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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와 셰익스피어
필독서라는 말이 있다.
과연 이 세상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있을까?
책을 읽지 않고도 소양을 갖춘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리 책을 읽어도 그대로인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떤 책은 읽으면 반드시 사람이 변하게 된다고 하는데 그런 책 중의 하나가 공자(孔子)의 어록인 논어일 것이다.
성리학을 탄생시킨 주자(朱熹)는 논어집주서(論語集註序)에서 이런 말은 한다.
"讀論語, 有讀了全然無事者; 有讀了後, 其中得一兩句喜者; 有讀了後, 知好之者; 有讀了後, 直有不知手之舞之足之蹈之者."
논어를 읽고 나면
1)전혀 아무런 변화가 없는 사람
2)논어의 한 두 구절을 깨닫고는 기뻐하는 사람
3)앎을 즐거워 하는 사람
4)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춤을 추고 기뻐서 발을 구르는 사람이 있다.
이렇듯 양서 한 권은 인간을 변화 시킬만한 힘이 내재되어 있다. 한 인간의 삶이 변화하면 그가 속한 사회도 변하기 마련이다.
동양에서 인간의 이성이 도달할 궁극의 경지를 공자(孔子)로 보았다면, 알도스 헉슬리(Aldous Huxley)의 'Brave new world'에서는 인간의 감성이 다다를 수 있는 궁극의 경지를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로 보았다.
빅토르 위고(Victor Hugo)는 셰익스피어에 대해,
In
Shakespeare the birds sing, the bushes are clothed with green, hearts
love, souls suffer, the cloud wanders, it is hot, it is cold, night
falls, time passes, forests and multitudes speak, the vast eternal dream
hovers over all. Sap and blood, all forms of the multiple reality,
actions and ideas, man and humanity, the living and the life, solitudes,
cities, religions, diamonds and pearls, dung-hills and charnelhouses,
the ebb and flow of beings, the steps of comers and goers, all, all are
on Shakespeare and in Shakespeare.
Victor Hugo (1802-1885), William Shakespeare
"셰익스피어의 세계에서는,
새들은 노래하고, 녹음은 짙어지며, 사랑의 가슴은 뛰고, 영혼은 고통 받고, 구름은 두둥실 떠간다.
때론 덥고, 때론 춥고, 날이 저물고, 세월이 가며, 숲과 군중이 말을 하고, 영원의 꿈은 떠다닌다. 젊음의 혈기는 왕성하고, 현실의 양태는 무수하며, 행동과 사상들, 인류와 인간성, 삶과 인생, 고독, 도회, 종교, 금강석과 진주, 거름더미와 납골폐허, 존재의 밀물과 썰물, 오고가는 사람들의 발소리,..이 모든 것들이 셰익스피어 위에 있고 셰익스피어 안에 있다."
'Brave New World'의 앞부분에 나오듯, 헉슬리가 그린 미래는 셰익스피어의 세계와 완벽한 대척점에 있다. 음울하고, 기계적인 생동감만 있을 뿐 인간적인 면모는 없다. 헉슬리는 인류의 미래를 셰익스피어의 세계로 대변되는 '사단칠정(四端七情)의 세계' 와 헨리 포드(Henry Ford)로 대변되는 '안정과 질서의 세계'의 대립에서 후자가 승리하는 것으로 상정하였다. 그리고 템피스트(Tempest)의 한 구절을 따와' Brave New World'라고 제목을 지었다.
한국어판은 제목을 '멋진 신세계'로 번역되었는데 적절한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시대에 'brave'라는 단어는 용감한 이란 뜻과 더불어 '멋진'이란 중의적 표현으로도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A.F 632년 (After Ford, AD 2540) 지배 이데올로기는 Community, Identity, Stability 이다.
-1984 vs. Brave new world
흔히 디스토피아(dystopia) 문학의 대표작으로 조지오웰의1984와 알도스 헉슬리의 브레이브 뉴월드를 꼽는데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나는 이 둘이 공통점이란 미래를 그린 것 말고는 거의 없어 보인다.
우선, 조지오웰의 의식속에서의 1984년은 '공포(fear)'가 지배하는 전체주의사회로 묘사되어 있다. 명백한 디스토피아의 세계이다. 헉슬리의 '브레이브 뉴 월드'는 쾌감(pleasure)에 지배되는 세상으로 묘사되어 있다. 완벽히 비인간적인 사회이지만 작가는 반문한다.
