강.그 가운데 배를 타고 노를 저으며 행진하는 수많은 사람들 오늘 그 레프팅에 우리도 동참입니다.막 즐거워집니다 재밌게 놀아야지.ㅎㅎㅎ
남자분들 강제 퇴장시키고 얼릉 옷 갈아입고(뭐 그냥 빠지는 거죠 그럴려고 왔는데 ㅎㅎㅎ 누가 날 쳐다보기나 할까,,,ㅎㅎㅎ)준비완료.
조맞추고 숙달된 조교의 힘찬 구호소리를, 사실 별로 따라하지는 않았지만 배한대씩 씩씩하게 들고 보무도 당당하게 강으로 입장합니다.ㅎㅎㅎㅎ
숫적으로 상당히 열세인 우리조는 덩치 큰 제가 끼어있기까지 해서 참 걱정입니다.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우짜노 싶더랍니다.(아침을 안 뭇어야 하는건데...)
드디어
우리들만의 너무너무 즐겁고 신나고 어린마음으로 돌아가서 한껏 흥겨워해도 좋을 축제의 시작입니다.
배를 타는순간 히히히소리밖에 안나오던걸요 실컷 놀아야지
영차영차 얌전하게 나아간다 싶더니만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적군(?),무차별 물폭격을 가합니다
"우악.엄마야.콜록콜록.이것들봐라~~"등등 괴성이 오가고 드디어 전면전 돌입
우리만 당할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노인지 삽인지 수금포인지 .분명 물살 가르고 전진하리고 손에 한개씩 쥐어준것임을 우리는 물퍼서 뿌리기에 온힘을 쏟고..
게다가 손 모 선배님 한말씀
"조지라.조교부터 조지라"ㅋㅋㅋㅋ
그렇게 우리는 조져야 했습니다.우리가 물론 조지킴을 당하기도 했지만요.(도대체 맞춤법에 있기나 한 말인지요)
언제 우리가 그렇게 또 신나게 물폭탄 물세례를 맞으면서 던지고 치고 받고 조져보겠습니까..ㅎㅎㅎ 고맙습니다 선배님 감칠맛 나는 말을 맘껏 쓰게 해주셔서~~
배가 갑자기 기우뚱입니다 물살이 갑자기 세집니다. 순간 긴장하면서도 뭔가 기대합니다.우리를 또 얼마나 재밌게 해줄까 싶어서...
배가 휙 돌아버립니다.우리도 같이 기우뚱 한바퀴 휘익 돌았습니다.
우와우와~~~에에에엑 에에엑~~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는 괴성들로 배는 난리법석. 공주님들 처음에는 무섭다 하더니 그새 헤헤거리면서 너무너무 재밌다고 한번 더 했으면 좋겠다고 난리납니다..ㅎㅎ
타이타닉을 꿈꾸면서 멋지게 빠지고 싶었으나 현실은 그냥 포옹당~동동동 구명조끼를 입고 그저 물놀이에 신난 동문님들, 아이들이 따로 없습니다.어쩜 그리 이쁘신지요.ㅎㅎㅎ
하늘엔 비내려서 햇살 한줌 없고 끝없이 펼쳐진 강에는 물안개가 자욱하고 산에 걸린 구름들 사이 저 어디메엔 배추도사,무도사라도 숨어있지 않을까 싶은 정말 멋진 곳입니다.
진짜 비단 잉어가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싶은 어라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렇게 좋은 흐린날 산에는 안개가 자욱하고 강가에는 물안개가 끝없이 피어오르는 이 아름다운 곳을 또 한번 마음에 담아 둡니다.먼 후일에는 추억의 이름으로, 기억의 이름으로 또 끄집어 내보일터지요.
물에 빠진 새앙쥐 치고는 너무나 한덩치 하지만 어쨋거나 레프팅을 했으니 배가 만만찮이들 고프실겝니다.슬리퍼에 다 젖은 바지에 쫘악 달라붙는 살짜기 민망스러운 옷차림으로 우리는 한걸음 빠르게 대구 투데이 관광버스 찾아 삼만리입니다.
오오오!마이갓뜨!!무슨 이러언일이..
버스는 온데간데 없고 우리 마흔명의 어린(?)양들은 오갈데 없는 몸.
레프팅 하느라 휴대폰 전부 가방속에 고이 모셔두었고,누구도 단 하나의 전화번호도 외우지 못하는 상황이고.마흔명 다 합쳐도 십원 한장 없고.
그냥 마냥 기다리자니 참 서글프기조차 합니다.바로 눈앞에서는 강원도 찰 옥수수,안흥 찐빵,감자 만두가 뜨끈뜨끈하게 김올리면서 우리를 유혹하고,배고프고 목마르고 돈없고 꼬라지는 전부다 참 거시기 하고..울지도 웃지도 못하는...ㅠㅠㅠ
그래도요~~죽으라는 없은 없더랍니다.
누군가 신발 살려고 넣어두었던 비상금 5000원을 어디선가 찾아서 옥수수 사서 다함께 쪼매씩 나누어 먹으면서 정말 추억 만들려고 여러가지 한다 했습니다.얼매나 맛나던지요 눈물날뻔 했다는`
선배님께서 옥수수를 한알씩 뜯어서 손바닥에 한줌 올려 주십니다.육남매가 아닌 마흔 남매의 이 애틋하고 정이 끓어 넘치는 이런 광경 어디에서 볼수 있을까요,.,.참말로 눈물 없이는 못볼 풍경이더이다ㅠㅠㅠ.
