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예술로서의 사진》 The Photograph as Contemporary Art - 샬롯 코튼(Charlotte Cotton) = Part. 3 =
[12] 평범한 사물을 작품으로 만드는 방법 1. 대상보다 바라보는 방식이 중요하다 (1) 무엇을 찍어야 예술이고 무엇을 찍으면 안 된다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① 모든 사물과 장면은 사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② 그러나 평범한 대상을 찍었다는 사실만으로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③ 무엇을 발견하고 어떤 시각과 개념으로 선택하여 제시했는지가 중요하다. 2. 사물의 기능에서 벗어난 형태를 본다 (1) 사물의 이름과 용도보다 형태·질감·표면·흔적을 관찰한다. ① 축 늘어진 옷을 몸의 허물이나 즉흥적인 조각처럼 바라볼 수 있다. ② 식사 후의 흔적을 관계와 시간의 흔적으로 볼 수 있다. ③ 껌 자국과 얼룩을 세포·지도·풍경처럼 바라볼 수 있다. 3. 우연하고 일시적인 상태를 발견한다 (1) 사물이 잠시 만들어내는 우연한 관계와 형태를 주의 깊게 살핀다. ① 곧 사라질 입김과 습기, 빛을 포착한다. ② 우연히 놓이거나 균형을 이룬 사물을 발견한다. ③ 사진가는 우연을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연한 관계를 적극적으로 찾아내는 사람이다. 4. 사진의 형식으로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만든다 (1) 빛·그림자·초점·노출·거리·각도·프레임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① 작은 시점의 변화만으로도 같은 대상이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② 잘림·흐림·흔들림·겹침을 통해 일상적인 시각을 벗어난다. ③ 완결된 구도만 고집하지 않고 불완전하고 우연한 형식도 활용한다. 5. 크기와 규모의 감각을 바꾼다 (1) 사물을 실제보다 크게 확대하거나 실제 크기로 제시하여 물질성을 드러낸다. ① 작은 흔적을 거대한 풍경처럼 보이게 한다. ② 실제 크기의 세부를 통해 관객이 대상 앞에 서 있는 듯한 경험을 만든다. ③ 규모의 혼동을 이용하여 익숙한 대상을 추상적이거나 초현실적으로 보이게 한다. 6. 흔적을 통해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보여준다 (1) 사람을 직접 촬영하지 않고 사람이 남긴 사물을 촬영한다. ① 빈 침대는 사라진 몸과 관계를 암시한다. ② 벗어놓은 옷은 보이지 않는 몸과 친밀성을 떠올리게 한다. ③ 식기·임시 거처·유골함·버려진 물건은 노동·가난·사랑·상실의 흔적이 된다. (2) 관객은 사진 속 흔적을 법의학적으로 읽을 수 있다. ① 누가 이곳에 있었는지 추측한다. ② 무엇이 일어났는지 상상한다. ③ 사진이 직접 보여주지 않는 사람과 사건을 흔적을 통해 재구성한다. 7. 촬영 범위와 규칙을 정한다 (1) 일정한 장소·거리·시간·대상을 정해 반복해서 촬영한다. ① 반경 500미터처럼 촬영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② 특정 지역의 흔적이나 건축물을 반복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③ 제한된 규칙은 개인적인 관찰을 사회적·역사적 의미로 확장한다. 8. 반복·유형학·배열·시퀀스를 활용한다 (1) 한 장의 사진보다 사진 사이의 관계를 만든다. ① 유사한 대상을 반복하면 하나의 유형학이 형성된다. ② 사진 사이의 유사성·차이·충돌이 새로운 의미를 만든다. ③ 우연한 한 장면도 반복되면 사회적 현상이나 개념적 구조로 읽힐 수 있다. (2) 사진집과 전시에서 이미지의 순서와 크기를 조절한다. ① 같은 사진도 앞뒤에 어떤 사진이 놓이는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② 사진과 텍스트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맥락을 만들 수 있다. ③ 전시공간 전체를 하나의 관계적이고 조형적인 이미지로 구성할 수 있다. 9. 사진을 공간적인 사물로 제시한다 (1) 사진을 벽에 거는 평면 이미지로만 다루지 않는다. ① 사진을 바닥에 놓거나 벽에 기대어 설치할 수 있다. ② 독립적으로 서 있는 블록이나 구조물로 만들 수 있다. ③ 사진과 관객의 신체, 전시공간 사이의 관계를 작품의 일부로 만들 수 있다. 10. 사적 이미지와 공공장소를 충돌시킨다 (1) 사적인 기억을 공적 기억으로 단순히 바꾸는 것이 아니다. ① 사적인 이미지와 기억을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공공장소에 놓는다. ② 사적 경험과 공공장소가 서로 부딪치면서 새로운 감각적 경험이 발생한다. ③ 관객은 자신의 기억과 사회문화적 맥락을 작품에 연결하여 새로운 의미를 만든다. 11. 