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강변 여과수 프로젝트 | 용수 다량 확보와 수질 개선 효과
‘강변 여과’는 수변에서 일정한 거리에 우물을 설치해 물을 얻는 방식을 말한다. 여기서 얻는 물은 하천 바닥으로 스며드는 하천수와 유역에서 하천으로 흘러드는 자연지하수의 혼합체다. 양질의 여과수를 더 많이 얻기 위해 우물 주변에 인공적으로 물을 모으는 집수정을 설치하거나, 하천 바로 아래에 집수정을 설치하는 ‘하상(河床) 여과’도 넓은 의미의 강변 여과 방식이다.
강변 여과에 대한 기록은 구약성서에 처음 등장한다. 나일강이 핏빛으로 변해 물고기가 죽고 악취로 마실 수 없게 되자 이집트인들이 강변에 우물을 파 마실 물을 얻었다고 한다. 근대까지도 헝가리에서는 다뉴브 강변에 커다란 우물을 파서 식수를 얻었다.
강변 여과가 대규모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 서유럽, 특히 독일에서다. 1995년 독일은 먹는 물의 16%를 강변 여과 방식으로 얻었다. 미국은 지하수자원 고갈에 대한 염려로 90년대 중반부터 본격 개발에 나섰다. 우리나라에는 90년대 초반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을 계기로 소개됐다.
강변 여과는 자연을 이용하는 공법이라 기후와 지질 조건 등에 따라 다양한 응용 형태를 나타낸다. 독일 평원의 토양은 빙적토다. 투수성이 클 뿐 아니라 유기물 함량이 낮아 강에서 80m 이상 떨어진 거리에 우물을 설치해도 양질의 물을 풍부하게 얻을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토양은 충적토로 투수성이 작고 유기물 함량이 높다. 강에서 먼 곳에 우물을 설치하면 산출유량도 적고 토양 중의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산소를 고갈시켜 철, 망간 등이 용출되거나 수질이 나빠진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지질 조건은 독일보다 강변 여과가 불리하다는 주장이 있다.
강변 여과의 효율성 논란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도 뜨거운 이슈였다. 당시 강변 여과에 반대하는 측에서 근거로 내세운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 그리고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간접취수 도입을 위한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 강변 여과가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는 것이었다.
4. 해양심층수 프로젝트 | 먹는샘물에서 미용까지 활용되는 팔색조 청정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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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심층수는 먹는샘물에서 건강·미용 분야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정제된 해양심층수가 용기에 담겨 생산 라인을 이동하고 있다.
해양심층수는 단순히 바다 깊은 곳에 존재하는 물이 아니다. 향후 자원으로 활용가치가 높은 해양 신자원이다. ‘해양심층수 개발 및 관리에 관한 법’에 따르면 ‘해양심층수’란 간조수위선(干潮水位線)으로부터 200m 이하의 바다에 존재하면서 수질의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바닷물로, 법이 규정하는 수질 기준에 적합한 것을 말한다.
해양심층수는 최고의 자원적 특성을 갖고 있다.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는 깊은 곳에 자리한 해수로 유기물, 병원균 등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연중 안정된 저온을 유지한다. 해양식물의 성장에 필수적인 영양염류가 풍부하고 미네랄 균형성도 양호한 고갈되지 않는 청정자원이다.
해양심층수는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분야에 활용된다. 어패류의 양식과 축양, 수산가공품, 농산물 생산 및 저장 등의 농·수산 분야, 생수, 건강음료, 주류, 장류, 두부, 김치, 젓갈류, 기능성 소금, 제과 제빵 등의 식품 분야, 화장품, 화장수, 입욕제, 의료용 소재, 해양요법(탈라소테라피) 등 건강·미용 분야까지 응용되고 있는 것. 심지어 생태형 청정촌 조성 등을 통해 관광·레저 등 고부가가치 산업과의 접목도 가능하다.
해양심층수는 1972년 미국 하와이 자연 에너지연구소(NELHA)에서 해양 온도차를 이용한 에너지 발전 목적으로 개발이 시작됐다. 표층과 심층 간 20℃ 전후의 수온차를 이용해 표층의 온수로 암모니아, 프레온 같은 저비점 매체를 증발시킨 뒤 심층의 냉각수로 응축시켜 그 압력차로 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식이다. 이후 해양심층수가 플랑크톤 배양과 양식 실험(굴)에서 큰 효과가 있음을 발견한 뒤 양식 분야, 농업 분야의 상업화까지 확산됐으며 기능성 소재에도 접목되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해양심층수가 다양한 산업에 응용되고 있다. 1986년 연구가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16개소에 해양심층수 개발시설이 조성됐는데, 최초의 시설은 해양과학기술센터(JAMSTEC)가 국비 지원을 받아 조성한 고치현 해양심층수연구소의 취수시설이다. 조성된 시설 대부분은 국고보조금 사업(국고 50%, 지자체 50%)으로 추진됐으며, 16개소 취수시설 중 3개만이 민간기업이 자본을 들여 개발 및 운영을 하고 있다.
일본의 해양심층수 자원 개발은 공익적 이용과 산업적 이용, 두 가지 방향에서 추진된다. 공익적 이용은 수산자원의 조성 및 관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산업적 이용은 먹는샘물, 음료수 등의 식품을 중심으로 건강·미용 분야 등에서 진행된다. 우리나라보다 해양심층수 개발을 늦게 시작한 대만은 먹는 샘물 시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해양심층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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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심층수로 만든 먹는샘물이 생산되는 ㈜워터비스 양양공장.