'그게 뭐가 잘못되었는데?'
주인공 버나드 막스(Bernard Marx)의 시선으로 볼 때, 혹은 존(John the Savage)의 시선, 그리고 나머지 주요 등장인물들의 시각으로 바라볼 때 가치판단은 더 혼탁해진다.
브레이브 뉴 월드가 쓰여진 1932년과 '1984'가 쓰여진 1948년과의 시간 차는 불과 16년 밖에 되지 않는다. 어찌보면 동시대의 인물이지만 조지 오웰과 헉슬리는 세계관의 차이는 크다. 아마도 그 16년 사이에 2차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의 쇠락을 목도한 조지 오웰쪽이 명백한 입장으로 힘있게 쓰기에는 유리했을 지도 모른다.
변증법적 세계관으로 역사는 항상 진보한다는 명제로 보았던 인류에게 제 일차 세계대전의 참상은 경악이었을 것이다. 이 소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건들을 나열함으로써 시대적 배경적 설명을 대신한다.
산업혁명/경제 대공황/일차 세계대전/다윈의 진화론/우생학/대량생산/헨리포드/T모델/찰리채플린/D.H.Lowrence/캘리포니아/모던타임즈/뉴 멕시코
이것들을 몸소 체험한 헉슬리는 이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믿는 자들에게 과연 이성적 사회가 계급사회보다 나은지 묻는 듯 하다.
꿈꾸는 자는 행복한가?
꿈꾸는 자는 결코 행복하지 않다.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은 불행한 세상이다.
왜냐하면 모두가 같은 꿈을 꿀 때 무질서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꿈은 획일적이고 사람들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이러한 개인의 욕망이 중첩은 불안정(instability)이고 불안정은 죄악이다.
헉슬리가 생각하는 유토피아는 그가 반어적의미인지 진심인지 모를 AF 632 년에 묘사되어 있다. 인간은 기획되고 공장에서 등급(caste)으로 나뉘어 대량생산 되어지는 사회이다. 그 사회에서는 구성원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들이 맡은 바 소임을 하면서 획일화 되지 않은 욕망을 품는 것, 즉각적이고 실현 가능한 보상을 받는다. 욕망이 소멸된 사회이이다.
사회 최 기저 계층인 엡실론(Epsilon) 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베타가 되고 싶지 않다, 알파가 되는 것도 싫다 엡실론은 엡실론일때가 가장 행복하다"
AF 632 년의 모든 사회구성원을 만족시킬 수 있는는 절대반지는 쏘마(Soma)이다.
나는 쏘마의 설정으로 인하여
알도스 헉슬리가 조지오월에게 완벽하게 K.O 패를 당했다고 여기고 있다.
'1984'
의 모골송연함은 우리가 조지 오웰의 예언이 실현된 세계를 체화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헉슬리의 예언은 아직도 유예상태다. 참을성이
부족한 나는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주의자들을 비판한 카를 포퍼(Karl Popper)의 비판과 맥락을
같이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조지오웰의 상상은 과학적 합리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알 도스는 상상의 검증이 불가능한 비과학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모든 합리적 의심을 막아 줄 만병통치약을 쏘마로 설정하였기 때문이다. 공상과학소설의 범주에 들어가 버리면 이러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누구도 알도스 헉슬리를 줄 버니(Jules Verne)나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에 견주지 않는다.
'브레이브 뉴 월드'는 후대 공상과학문학분야에 엄청난 영감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가지고 있던 Parapsychology 성향, 그리고 그 결과의 산물로 태어난 쏘마(Soma)는 너무 평면적설정 같아 보였다.
