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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은 2009년 남원 주천에서 산청 수철리까지 1차 구간을 개통한 이후, 2011년에 악양 대축까지 2차구간이 개통되었고 2012년 5월 25일 다시 남원 주천에 연결된 3차 구간이 개통됨에 따라 드디어 지리산 자락을 일주하는 지리산둘레길 전 구간이 개통되었다.
지리산둘레길의 초기 구간인 남원 주천에서 함양을 거쳐 산청 수철에 이르는 동안 1차 구간에는 지리산둘레길을 입안하고 추진한 사단법인 숲길에서 일관성 있게 설계하였으나 이후 구간은 각 지방자체단체인 군에서 관장하다 보니 둘레길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특히 구례와 하동 구간은 각 군의 전시성 사업으로 변질되어 일부 구간은 불필요하게 의미 없는 길로 둘러가거나 헷갈리게 가지를 친 구간을 만들어 놓아 진행에 혼돈스럽게 해 놓았다.
그래서, 지리산 자락을 온전히 돌아 연결된 지리산둘레길(분홍색선)과 가지를 친 둘레길 지선(녹색선)으로 구분하여 표시하였다.
특히 시멘트 포장이 된 임도 구간과 능선을 가로질러 넘어가는 구간이 너무 많아 등산화와 스틱을 비롯한 정식적인 산행 채비를 하고 식수와 행동식을 챙겨 진행하지 않으면 아주 힘든 구간이 많다.
따라서, 지형도와 위성도를 보고 사전에 산행 계획과 준비에 철저를 기해야 할 것이다.
13. 악양 대축 - 원부춘
*원부춘-형제봉능선-악양 입석- 악양 대축
총거리; 8.7KM
최고고도/최소고도/고도차; 787/22/765
대축에서 약양 벌과 마을 사이를 지나 입석에서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여 악양 형제봉 능선을 넘어가는 악양 활공장 가는 길에 있는 부춘 마을회관 앞으로 떨어진다.
*대축에서 악양벌판을 향하여 축지교를 건너면 둘레길이정표가 양방향으로 나누어진다.
상세한 설명은 지리산둘레길 25편 참조.
25. 악양 축지교-부부송-입석 구간
*입석-악양들 부부송-축지교-대축
분홍색선; 둘레길 본선
녹색선; 둘레길 지선
*총거리; 4km
최고고도/최저고도/고도차; 110/18/92
악양 대축에서 악양 벌판을 향하여 축지교를 지나면 둘레길 표시가 양방향으로 나 있다.
우측으로 가면 악양 입석을 지나 형제봉 능선을 넘어 진행하는데 좌측으로 가면 악양 벌판의 부부송을 지나 입석에서 다시 만난다.
이 길은 부부송 옆으로 지나 새롭게 조성해 놓은 동정호를 지나는 의미는 있지만 최참판댁을 지나는 것도 아니고 악양 벌판을 벗어나면 예의 포장된 마을길을 걸어가게 되는데
청보리나 자운영이 악양 벌판을 뒤덮고 있는 계절이 아니라면 둘러갈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지리산둘레길 제13구간 대축-원부춘 개념도. (출처_ 행복한 걷기여행 지리산둘레길).
대축~원부춘 구간별 거리
대축마을-악양천 둑길(0.28km)-입석마을(1.9km)-개서어나무숲(2.3km)-아랫재(0.54km)-너럭바우(0.22km)
-묵답(2.3km)-원부춘(0.99km)
지선(대축~입석) 구간별 거리
대축마을-평사리 동정호(1.7km)-대촌마을(1km)-입석마을(1.2km)
거리: 약 8.6km (지선 10.3km)
시간: 휴식 포함 약 4시간 30분 (지선 6시간)
이상_ (사)숲길 공식자료.
구간별 소요시간.
2013년 9월 4일(수)
오전 9시 58분 대축마을 출발.
10시 1분 축지교 갈림길 (여기서 왼쪽 평사리 방향 선택).
10시 12분 평시리 무딤이들 사잇길.
10시 31분 동정호.
10시 43분 최참판댁 앞 삼거리 큰길. (여기서 식당으로 이동).