우리나라도 해양심층수를 이용해 고부가가치 산업 창출 및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2000년부터 국책 연구사업을 시작했다. 2005년에는 해양심층수연구센터가 설립됐다. 경동대 해양심층수RIS사업단을 비롯해 해양심층수학과 및 연구소, 해양심층수 특화 창업보육센터 등이 해양심층수 관련 전문인력 양성과 기술개발, 기업지원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특화산업 육성사업과 지역기업의 해양심층수 산업으로의 구조 전환 등 해양심층수 관련 R·D를 담당한다. 지금도 동해안 지역에서는 해양심층수 관련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강원도 양양군(워터비스), 경상북도 울릉군(울릉미네랄)에서는 해양심층수를 취수해 롯데칠성, 롯데제과, 진로, CJ, 풀무원, 해태, 한성 등과 여러 기업에게 먹는샘물, 주류, 화장품, 식품 등 기업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수 및 처리수를 공급하고 있다. 강원도 고성군(강원심층수), 속초시(글로벌 심층수), 동해시(해봉) 등 지자체에서도 해당 기업들이 개발사업 면허를 취득하고 개발사업 및 이용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양심층수는 개발 가능성이 높은 친환경적인 무한재생 자원이지만 관련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별 특화를 모색하는 등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 방안 수립이 필요하다. 체계적인 제도적 지원, 산·학·연·관이 연계한 지속적인 R·D가 뒤따른다면 해양심층수는 국민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고 관련 산업의 육성·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 산업의 자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종호 경동대 해양심층수학과 교수 kwcon@k1.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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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26일 한강에 하상 여과정을 설치해 확보한 물로 통수기념식을 연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
하지만 이 두 가지 근거에는 문제가 있다.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는 지적은 전형적인 독일식 공법을 사용한 창원시의 강변 여과수 생산단가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지질조건에 맞도록 양수정을 하천에 가깝게 설치하면 독일식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물을 확보할 수 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보고서도 충적층 두께가 3~7m로 매우 얇고 투수 계수도 작은 한강변에 독일식 강변 여과 방식을 대입했으니 경제성이 낮다고 나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한강변과 같은 지층 조건에서는 강변 여과의 변종인 하상 여과가 적당하다. 울산시 태화강의 사례에서 보듯 이 공법을 적용하면 양질의 여과수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한강 밑을 가로지르는 지하철 하저터널 공사를 할 때 깨끗하고 풍부한 지하수가 공사장으로 밀려드는 것이 그 증거다. 만약 한강변에 터널식 하상 여과 방식으로 양수시설을 설치하면 경제성은 물론 산출유량도 커 서울시 상수원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미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강변 여과 방식으로 상수원수를 확보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는 독일식 공법을 채택, 강에서 70~250m 떨어진 곳에 다수의 수직정을 설치해 하루 7만t(약 17만명분)의 상수원수를 얻고 있고, 수질에 대한 시민의 만족도가 높아 6만t 용량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경남 김해시는 하루 18만t의 상수원수를 얻기 위해 대형 9기의 강변 여과정 설치공사를 진행 중이다.
일부 지자체는 강변 여과 방식으로 유지용수를 확보했다. 서울시 서대문구는 한강에 하상 여과정을 설치해 얻은 깨끗한 물을 하루 6만t씩 홍제천으로 흘려보내 하천의 기능을 되살리고 있다. 울산시는 시내를 흐르는 태화강에서 하상 여과 방식으로 얻은 물을 건천인 척화천에 흐르게 하고 있고, 태화강 수질 개선을 위해 추가로 하상 여과시설을 건설 중이다.
광주시는 영산강 수질 개선을 위해 강변을 따라 연속적으로 하상 여과정을 설치해 양질의 여과수를 얻은 뒤, 이를 다시 하천에 분수 형태로 돌려 넣을 계획이다. 이런 방식은 영산강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어느 하천에도 적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 하천의 하상에는 충적층이 발달해 하상 여과와 이를 이용한 수질 개선이 가능하다. 또 우리나라 하천에는 다른 나라 하천과 달리 넓은 홍수터(홍수 때 저수로를 넘쳐흐르는 부분)가 있다. 덕분에 네덜란드식 인공함양법의 일종인 홍수터 여과를 활용할 경우 전국에서 배출되는 하수처리수를 전량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다. 물론 이 방식으로 상수원수 확보도 가능하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하천변의 완충저류조도 적절한 공학적 수단을 적용하면 물 문제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강변 여과 방식은 강 상·하류 간 물 분쟁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구시민이 방류하는 하수가 하상 여과를 거쳐 1급수로 만들어져 금호강으로 흘려보내진다면, 그 강물이 유입되는 낙동강은 맑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대구시민은 물론 낙동강 하류에 자리한 부산, 울산 등 여러 도시민에게도 좋은 일이다.
선진사회를 위해서는 쉽게 얻을 수 있는 맑은 물을 좇아 댐만 바라보는 태도는 버려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평상시 하천유량은 많지 않지만 여러 공법을 활용해 수질 개선에 힘쓰면 서로 다투지 않고도 충분한 물을 나눠 쓸 수 있다. 후손에게 물려줄 깨끗한 하천은 덤이다.
김승현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kimsh@y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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