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9. 목요일. 오후2시
한남동 일신홀
코코샤넬과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
봄의제전 2부(네 손을 위한)
피아노 버전 두곡♥
피아니스트하면 흔히들 한해 두해 지날 때마다 굵어지는 나이테를 꼭닮은 그들의 피땀어린 두손을 떠올린다...
물론 나도 그렇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뿐...그들의 숨겨진 장인 정신을 보고 싶어서 나의 시선은 곧장 아래로 향하여
그들의 무거운 엉덩이로 쏠린다....
이는 아마도 피아노 음악을 라이브로 감상할 때 나만의 은밀한 즐거움이리라....
예술에서 항상 파격은 모 아니면 도였다. 교묘히 대중과의 타협점을 취한 이들은 진주목걸이를 건 돼지였을진 몰라도
영광의 수명은 길어야 생전까지였다.
소위 극장이란 공간만큼 대중의 입맛을 즉석해서 보여주는 곳은 드물리라...
언제나 지지자vs반대자!!
베르디의 오페라 에르나니 초연도 그랬고 그로부터 약 70년후 스트라빈스키의 봄의제전 또한 그랬다.
애초에 시끌시끌한 스캔들을 야기하여 세간의 이목을 끌어들이는 게 흥행주 디아겔레프와
당대 최고의 발레리노 니진스키의 계획이었다면, 거의 난장판을 방불케하는 아수라장이 된 연주홀은 그들의 뜻대로 되었음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다만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불만을 품은 소음 방출에 음악의 야만적 표출이 무참히 뭍혀 커튼골은 커녕 존재감조차 잃게된
가련한 천재만 잔뜩 골이나 있었다.
이렇듯
피아노 편곡의 봄의제전을 들으며
상상을 해본다
초연당시를 재현해본다.
당시 발레의 전통을 과감히 깨뜨리고
기괴한 몸동작을 선보였을 법한 니진스키와
극장안의 밝기를 조절해가며
혼란에 혼돈을 끊임없이 부추겼을법한
교활한 디아겔레프!!
마치 칼로 숱차례 난도질하는 듯한 밤밤밤밤!!원시적 표효!!
피아니스트 김주영씨와
김은찬씨는 네 손으로 건반을 때리는 것으로도 스트라빈스키식의 야성을 질러대기엔 역부족이었던지...
그 묵직한 엉덩이를 교대로 들썩이면서 상체의 온 힘을 건반 위로 쏟아냈다.
문득 봄의제전 착수 전,
이미 페트르슈카 작곡 당시에도
이미 연인관계였을 마에스트로와
세기의 디자이너를 떠올려본다.
그 로멘스란 생각만해도
무흣하니까♥
물론 샤넬의 말년 고백이기에, 성공을 위해 과거를 철저히 고치기도 한 그녀를 고려해볼 때,
신빙성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있지만....
그들이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었음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으리라....
의상에서의 샤넬의 혁신
음악에서의 스트라빈스키의 파격!!
어쩌면 상대에게서 자신을 발견했는지도.....
끊임없이 바뀌는 리듬 그리고 박자!! 애초 억압을 모르는 원시적인 야만성을 억압의 또다른 이름인 문명에서
잉태된 정교한 작곡법에 어떻게 가두워 둘 수 있었을까??
바로 이점을 통해 샤넬은 31세의 스트라빈스키의 천재성을 대번에 알아챈 게 아닐까!!
고귀한 야만인들의 무곡 봄의제전에 꽂혀(hooked) 음악회가 파하고 보잘것없는 감흥을 두런두런거리는
지금도 나의 심장은 문득 그의 꿈에 홀연히 나타난 희생제물이 된 처녀의 심장과 맞물여 돌아간다....
이번엔 화제작 봄의제전에 앞서 연주된 김은찬씨 연주의 페트루슈카...
흔히들 세계 3대 피아노 난곡하면
발라키레프의 이슬라메이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중 스카르보
스트라빈스키의 이곡 페트루슈카(아르투로 루빈스타인에게 헌정)라 하던데...
김은찬 피아니스트의 강렬한 흡입력 그리고 강력한 파워!
무엇보다 젊음이 쏟아내는 열정에 초여름의 식곤증은 공연장 밖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내가 이곡의 묘미를 느낀건 유투브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유자왕의 연주를 듣고 나선데...
(빨간 칵테일 드레스의 비주얼 덕이었을까? 입과 귀가 얼얼할 정도로 화끈한 페트루슈카였다)
김은찬씨의 파워풀한 타건을 들으니 페트루슈카는 더이상 줄에 매달려 타인에게 조종되는 꼭두각시가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로 거듭나는 듯했다...
그 생동감어린 마성의 표현력이란!!
"나는 로빈슨의 의도, 그의 건설 사업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일인지 스스로가 깨닫도록 했다.
그리고 드디어는 방드르디가 불쑥 출현하여 모든 것을 완전히 무너뜨리게 유도했다. 그리하여 백지상태 위에서
새로운 언어 새로운 종교 새로운 예술 새로운 유희 최종적으로 새로운 에로티시즘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미셸 뚜르니에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회화에선 타이티 섬의 고갱이
문학에선 미셸 뚜르니에
그리고 음악에선 스트라빈스키가 갈망하던
원초적 기초로의 회귀!!
음악회는 종결된지 수시간이
흘렀지만, 본능 속 내재된
신통한 야성미와 야만성을
슬그머니 끄집어내어
반추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