지리산갑부네에서 이른 점심 먹고 휴식.
오후 12시 00분 다시 출발.
12시 18분 대촌마을 방향 좌회전.
12시 47분 입석마을에서 갈라졌던 둘레길 다시 만남.
1시 15분 노거수 그늘 쉼터.
1시 35분 산길 진입.
2시 30분 형제봉 능선.
2시 53분 전망좋은 바위.
4시 24분 조운사.
4시 31분 원부춘마을.
* 중간중간 사진 촬영으로 시간 지체.
하동댁 오민애와 걸은 대축~원부춘 10.3km
섬진강, 평사리, 지리산, 가을에 듣는 삼중주
그러고 보니 제1구간(주천~운봉)부터 시작해 한 달에 한 번, 지리산둘레길을 다시 걷게 된 것이 벌써 열두 달을 넘겼다. 1년이면 주택 몇 채를 올릴만한 시간이지만, 700여 리 둘레길은 이제 절반을 겨우 넘겼을 뿐. 가을에서 겨울로, 겨울에서 봄으로, 봄은 다시 여름을 거쳐 가을이 되었다. 차로 달리면 고작 1시간 30분쯤인 거리를 1년동안 돌아온 셈이다. 길은 기다란 꼬리를 그리며 발자국 끝에 그렇게 따라 붙는다.
글·사진 황소영 <행복한 걷기여행 지리산둘레길> 저자|협찬 트렉스타
하동군 악양면은 중국의 악양과 지형이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지리산 인근에선 보기 드문 너른 평지를 품은 땅이다. “거지가 악양에 들어와 한 집에서 한 끼씩만 얻어먹어도 1년이면 여섯 집이 남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 악양 초입의 평사리는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또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등으로 알려진 곳이다. 작가는 책의 서문을 통해 “악양 평야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외부에서는 넘볼 수 없는 호수의 수면 같이 아름답고 광활하며 비옥한 땅이다. (중략) 지리산이 한과 눈물과 핏빛 수난의 역사적 현장이라면 악양은 풍요를 약속한 이상향이다.”라고 밝힌바 있다.
가을, 그 앞에서 걸음을 잇다
2012년 5월 최종 완공된 지리산둘레길은 2008년, 2009년, 2011년에 연이어 추가 개통되었는데, 이번 달에 소개할 하동의 대축~원부춘 구간은 지난해 완전 개통에 맞춰 길이 열린, 그러니까 지리산둘레길 중에서 가장 늦게, 아니 가장 최근에 개통된 길이다. 앞으로 걷게 될 하동의 나머지 구간과 구례 일부 구간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제 갓 1년을 넘긴 후발주자들이다.
제10구간(위태~하동호)을 시작으로 지난여름 내내 하동 구간을 걷고 있지만 외지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하동은 이번 구간부터, 즉 ‘악양’과 ‘화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양천 축지교를 건너자 길이 양 갈래로 갈린다. 그 중심에 갈색의 네모난 이정표가 섰다. 빨간색의 현위치, 그리고 그 지점을 중심으로 노란색의 굵은 실선이 양쪽으로 나뉘었다가 입석마을 즈음에서 만난다. 오른쪽 입석마을 방향이 이번 구간의 메인이라면 왼쪽 평사리 쪽은 빙 둘러가는 지선(곁가지 길)이다. 입석마을로 곧장 가는 것이 지선으로 가는 것보다 훨씬 짧고 가깝다.
하지만 별다른 특징없이 이어진 우측 길은 지난해 1월 다녀온 적이 있는 터라 이번엔 부러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휑한 겨울과는 달리 지금은 가을이고, 들녘과 숲의 색깔은 생명력으로 꿈틀대고 있었다. 색감이 주는 힘은 대단하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그때 그 겨울엔 그저 볼 것 없던 산에 불과했던 것이, 이번엔 마냥 좋기만 했으니까. 달관자가 아닌 이상 우리 같은 범인에게 자연의 색감이란 한없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모양이다.