Soma를 간단히 이야기를 하면 '먹는 즉시 기분이 좋아지는 알약'이다. 사회의 통제에 의해 배급되고 이것에 의해 사회 질서가 유지된다. 쏘마의 어원은 고대 인도에 전설적으로 내려오는 중독성없는 아편성분의 고품질 마약에서 유래하였다. 이것이 실제로 존재하였다면 현재의 세계의 패권은 아편전쟁을 치르지 않아도 되었을 중국이 쥐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소설적 설정이지만 나는 이것이 억지스럽다고 주장한다. 우선 이것이 미래현실에서 가능할려면, 쏘마에 반응하는 인간의 생리 해부학적 뇌 구조가 몇 백년안에 바뀌어야 하는데, 지금으로부터 오 백년안에 인류의 해부학적 구조가 바뀌기에는 현생인류의 출현을 백 오십만년으로 잡고 감안하여도 진화의 압력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의학해부용어가 나오는 부분은 건너뛰어도 좋다)
이러한 이유(A.F.632년의 인류와 현세의 인류가 해부학적 차이가 별로 없다는 전제하에) 쏘마와 같은 기능을 할려면 반드시 우리 뇌속에 존재하는 내뇌기관인 복부외피지역(Ventral tegmental area)에서 발현하여 중경핵(nucleus accumbens septi) 를 타겟으로 하는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 중 하나인 도파민이 시냅스내에서 재결합이 차단된 채 남아있어야 하고 이들의 는 반드시 도파민경로(dophaminergic pathway)를 거쳐야 한다(아래 그림 참조). 왜냐하면 프로작(Prozac)같은 SSRIs 계열의 약품은 Raphe Neclei 에서 발현하여 세로토닌경로(Serotonergic Pathway)를 거치기 때문에 뇌의 이성적 행동을 제어하기는 부분을 거치지는 않기 때문이다.(경로를 거친다 해도 영향이 미미하다)
문제는 도파민경로의 종착역인 전뇌부(Orbito-frontal area)가 장기간에 거친 복용으로 인하여 생물의 항상성(homeostasis)원리와 보상적응(Compensatory adaptation) 원리에 의해 도덕과 이성적판단(executive function)을 관장하는 전뇌부의 손상이 수반된다(66퍼센트라고 보고된 적이 있다). 이성적판단능력이 저하되기때문에 집단 내에서 반사회적 행동을 하거나 무동기적행동(amotivational behaviour/syndrome)을 하는 개체가 늘어난다. 결국 헉슬리의 'Brave new world' 는 스스로 족쇄를 묶어 자폭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단점으로 인하여 폄훼될 내공의 책은 아니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열이나고 몸이 아팠다.
머리는 터질듯이 복잡했고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쏘마를 복용하고 싶었고 레니나(Lenina)를 안고싶었다.
머리속에서 벌어지는 가상의 논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었다. 온갖 사상가들이 동원되어 때로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가 하면 때로는 맹렬히 공격도 하곤 하였다.
나에게 이 책은 나를 아프게 한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Because our world is not the same as Othello's world. You can't make flivvers without steel and you can't make tragedies without social instability. The world's stable now. People are happy; they get what they want, and they never want what they can't get. They're well off; they're safe; they're never ill; they're not afraid of death; they're blissfully ignorant of passion and old age; they're plagued with no mothers or fathers; they've got no wives, or children, or lovers to feel strongly about; they're so conditioned that they practically can't help behaving as they ought to behave. And if anything should go wrong, there's soma. Which you go and chuck out of the window in the name of liberty, Mr. Savage. Liberty! " He laughed. "Expecting Deltas to know what liberty is! And now expecting them to understand Othello! My good boy!"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지금의 세상은 오델로가 살던 세 상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철강이 없으면아무리 싸구려 비행기라도 못 만들듯이 끔찍한 비극의 재료는 바로 불안정입니다. 지금의 세상은 안정된 세상입니다.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고 얻지 못하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잘 살고 있지요. 안전합니다. 절대로 아프지도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열정도 모르고 몸이 늙는것 또한 모릅니다. 축복이지요. 부모가 없어도, 배우자나 자식이나 애인이 없어도 괴롭지 않습니다. 모두들 너무 잘 길들여져 있어서 사회가 길들여진대로 행동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설령 작은 것 하나라도 잘못되게 된다고 가정하면, 그때는 쏘마가 있지 않습니까! 당신이 창밖으로 내다버린 쏘마, 자유라는 이름으로요. 미개인씨, '자유'라고요? 그는 웃었다. 맙소사! 델타들보고 자유를 찾으라고요? 이제 그들보고 오델로를 읽히게 할려구요? 맙소사! "
첫댓글 고등학교 때 읽었는데 가면 갈수록 현실화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요
지선생님, 오랫만에 반갑습니다. 그래도 세상이 나아지질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