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성론은 한 마디로, 한국사의 전개 과정이 한민족의 자주적인 역량에 의해 자율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기보다는 외세의 간섭과 압력에 의하여 타율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일제 식민 사학자들은 이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한국사는 그 시작부터 북쪽은 중국의 식민지로서, 남쪽은 일본의 영향 아래 시작되었다는 관점을 내세웠다. 남쪽의 경우 일본 신공황후의 신라 정벌을 전후해 수세기 동안 한반도가 일본의 식민지였다고 주장하고, 그 지역으로 가야지역을 들고 있다. 이것은 나아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어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것이 역사적으로도 타당하고 당연함을 주장하여 일본의 한국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한 정치적 논리를 뒷받침하게 되었다.
정체성론은 한국이 왕조의 교체 등 사회적 변혁에도 불구하고 사회 경제 구조에 아무런 발전을 가져오지 못했으며, 특히 근대 사회로의 이행에 필요한 봉건 사회를 거치지 못하고 전근대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일제 식민사학의 정체성론은 한국사의 사회 경제적 낙후성을 단순히 지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낙후된 한국 사회에 일본이 들어와 근대화시키려는 노력을 했고, 거기에는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으로 역시 일제의 한국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적 도구 중에 하나이다.
어쨌든, 많은 학자들의 연구로 한국사의 내재적 발전론이 대두되어 타율성론이 극복되었으며, 사회·경제적 변화와 발전에 대한 연구로 정체성론이 극복되었다. 이제 우리는 한국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게 되었다.
- 교육부, 『고등학교 국사 교사용 지도서』, 19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