등을 돌려 왼쪽으로 길을 꺾는다. 지난달 대축마을로 내려서며 보았던 초록의 평사리 무딤이들은 어느새 노오란 빛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붉은 단풍은 산 위에서부터 물들기 마련이지만, 아랫녘의 가을은 이 들판의 황금빛에서 시작한다. 집안의 창문이란 창문은 꽁꽁 닫아둔 채 기계가 내뿜는 찬바람에 의지하며 잠들었던 여름밤이 며칠 전 같은데, 이제는 창문 너머로 불어오는 밤바람이 낯설어 문을 닫는다. 계절은 그렇게 순식간에 바뀌고 있었다. 계절의 변화는 늘 사람의 생각을 앞선다.
차분한 가을과는 달리 봄의 평사리는 화려하고 분주하다. 봄이 아름답지 않은 곳이 어딘들 있을까마는 경남 하동, 그중에서도 화개와 악양의 봄은 과히 으뜸이라 할만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 지리산과 그 산의 청정 계곡수가 합해진 섬진강, 또 4월 초순이면 19번 국도를 거슬러 화개의 쌍계사 너머까지 이어진 벚꽃잎에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니까. 하여 차들이 쌩쌩 내달리는 국도조차도 아름다움의 대상이 된다. 유홍준은 그의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에서 “단연코 섬진강을 따라가는 길이 아름답다” “이 세상에 둘이 있기 힘든 아름다운 길”이라고 치켜세운다.
평사리, 그리고 하동댁 이야기
정오 즈음의 짧은 그림자가 평사리 무딤이들 가운데에 드리워졌다. 길 위를 걷는 그림자조차도 씩씩하다. 지리산이 좋아, 지리산에 정착한 당찬 여인의 그림자다. 두 해 전 초봄, 단출한 신혼살림과 백일을 갓 넘긴 아들을 안고 이곳 하동에 정착한 젊은 새댁, 깔끔하고 맛깔스런 음식으로 입소문 자자한 맛집 사장님이자 본지 하동주재기자인 오민애(blog.naver.com/duryusan)씨다.
눈부신 가을 햇살이 그녀의 머리 위로 쏟아진다. 하늘은 유독 더 파랗다. 자로 잰 듯한 너른 평야가 와락 가슴 속을 헤집는다. 최참판댁의 땅을 빌어 살았던 무지렁이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허리 펼 일 없이 땀을 쏟았을 땅, 소설 속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리기엔 이 땅 속에 녹아있는 농부들의 노고가 너무 절절하다.
둘레길 옆으로 눈에 띄는 안내판 하나가 앉았다. “협곡을 헤쳐 흐르던 섬진강이 들판을 만들어 사람을 부르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촌락을 이루고 문화를 만들어냈다. (중략) 이 넉넉한 들판은 모든 생명을 거두고, 자신이 키워낸 쌀과 보리로 뭇 생명들의 끈을 이어준다.” 라고. 섬진강 물길 중 가장 너른 들이라는 이 평사리 무딤이들의 면적은 약 83만여 평. 섬진강과 지리산이 키운 무딤이들은 보리가 익는 봄에도, 푸르게 젖은 여름에도, 이렇게 황금빛으로 물이든 가을에도 좋다.
그렇다 하여 오른쪽 입석마을 길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눈앞과 좌우로 펼쳐진 지리산 능선과 들녘의 기운, 지리산과 남쪽 바다의 절묘한 냄새가 섞인 섬진강 바람, 게다가 강 너머 백운산의 우람한 기세까지 상큼하게 뒤섞였으니까. 고작 20분이면 끝날 길이지만 아스팔트에 발끝이 닿기 전까지는 들썩들썩, 걸음이 신명난 길이다.
들녘 한 가운데에는 ‘부부송’으로 불리는 두 그루의 소나무가 있다. 땅을 넓히기 위해, 쌀 한 줌 더 얻기 위해 이 나무를 베어낼 수도 있으련만 악양 사람들은 슬기롭게 두 나무를 지켜냈고, 덕분에 무딤이들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그러고보니 악양은 비닐하우스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있는 그대로의 햇살과 바람, 흙과 물로 온전히 농산물을 키우는 전형적인 슬로시티(www.slowcityhadong.or.kr)인 셈이다.
