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문학 (2009년 9월호) 이달의 월평 / 시
인스페이스 이해와 인식의 차이
유 진
(시인)
시에 있어서도 시대의 변화에 따른 사고와 생활방식에 따라 시적 대상이나 그 표현 방법 또한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은유의 또 다른 표현인 메타포 역시 시대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갖가지 생활의 형태와 각기 개성에 따른 사람의 생각은 무한한 것이며 또한 시시각각 변하하는 때문이다. 하나의 사물을 앞에 두고 몇 초 사이에도 이 생각 저 생각이 서로 얽혀들기도 하고, 하나의 생각이 다시 수천, 수만 갈래 갈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시는 복잡한 감정과 표정이 담긴 정서를 상상력과 함축으로 메타포적인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서로 다른 두 관념, 즉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의 적합성은 둘 사이의 유사성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서로 다른 두 개념간의 유사성이 하나의 개념으로 만들어지며, 일반적인 개념을 새로운 개념으로 바꾸어 놓기도 한다. 필자의 경험적 지식, 관습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인터페이스를 어떻게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느냐에 따라 각기 다양한 방식의 색다른 개념과 색다른 표현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일지라도 시의 목적은 하나이다. 시인은 좋은 시를 써야한다. 보다나은 삶을 지향하는 데에 기여 할 수 잇는 건강하고 바람직한 시적 주제와 소재선택으로 어떤 사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감동적 정서의 경험을 독자에게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것인가? 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야한다.
자신의 체험적 감동이 아무리 큰 것이라 하더라도 시를 읽어주는 독자에게 감동적 공감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시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되도록 시대적 공통적 관심사에 대해 필자의 경험적 지식과 관습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인터페이스가 잘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어떤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어떤 느낌을 어떻게 표현 하느냐에 따라 감동적 정서 순화라는 시의 목적에 근접해 갈 수 있다. 건강하고 바람직한 시적 주제와 소재선택으로 보다나은 삶의 지향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 시의 목적이자 시인의 의무인 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지난 8월호에서는 양채영님의「꽃 필 무렵」, 정민호님의「독도」그리고
정신재님의「걸레 . 1」 3편을 읽어보자.
꽃 한 송이가 피었다
번쩍 천리만리 먼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빛을 따라
바람 따라 몰려온다
눈 깜짝 할 사이
눈부신 이름 하나씩 달고
모두모두 꽃을 닮아 있다
양채영님의「꽃 필 무렵」전문.
사람 사는 곳마다 꽃이 피지 않는 곳이 어디 있으며,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여기서의 한 송이 꽃의 의미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어떤 무엇을 상징한 꽃일 것이다. 모두가 선망하는 어떤 위치의 덕망 높은 사람일수도 있고, 천리만리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몰려 올 만큼 번쩍 빛나는 선망의 어떤 대상을 의미함일 것이다. 번쩍 빛나는 무엇으로 눈 깜짝할 사이 눈부신 이름 하나씩을 달고 모두 아름다운 꽃을 닮을 수 있는 무엇이 있다는 것이야 말로 얼마나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인가. 꽃이 아름답고, 꽃을 닮은 사람이 아름답고, 꽃 같은 사람들의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아름다운 꽃 한 송이가 모두모두 꽃을 닮게 만든다고 본 '꽃필 무렵'은 감동적 정서 순화라는 시의 목적에 닿아 있는 것이다.
푸른 하늘
출렁이는 파도
괭이 가래기
하얀 바위에
둥 둥 떠있는
검은 바위산,
독도 주민 김성도 씨.
<韓國領>
독도는 우리 땅.
- 정민호님의「독도」전문.
독도의 분쟁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언제까지 주지 시켜야 하는 걸까?
-독도에 처음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하여 거주한 사람은 최종덕씨였다. 그는 1965년 3월에 울릉도 주민으로 도동 어촌계 1종 공동어장 수산물 채취를 위해 독도에 들어가 어로활동을 하면서 1968년 5월에 시설물 건립에 착수하였다. 그 후 1980년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다시 주장하고 나오자, "단 한 명이라도 우리 주민이 독도에 살고 있다는 증거를 남기겠다."며 1981년 10월 14일 독도로 주민등록지를 옮겼다고 한다.
당시 주소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 산67번지였다.그는 수중창고를 마련하고 전복수정법과 특수어망을 개발하고, 서도 중간분지에 물골이라는 샘물을 발견하는 등 많은 노력을 쏟으며 살다가 1987년 9월 23일 사망하였다. 최종덕씨의 사위 조준기씨가 1986년 7월 8일 같은 주소에 전입하여 거주하면서, 1991년 2월 9일 산63번지로 전입하였다가 1994년 3월 31일에 강원도 동해시로 이주하였다.
김성도씨는 1970년대부터 최초의 독도주민 최종덕 소유어선(덕진호, 2.22톤) 선원으로 독도(서도)에 거주하면서 수산물 채취 등 공동어로 활동을 해오다가 1987년 최종덕씨 사망후 본인 소유어선(명성호 2.08톤, 부영호 1.5톤)을 이용하여 서도에 상시 거주하면서 본격적인 어로활동을 하다가 1991년에 현재의 주소지에 주민등록을 등재했다는 독도의 공식기록이다.
푸른 하늘 / 출렁이는 파도 / 괭이 가래기 / 하얀 바위에 / 둥 둥 떠있는 검은 바위산 /
독도 주민 김성도 씨 / <韓國領> / 독도는 우리 땅.
원로시인의 이 간략한「독도」는 더 이상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은희경의「먼지 속의 나비」에서는 아무에게나 그것을 대 주는
여자를 걸레라 하지 여자가 남자에게 화대를 지불해 남자 흉내 내면서
박덕규의 「20세기 비오는 날」에서는 여자가 남자와 섹스 하는데
형사들이 들이닥쳐 마구 짓밟지 민주화 유인물 뿌렸다고 그 때문에
여자는 비만 오면 허리가 아파
깅애란의 「달려라, 아비」를 보면 청년이 그게 하고 싶어 달동네
골목길 내려가 한밤의 연탄재에 부딪치면서 처녀가 피임약 사오랬다
고
하지만 난 그들을 걸레라 하지 않아 진짜 걸레는 우리 집 거실 환
하게 닦아 놓고 한숨 후 불며 앉아 있는 저 놈이야 썪을 놈
- 정신재님의「걸레 . 1」전문.
위의 두 편과는 사뭇 다른, 현대적 사고의 과감한 표현이다. 정조관념이 흐리고 남자관계가 헤픈 여자를 일반적인 통칭으로 걸레라 말한다. 시인이 읽은 은희경의「먼지 속의 나비」에서 그렇고, 박덕규의 「20세기 비오는 날」에서도 그렇고, 김애란의 「달려라, 아비」에서도 그랬다.
그러나 시인은 아무에게나 그것을 대주는 그들을 걸레라 하지 않는다며, '진짜 걸레는 우리 집 거실 환하게 닦아 놓고 한숨 후 불며 앉아 있는 저 놈이야 썪을 놈' 이라 말한다. 여기서의 걸레는 일반적 통념을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 통념을 벗어난 시인의 시각이 더럽고 너저분하다는 걸레의 통념에서 더러움을 청결하게 해주는 희생의 개념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다.
시는 서로 다른 두 개념간의 유사성이 다른 하나의 개념으로 바뀌기도 하는 것이다. 이처럼 필자의 경험적 지식, 관습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인터페이스의 인식차이에 따른 다양한 표현방식이 통념을 바꾸어 놓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