무엇을 보지 않는지를 질문한다 (1) 명확한 주제뿐 아니라 사물 사이의 공간과 흐릿한 주변부를 바라본다. ① 평소 시야에서 무의식적으로 제외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 ② 창·유리·반사·모서리를 통해 앞과 뒤, 내부와 외부를 겹친다. ③ 사진은 무엇을 보여주는 동시에 무엇을 보지 못하게 하는지도 드러낸다. 12. 관객이 해석할 여백을 남긴다 (1) 작가의 설명으로 의미를 완전히 고정하지 않는다. ① 관객이 사진 속 단서를 따라 추측하고 상상하게 한다. ② 사진과 사진 사이의 빈틈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게 한다. ③ 관객의 기억·경험·지식과 사회문화적 맥락이 사진에 접속할 여지를 남긴다. [13] 같은 흐름에 속하는 사진가들 1. 우연한 일상 관찰을 섬세한 사진 형식으로 발전시키는 작가들 (1) 이 장에서 자세히 다룬 작가들 외에도 다음 작가들이 같은 흐름과 연결된다. ① 페데리코 클라바리노(Federico Clavarino) ② 안네 댐스(Anne Daems) ③ 안데르스 에드스트룀(Anders Edström) ④ J. H. 엥스트룀(J. H. Engström) ⑤ 미키코 하라(Mikiko Hara) ⑥ 후미 이시노(Fumi Ishino) ⑦ 론 주드(Ron Jude) ⑧ 오사무 가네무라(Osamu Kanemura) ⑨ 마틴 콜라르(Martin Kollar) ⑩ 에드 파나르(Ed Panar) ⑪ 에런 슈먼(Aaron Schuman) ⑫ 마이크 슬랙(Mike Slack) (2) 이들의 공통점은 거대한 사건보다 일상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물과 장면을 세밀하게 관찰한다는 점이다. ① 카메라는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는 실제적인 도구이다. ② 동시에 사진가에게 평소 지나쳤던 것을 바라봐도 된다는 심리적인 허가를 준다. ③ 그렇게 바라본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경이·부재·불안과 유머를 발견한다. [14] 전체 핵심 명제 정리 1. 일상적인 사물은 사진에 찍히는 순간 원래의 기능에서 부분적으로 벗어나 새로운 시각적·개념적 관계 속에 놓인다. 2. 사진의 가치는 특별한 대상을 촬영하는 데만 있지 않다.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선택하며 제시하는가가 중요하다. 3. 사소한 것을 촬영하는 사진은 대상을 반드시 아름답고 위대한 것으로 미화하지 않는다. 조용하고 열린 방식으로 관객의 지각을 변화시킨다. 4. 평범한 사물은 배치·균형·크기·빛·시점·프레임·반복과 배열에 따라 조각·은유·기억·사회적 흔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5. 사진은 현실에서 나온 흔적이면서 동시에 평면 위에 구성된 이미지이다. 따라서 대상이 무엇인지뿐 아니라 빛·형태·표면과 구성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6. 사진 한 장의 의미는 사진 내부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이미지·텍스트·사진집·전시 장소 및 배열과의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7. 사람이 직접 등장하지 않아도 옷·침대·식기·집·유골함과 버려진 물건을 통해 몸·관계·노동·가난·사랑과 상실을 드러낼 수 있다. 8. 사적 기억을 공공장소에 놓는 것은 그것을 곧바로 공적 기억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사적인 기억과 공공장소를 충돌시켜 미술관과는 다른 감각적 경험과 새로운 해석을 일으키는 것이다. 9. 쇠락한 건축과 남겨진 흔적은 직접 보이지 않는 사람과 사라진 공동체를 추측하게 한다. 관객은 흔적을 따라 사진을 법의학적으로 읽을 수 있다. 10. 사진은 무엇을 보는가뿐 아니라 무엇을 보지 않는가, 무엇을 시야에서 제외하는가를 질문한다. 11. 우연은 사진의 결함이 아니라 사진적 발견의 중요한 조건이다. 그러나 사진가는 우연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지 않고 사진이 될 수 있는 장면을 적극적으로 찾아낸다. 12. 이 장의 핵심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억지로 위대한 것으로 만드는 데 있지 않다. 평범한 것 속에 이미 존재하지만 우리가 보지 못했던 형태·감정·관계와 사회적 의미를 사진을 통해 발견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