동정호 옆에 부러진 이정표 하나가 섰다. 바닥에 널브러진 화살표 조각을 주워 맞춰본다. 이제 길은 무딤이들을 벗어나 아스팔트로 이어진다. 얼추 점심시간, 또 지나는 길이 마침 최참판댁 앞 삼거리여서 오민애씨가 운영하는 식당 ‘지리산갑부네’로 방향을 잡는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은 정기휴일, 그 덕에 이렇게 걷기도 하는 것이지만 특별히 오늘은 닫혀진 식당문을 열고 함께 걷는 이들을 위해 뚝딱뚝딱 식사를 준비한다. 보라색 모자와 연둣빛 배낭을 내려두고 등산복 위에 앞치마를 두른 그녀의 손이 분주하다. 곧 바지락이 듬뿍 든 칼국수와 소스와 오이피클까지 직접 만들었다는 수제돈까스가 식탁 위에 올려진다. 함께 나온 밑반찬들도 대부분 오씨가 손수 텃밭에서 재배한 채소다.
“에잇, 설마. 식당하랴 애 키우랴, 언제 농사를 짓는단 말이예요?”
이렇게 묻는 손님들도 있단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 쉰다.”지만 쉬는 날을 농사일에만 쏟을 수도 없다. 벌써 수년째 꾸준히 서예를 써왔고, 최근엔 경남환경미술대전에 출품한 한자 예서체, 한글 판본체, 한자 전서체가 모두 입상해 ‘삼체상’을 받았다. 개천미술대전, 국제환경미술대전 등 서예는 오씨에게 무수한 상을 안겨준 고마운 특기이자 취미다. 그밖에 지리산학교에서 도예반을 수강 중이고, 국립공원관리공단 자원활동가로 봉사 중이다. 꾸준한 산행도 빼놓을 수 없다.
어디 그것뿐인가. 콩이며, 죽순이며, 찻잎이며, 수확한 채소로 장아찌와 된장도 담그고, 매실과 오미자 등을 이용해 진액도 만들고, 싱싱한 과일로 잼도 만든다. 차(茶) 만드는 일에도 소홀할 수 없을뿐더러, 천연비누와 천연염색과 천연화장품, 심지어 커피 원두를 직접 로스팅도 한다. 찬바람이 불면 곶감도 일일이 손으로 깎아 만들고, 손님들에게 내줄 밑반찬도 그때그때 만들어야 한다. 혼자 운영하는 식당일로도 버거울텐데, 오민애씨의 일상은 항상 해야 할 일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남들은 잘 모른다. 그녀의 일상은 늘 잔잔하다. 적어도 남들이 볼 때 그녀는 평화롭고 여유롭다. 마치 물밑에서 열심히 발길질을 하는 백조처럼 말이다.
둘레길, 그러나 때로는 산길
내려놓았던 배낭을 둘러메고 식당을 나선다. ‘정기휴일’ 식당은 제 본분대로 오늘 하루 다시 편한 휴식에 들 것이다. 아스팔트 도로를 벗어나 대촌마을로 들어선다. 담장을 따라 능소화가 피었다. 일명 ‘양반꽃’, 양반집에만 심을 수 있었다는데, 일반 평민집에 혹여 이 꽃이라도 심겨져 있으면 잡아다 곤장을 칠 정도였다고 한다. 배롱나무 꽃도 있다. 여름 꽃들이 아직 떠나지 못하고 담장에 또 길가에 섰다. 벌써 단감에 주홍빛 물이 차올랐는데도 여름 꽃들은 마지막까지 저렇게 화려하다. 악양천 갈림길에서 봤던 이정표가 다시 보인다. 숲 그늘 너머 푸조나무가 멋진 입석마을이 있을 것이다. 드디어 양 갈래로 나뉘었던 두 길이 재회하는 순간이다.
