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1일, 아이들이 졸업했다. 꿈꾸는 합창단과 후배들이 축가를 부르고 한명 한명이 졸업장을 받고 전체 사진을 찍었다. 기존의 졸업식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작공의 그날 졸업식은 분명 달랐다.
작공에서 졸업식을 계획했다. 학교를 다니지 않았지만, 학교를 다닌 적은 있었지만 지금은 스스로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 아이들의 졸업식이 필요했다. 왜냐면 19살이 되었고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이 다 졸업하기 때문이다. 검정고시 준비를 위해 월,수,금 학습을 하고 8월초에는 5일간 합숙도 했다. 비록 고졸검정고시에 합격한 친구들은 없었지만 나름 공부를 했다. 또한 6박7일 제주도 자전거여행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해낸다는 것을 경험했다. 갈등도 있고 힘들었지만 열심히 달렸고 제주도를 완주했다. 이 경험은 아이들을 한뼘 성장하게 했다.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며 보낸 시간들이 아이들에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다고 생각했다.
양구는 자신이 하고 싶었지만 멈췄던 노래 부르기를 하고 싶어졌단다. 찬이는 요리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단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같이 달린 시온샘, 쑨샘, 나까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여행과 5년 동안의 작공 활동, 그동안 작공을 이용했던 친구들의 인터뷰를 영상물로 만드는 등 우리는 새로운 일을 꿈꾸며 서울로 돌아 왔다. 양구는 신애프의 프로그램오디션에 합격했고 찬이는 필기, 실기 그리고 면접을 무사히 통과하여 sk 요리학교에 합격했다. 영이와 완이, 현이는 아르바이트를 성실하게 하면서 20살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역시 여행은 좋은 거야’ 나는 여행이 모두를 성장시킨다는 것을 확인한 거 같아 행복했다. 그러나 그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양구와 찬이는 다니는 것을 중단하고 작공에도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졸업식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해낸 게 없어! 도대체 한 게 뭐야 남들 다니는 학교를 다녔어?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 했어? 자기가 하고 싶다는 노래와 요리를 왜 안가?” 난 멘붕에 빠졌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으로 졸업식에 의미를 두었는데 졸업식을 할 수 없었다. 졸업식 취소를 하기위해 아이들을 불렀다. 상황을 설명하니 완이는 “그래요, 우리한테 졸업식이 뭐가 필요해요, 안 해도 돼요” 쿨하게 이야기했다. “난 중학교 졸업이라도 했지. 넌 6년 전 초등학교 졸업식이 전부잖아? 해보고 싶지 않아?” 양구가 이야기하자 아이들의 눈빛이 흔들린다.
졸업식을 해야 하냐고 묻는 시온샘과 나에게 문샘이 이야기한다
“이 아이들, 여기서 5년 동안 중학교 검정고시 통과해서 이젠 다 중졸이잖아요 그럼 중학교 졸업식하면 되잖아요? 여행도 아무 사고 없이 잘 갔다 왔고. 5년 동안 이곳을 작공에서 무언가 해보겠다고 열심히 보냈잖아요. 작공을 지킨 아이들이라고요. 40만이 된다는 고등학교 졸업생이 진로를 결정하고 졸업하는 친구가 몇이나 되요? 이 아이들에게 졸업식을 해줍시다. 졸업이 안 되면 성인이 된 걸 축하해주는 성인식이라도…”
그랬다. 수많은 아이들이 대학입시에 성공한 것도 아니고 취직 등 진로를 결정한 것도 아닌데 난 이 아이들의 결과를 독촉하고 있었다. 누구의 돌봄도 받지 못해 거칠기 그지없던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노력하는 아이들로 변화한 모습은 보지 않은 채 눈에 보이는 결과에 급급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비로소 아이들에 졸업장을 쓰기 시작했다. ‘작공이라는 이름도 지은 것도, 친구들은 챙기며 중졸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고졸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것도 찬이었다고, 지금의 작공을 있게 한 것은 바로 이 아이였다’고 얼마나 아름다운 아이인가? 이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해준 것이 고맙다고. 노래도 외모도 완벽할 뿐 아니라 성실할게 살려고 노력하는 아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 줄줄 아는 아이 그래서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있는 양구, 하고 싶은 건 잘하고 싶은 건 매일 8시간씩 연습하며 노래도, 기타도 해내는 완이, 마을사회자로 성장해도 될 것 같은 아이, 영업에 탁월한 소질을 보이며 하고 있는 일을 재미있어하는 완이, 기타로 마을샘, 작공샘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사람들 앞에서 기타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영이. 엄마 아픈 모습을 눈물을 흘리며 사람을 따듯하게 배려하는 현이, 이 아이 앞에 어떤 시련이 있을지 모르지나 정말 꿋꿋하게 살아갈 거라는 믿음을 갖게 하는 현이, 이 모든 아이들은 20살을 준비하고 있었고 충분히 축하받으며 졸업할 이유가 있었다. 시온샘은 후배들을 챙겨 노래연습을 시작했고 나는 아이들에게 줄 졸업장을 준비했다.
졸업식 당일 난 아이들이 없는 졸업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부모님들의 참여를 부탁했다. “당연히 가야죠”하는 엄마도 있었지만 “이 아이는 졸업식을 할 자격이 없다”며 “도대체 아이들을 어떻게 키운거냐”고 화를 내는 아빠도 있었다. “아이를 지켜줄 아빠는 그동안 어디 있었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 맘 또한 이해되기에 간곡히 졸업식에 참석해주길 바랬다
졸업식 날 찬이가 나에게 묻는다 “우리 아빠와요?” 오겠다고 했던 아빠를 기다리는 눈치다. 아빠는 오지 않았지만 참 많은 분들이 졸업을 축하해 주기 위해 노란 장미를 들고 왔다, 정말 소중하고 소중한 마을샘들. 아이들과의 만남이 가능했던 것도 이 마을샘 때문이다. 지금까지 함께 키워온 김미영, 김희재, 장미옥, 박상미, 김윤경, 한탁영샘이 몸과 마음을 함께 했다. 눈물의 졸업장을 건네 아이들마저 감동시킨 샘들, 정말 고맙다. 형들에게 애증의 감정을 표현하며 축하해주러 온 후배들도 생각보다 무척 많이 참석해 행복한 졸업식이 되었다. 이 졸업식을 가능하게 해준 문선미샘,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를 완벽하게 해준 박지혜샘, 김다현샘 그날 주인공처럼 행복했던 내 마음을 전한다. 고맙습니다.
찬아, 양구야, 완아, 영아, 현아 졸업 축하해
너희가 품고 있는 가능성은 지금은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너희를 행복하게 해줄 힘이 될 거라는 것을 믿어, 고맙다. 이렇게 행복한 졸업식을 할 수 있게 해주어서. 너희가 있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