어디선가 누군가가 어떻게 젖지도 않게 꽁꽁 잘 싸매셨는지 담배 한갑이 나옵니다.우르르 우르르 ~~다들 일렬종대로 집합,선후배님 하실거 없이 한개비씩 물면서 담배연기 한모금 빨아냅니다.하아~그표정이란!!무념무상이더군요. 그렇게 맛있는 음식이 또 있을까 싶은, 행복하셨지요~~ㅎㅎ
바로 이때,44기 선배님 한분 용감하게 휴대폰 주머니에 넣고 배 타신 덕분에 휴대폰 일단 회생 일이 좀 진행될거 같습니다.
산대장 전화번호 입수하려고 동분서주 발품 손품 판 덕분에(고경숙~~~고마버 니 덕분에 밥 뭇따 아이가 ㅎㅎㅎ)드디어 우리는 이산가족 상봉을 할수 있었답니다.꺼이꺼이꺼이
샤워는 일단 생략.그냥 젖은 몸 닦고 새옷 갈아 입으니 기분 마냥 좋기만 합니다.뽀송뽀송 하여라~
어느새 강나루 옆 물좋고 정자는 더 좋은 곳에 우리들의 만찬이 준비되어 있답니다.
김모락 찜솥에서는 돼지수육이 펄펄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삶기고 있고 한켠에서는 삼겹살이 지글지글 불위에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보기만해도 침 꼴깍.금강산도 식후경이 아니라 옥수수 낱알로 주린 배를 겨우 살짝만 채운지라 다들 도시락 풀고 후다닥 밥 한술 뜨기 바쁩니다.
절벽아래 멋진 산도 들판의 초록 잎들도 내 배가 고프니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라는 ㅎㅎㅎ
묵은지 김치에 고기 한점 올리고 세상에서 제일 맛난 쌈장 듬뿍 담아, 고기 썬다고 한입에 넣어주는 동무가 있어서 너무나 행복합니다.진짜진짜 맛있더라..신선도 부럽지 않더라,,.ㅎㅎ
떡도굽고 바나나도 굽고 뭐든지 다 구워서 드실 태세입니다.속살 노오란 바나나 구이 드셔 보셨어요?그맛이~~참말로 기가 막혀요.ㅎㅎㅎ아~또 입안에 침고이네.
맛있는거 더 먹으라 반찬 알뜰히 챙겨 주시고, 부족한거 없는지 살펴주시고, 이래저래 마음을, 정을 나누는 우리 잔치, 마음 한가득 행복입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단체사진은 꼭 찍어야 한다는 산 회장님 말씀에 우리 참 좋은 풀밭위로 오손도손 모입니다.보셨지요 사진속의 울 동문님들, 참 이쁘시잖아요.좋은 공기 흠뻑 마시고 많이들 웃으시고 엔돌핀 팍팍 넘치게 생기니 어찌 이쁘시지 않겠어요.
더운게 뭔지 잊어버릴만큼 행복한 하루를 잘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아직 마음은 동강 푸른물결 입니다.
오랫동안, 아주 오래도록 너무나 맑고 깨끗한 동강 어라연을 기억하겠습니다.
어느날 문득 그 동강이 그리운날이면 오늘 함께한 우리 수성 동문님들과 행복한 시간이 저절로 떠오를테지요.그 행복함에 함께일수 있어서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선배님 후배님.그리고 언제나 함께인 울 동기들...
*사실은요 ..ㅎㅎㅎ일신상의 이유로 산행 참석을 못하고 후기도 빼먹고 그래서 이번에는 나름 야심차게(?)써 볼려고 했으니 참 마음먹은 만큼 글이 써지지를 않네요.
죄송합니다 산회장님,윤희 선배님(버스에서 내리는 저에게 성희씨 산행후기!라고 응원까지 주셨는데요~) 너무 어줍잖은 후기를 올리게 되서---
아무래도 이런건가 봅니다.산행과 후기는 비례한다는~~~
뭐~
다음에는 더 잘 쓰면 되는거죠 ㅎㅎㅎㅎ
정말정말 고맙습니다.
첫댓글 역시 성희후배님은 저희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굿굿굿이에용~~~~^^ 수고하셨습니다~~함께여서 즐거웠어요
우와~~오늘 들어와보니 산행후기가 올라와 있네요.
역시 선배님의 산행후기는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네요. 비명아닌 비명을 지르며 물싸움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너무 재밌었어요~~물놀이하고 배가 고팠던차에 선배님들께서 장만하신 수육이랑 삼겹살은 너무 맛있었네요. 입이 즐거웠습니다~~ 선배님 고기 자르느라 수고 하셨구요~~ 후기 너무너무 재밌게 잘 감상했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같이 못해 아쉬움을 성희씨 후기로 달래봅니다 ㅎ
너무 생각나도록 잘쓰네요.그날이즐거운하루네요.화이팅.수고했습니다.
늦잠때메 같이 못해서 죄송합니다...
역시 후기는 성희선배님이네요 새삼 느낌니다 눈에 선하네요^^*
동문산악회가 더욱더 발전돠는것 같습니다 추억이 되는사진에 맛깔스럽게 쓴 수기로 하여 참석 못한 동문님께서도 즐거워든 산행을 잘알수 있어서~~^&^
늘 하는 얘기지만 산행의 재미는 안 가본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정상에서의 식사시간, 하산주, 귀가길,인데
성희 후배님의 후기는 산행을 다녀온 님들에게는 또 한번 미소와 기쁨 웃음을 주시고....
같이 못한님들에게는 동행한 이상으로 즐거움을 주네요...후기 감사드리구요...
8월에는 짧은 산행합시다....무릅은....??? 괜찮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