드문드문 그림처럼 예쁜 민가가 들어서 있고, 감나무 아래 고만고만한 차밭이 펼쳐져 있다. 밤나무 쉼터를 지나 작은 집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쯤 산속으로 길이 열린다. 이제부터 원부춘마을에 닿기까지 약 3시간(5km) 가량은 딱히 탈출로도 없는 산속이다. 지대가 조금만 높아도, 시야가 조금만 열려도, 발아래 섬진강과 무딤이들이 펼쳐지더니, 산 깊은 곳에 들어온 탓인지 저 너머 낮은 풍경들은 숲에 가려 보이지 않고, 대신 형제봉 능선이 시위하듯 앞을 막는다. 지리산 영신봉에서 발원해 형제봉~신선대~고소산성을 거쳐 섬진강 앞에서 그 맥을 맺는 산줄기인 터라 능선까지 닿는 길이 결코 녹록치 않다. 산 깨나 다녔다는 사람들도 몇 번씩 가쁜 숨을 고르며 다리쉼을 한다.
산길로 접어든지 50분 후쯤 형제봉 능선을 넘는다. “능선까지 꾸준히 올라왔으니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 마침 전망 좋은 바위도 있겠다, 안심할 찰라 다시 바위 너덜을 지나 오르막이다. 평지가 나왔다 싶으면 “아니. 조금 더!”라고 산은 고개를 빳빳이 세운 채 둘레꾼들을 채근한다. 그래도 그것이 가을이어서 다행이다. 나뭇잎도 눈도 없는 외로운 계절에 왔을 땐 심드렁할 정도로 재미없는 길이었다. 곳곳에 멧돼지 발자국도 있겠다, 식수 구할 곳은 없겠다, 산행 경험 없는 사람, 특히 여자 혼자 이 구간을 걷는다면 고생길이 훤하겠군…. 이라고 낮은 점수를 줬던 길, 그래서 새삼 미안하고 안쓰럽기까지 한 길. 가을의 색감은 이렇게 같은 길도 다르게 한다. 쉽지 않은 산길인 건 분명하지만 길은 확실히 그때보다 편했고, 그때보다 아름다웠다.
형제봉 능선을 넘어 1시간 10분쯤 후에야 평지를 만난다. 겨울엔 깡말라있던 계곡에 제법 물도 흐른다. 고사리를 재배하는지 한참이나 웃자란 고사리 잎들이 서늘한 바람에 몸을 흔든다. 벌써부터 굴뚝을 타고 올라온 여념집의 아궁이 군불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돌아보니 신선대 아래 구름다리가 아득히 올려다 뵌다. 저 능선에서 한참을 걸어 내려왔다. 원부춘 마을회관에 배낭을 내리고 걸어온 숲을 향해 안도의 숨을 내쉰다.
information
지리산둘레길 13구간 정보
* 대축~원부춘 구간별 거리
대축마을-악양천 둑길(0.28km)-입석마을(1.9km)-개서어나무숲(2.3km)-아랫재(0.54km)-너럭바우(0.22km)-묵답(2.3km)-원부춘(0.99km)
*지선(대축~입석) 구간별 거리
대축마을-평사리 동정호(1.7km)-대촌마을(1km)-입석마을(1.2km)
거리: 약 8.6km (지선 10.3km)
시간: 휴식 포함 약 4시간 30분 (지선 6시간)
이상_ (사)숲길 공식 자료.
