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태안 세계 튤립축제 유감
이신백(수필가)
(전국농업기술자협회 서울시연합회장)
어린이 날 대체휴일을 맞아 충남 태안 꽃지 해안공원에서 열린 ‘2018 태안 세계튤립축제’에 다녀왔다. 4월19일-5월13일(25일간) ‘꽃으로 피어난 바다, 대한민국이 빛나다’라는 주제로 튤립 벤반잔텐, 키코마치, 옐로우스프링그린 등 200여 품종을 망라하여 수백만 송이를 드넓은 면적의 화단에 식재하여 장관을 이루었다. 정문 아치에는 코리아 플라워 파크라고 영문(KOREA FLOWER PARK)으로 표시했다. 연휴를 맞아 부모님을 모시고 어린아이들과 함께 둘러보는 젊은 부부들을 비롯 연인, 학생, 어린이들 등 모처럼 한가롭게 꽃 축제를 즐기는 한편 여기저기에서 사진 찍기에 바쁜 모습들이었다.
꽃 축제 구경은 처음이다. 약 세 시간동안 튤립 꽃으로 장관을 이룬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튤립축제를 감상하는 내 마음은 그다지 편치 않았다. 우선 정문위에 코리아 플라워 파크라는 간판(?)이 눈에 거슬렸다. 식재된 꽃들이 모두 네델란드산 튤립이므로 굿이 영문으로 표시한다면 코리아가 아닌 네델란드 플라워 파크가 맞을 것이다. 게다가 행사의 정체성이 무엇이며, 무엇을 위해서 튤립축제를 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튤립 구근은 한 종류도 없다고 안내판에 적혀있었다. 한쪽 귀퉁이에 펼쳐둔 모종 화분을 살펴보니 전량 튤립의 본고장인 네델란드에서 수입한 것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드넓은 화단에 튤립을 식재하면서 무엇을 형상화했는지 알수 없을 뿐더러 한국을 대표할 만한 이미지 예를 들면 태극문양이나 색동옷 등을 형상화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뿐인가. 농촌진흥청의 협조를 얻어서 농진청에서 개발한 꽃을 비롯 토종 꽃 모종을 함께 식재하여 국산 화훼 품종들도 함께 소개함으로써 봄에 피는국산 꽃 품종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유도 할 필요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화훼전시관을 둘러보니 충남농업기술원에서 개발했다는 백합화 화분 몇 개가 한 귀퉁이에 초라하게 놓여있었다. 플라워 파크관 입구에 비치해둔 대형 화병 도자기의 경우 국내산이 아닌 중국산인 것으로 보였으며 기념품 가계에는 판다 곰 인형을 팔기보다 평창 겨울 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를 진열해서 파는 것이 좋지 않을까. 국내화훼전시관에서는 태안에서 생산되는 농특산물을 전시만 할 것이 아니라 충남도내 농산물 특판 코너를 개설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꽃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함으로써 화훼농가가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충청남도가 농도(農道) 임을 감안할 때 2018 태안 세계 튤립축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튤립축제 홍보 안내장에는 ‘2002년, 2009년 안면도 국제 꽃 박람회의 영광을 다시 한번! 2018 태안 세계튤립축제는 WTS(World Tulip Summit)로부터 2015년에 이어 2017년에도 세계 5대 튤립축제로 재선정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2002년과 2009년 안면도 국제꽃 박람회가 펼쳐졌던 꽃지 해안공원에서 옛 영광을 재현하고자 합니다.’라고 적혀있다. 이번 튤립축제는 네델란드 튤립 홍보전시장 역할은 충실히 해 냈는지 몰라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화훼농가의 입장에서는 배신감이드는 행사라고 생각된다. 230만 농업인의 이름으로 국적불명의, 한국적인 영혼이 없는 튤립축제의 개혁을 촉구하고 싶다. (끝) (20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