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더스 게임>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로보캅>… 올겨울 블록버스터 총집합! 놓치면 후회합니다 -
SF
올해의 블록버스터 종결자
<엔더스 게임> Ender’s Game
감독 개빈 후드 / 출연 아사 버터필드, 해리슨 포드, 헤일리 스테인펠드, 비올라 데이비스, 벤 킹슬리 / 개봉 12월19일
국내엔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오슨 스콧 카드의 SF소설 <엔더의 게임>은 SF 소설 팬들 사이에선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버금가는 인기 소설이다. 1986년 출간된 <엔더의 게임>은 SF소설에 주어지는 최고 권위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더블 크라운’의 영광을 안았다. 바로 그 <엔더의 게임>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배경은 미래의 지구. 외계종족 포믹의 공격으로 지구가 초토화된 뒤, 살아남은 사람들은 포믹과의 전쟁을 준비한다. 고도의 심리게임에 능하고 승부에 대한 집착이 강한 천재 소년 엔더(아사 버터필드)는 그 능력을 인정받아 전투학교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엔더는 ‘게임’을 통해 전투 능력을 기른다. 전투학교의 수장인 그라프 대령(해리슨 포드)은 엔더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지시하고, 기대와 우려 속에 우주함대 지휘관으로 성장한 엔더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 외계종족과 최후의 우주전쟁을 치른다.
한 소년의 성장기를 바탕으로 한 SF소설 <엔더의 게임>은 미국에서 심리학, 리더십 관련 교재로 활용될 만큼 주인공의 복잡한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영화 역시 엔더의 성장과정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연출을 맡은 개빈 후드 감독은 “방대한 이야기를 두 시간으로 압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 결과 영화는 “친절한 마음씨와 공격적 성향을 동시에 지닌, 복잡한 내면을 가진 소년을 그리는 데 집중”한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주인공 엔더를 연기할 배우를 캐스팅하는 거였다. “우리는 총명하면서도 상대에게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배우가 필요했다. 또한 엔더가 운동을 좋아하는 소년은 아니기에 샌님 같은 모습도 있어야 했다. 아사 버터필드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다. 아사는 똑똑하고 진정으로 겸손하며 와이어 액션 같은 신체훈련도 능히 소화할 수 있는 배우였다.” <휴고>의 그 꼬마아이가 이만큼 성장한 것이다.
우주함대의 훈련 장면과 전투 장면 역시 스펙터클로 무장됐다. 특히 무중력 전투 훈련 장면은 전략적 재미와 시각적 즐거움을 동시에 만족시켜준다. 개빈 후드 감독 역시 “무중력 전투 공간과 우주전쟁을 최종 시뮬레이션하는 공간을 영화적으로 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성찰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려 애쓴 <엔더스 게임>은 단연 올 하반기 최고 화제작이다.
히어로로 부활!
<로보캅> Robocop
감독 호세 파딜라 / 출연 조엘 킨나만, 새뮤얼 L. 잭슨, 게리 올드먼, 애비 코니시, 마이클 키튼 / 개봉 2014년 2월
레이건 시대의 사이보그 영웅이 2028년의 근미래에 재림한다. 폴 버호벤의 전설적인 SF영화 <로보캅>(1987)의 리메이크판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원작의 팬이라면 아마도 정보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등급을 가장 먼저 확인했을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버호벤의 <로보캅>은 특유의 어둡고 음울한 세계관이 파괴적인 액션과 만나 고유한 폭력미학을 완성했던 걸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메가폰을 잡은 호세 파딜라가 “리메이크되는 로보캅은 PG-13등급일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어 더 걱정스러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는 바로 “R등급 같은 PG-13등급”이라고 고쳐 말했으니 말이다. 어쨌든 액션 스릴러 <엘리트 스쿼드>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금곰상까지 수상했던 경력이 있으니 실망스러운 리메이크가 되진 않을 것 같다.
범죄로 점철된 2028년의 미래, 대중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영웅을 기다린다. 한편 불의의 사고로 불구가 된 알렉스 머피(조엘 킨나만)는 살아남기 위해 한 거대 복합기업의 기술을 빌려 신체에 로봇슈트를 이식한다. 급작스레 거대한 힘을 얻게 된 알렉스는 슈트를 컨트롤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점차 슈트에 익숙해지면서 초인적인 영웅으로 거듭난다.
트레이드마크였던 은빛 코스튬을 버리고, 미끈한 검정슈트를 착용한 채 돌아올 로보캅은 원작과 달리 자신이 인간임을 명확히 알고 있다. 또한 원작에서처럼 잔혹하게 살해됐다가 사이보그로 부활하는 것이 아닌, 사고를 겪고 초능력을 얻는 현대 히어로의 일반적인 케이스를 따른다. 원작의 운명적이고 영웅적인 사명감이 희석된 대신 ‘제이슨 본’처럼 심플하고 스타일리시한 히어로로 재탄생할 확률이 높다. <로보캅> 시리즈의 제작을 멈춰 세운 프레드 데커의 세 번째 시리즈는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후속작이 추락할수록 원작의 이름은 빛났고, <로보캅>은 신화가 되었다. <토탈 리콜>의 경우로 미뤄 짐작할 수 있지만, 호세 파딜라가 버호벤의 원작에 버금갈 정도로만 영화를 만들어도 충분히 성공한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호세 파딜라의 <로보캅>은 원작의 명성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특수효과를 덧칠했을 뿐인 그저 그런 장르영화에 그치고 말지. 뚜껑은 열어봐야겠으나 일단은 로보캅의 영광스러운 귀환이라는 데 손을 들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