대축마을에서 이정표를 따라 아스팔트 도로를 가로 지르면 곧 ‘축지교’에 닿는다. 이 다리를 건너자마자 길이 나뉘는데, 오른쪽 방향은 악양천 둑길을 따라 곧장 입석마을로 이어지며, 아랫재~너럭바우~묵답~원부춘마을까지 약 8.6km에 이른다. 이번 구간의 메인 노선이기도 하다. 반대로 이 갈림길에서 왼쪽 방향을 따르면 일명 ‘무딤이들’로 통하는 평사리 들녘과 동정호~대촌마을을 거쳐 입석마을까지 가 닿는다. 시간상, 거리상 오른쪽 입석마을로 곧장 가는 것이 더 짧고 가깝지만, 왼쪽 평사리 방향으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 길로 걷는다면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의 공간적 배경이 된 평사리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뿐더러 소설 속 가상 공간을 현실로 끄집어낸 ‘최참판댁’ 관광까지 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사가 가능한 식당가도 최참판댁 앞에 밀집돼 있다. (둘레길이 최참판댁 앞을 바로 지나는 것은 아니다). 또 하동의 대표적 걷기코스인 ‘토지길’과도 일부 겹쳐, 동시에 두 개의 코스를 걸을 수 있다. 축지교에서 나뉜 두 길은 입석마을에서 만난다. 입석마을 이후로는 꾸준한 오르막이자 산길이다. 중간에 살짝 전망이 트이긴 하지만 대체로 우거진 숲길이며 식수를 구할 곳도 마땅히 없다. 구간 종점인 원부춘마을에 닿기까지 산속에서만 3시간쯤 있어야 하므로 산행 경험이 없는 여자, 게다가 일행까지 없는 단독 여행일 경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 오가는 길 (지역번호 055)
대중교통 /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에 구례를 거쳐 악양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종점 하동행. 아침 6시 30분 첫차부터 밤 10시 심야버스까지 하루 9회 운행하며 요금은 22,900원(심야 25,200원). 그 밖의 도시에선 먼저 구례나 하동으로 이동 후 악양행 버스로 갈아탄다.
터미널 연락처 / 서울 서초동남부터미널 02-521-8550, 진주시외버스터미널 741-6039, 741-3637, 하동시외버스터미널 883-2662, 악양버스정류장 883-4955, 하동택시 884-3836, 악양택시 883-3009, 화개택시 883-2332
자가용 / 호남고속도로는 구례화엄사IC로 진입해 19번 국도를 타고 악양으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는 장수IC에서 남원의 17번 국도와 19번 국도 또는 함양IC에서 진주를 거쳐 하동IC(전도)로 들어온다. 남해고속도로는 전라도 쪽의 경우 옥곡IC를, 경상도에선 하동IC를 이용한다. 마지막 지점인 원부춘마을 역시 19번 국도변이므로 교통편은 비슷하다. 다만 두 지점을 직접 연결하는 대중교통이 없으므로 차량을 회수하려면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두 지점 간 택시 요금은 15,000원 정도다. 현위치에 따라 가장 가까운(저렴한) 지역의 택시를 호출한다.
* 기타정보
* 화장실은 최참판댁 입구, 입석마을, 산길 직전, 원부춘마을 등에 있다.
* 입석마을 지나 산길 진입 전, 또 원부춘마을 직전 ‘조운사’ 앞에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평상이 있다. 산길 두어 곳에 전망 좋은 바위가 있다.
* 버스는 대축마을, 입석마을, 원부춘마을에서 탈 수 있다. 다만 원부춘마을의 경우 아침과 오후, 하루 2회 운행한다.
* 입석마을과 원부춘마을 사이의 산길이 만만치 않으므로 중간중간 먹을 식수와 행동식을 넉넉히 챙겨가는 것이 좋다.
* 도엽명 1:25000 악양
* (사)숲길 하동안내센터 055-884-0854
* 먹을 곳 (지역번호 055)
입석마을에 <공지영의 지리산행복학교>에 소개된 ‘형제봉주막’이 있다.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영업한다. 평사리 최참판댁 매표소 맞은편에 칼국수, 돈까스, 시래기국밥 등을 파는 지리산갑부네(055-882-1431)가 있다. 둘레길을 벗어나 악양이나 화개면소재지로 나가면 좀더 다양한 식당을 만날 수 있다.
* 잠잘 곳 (지역번호 055)
평사리
관광 명소인 최참판댁에 한옥체험관(880-2960)과 주막장터민박(017-556-3335)이 있고, 무료 북카페가 있는 지리산들꽃마을(884-7063), 평사드레(883-6640) 등이 있다. 모두 둘레길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입석마을
인근에 석가헌(010-9416-0276), 미루산방(011-849-1882), 시골집(883-0692) 등이 있다.
원부춘마을
토담농가(010-9689-4004), 부춘골산장(011-838-6005), 산마루펜션(010-3644-9665), 옛날그집민박(883-8400), 홍꼴민박(010-9272-2141) 등 10여개 가 넘는 펜션이 밀집돼 있다.
월간 <<마운틴>> 2013년 10월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