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사장님. 여기는 ○○부동산투자회사입니다. 이번에 ○○○에 좋은 투자처가 있어서…." 이런 전화를 받아보신 분들이 꽤 있을 것이다. 나라 경제가 어려울수록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면서 온갖 감언이설로 선량한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려는 악덕 업자들이 아직도 활개를 치고 있다.
"그 여자는 돈 많은 사내와 한 1~2년쯤 살다가 위자료나 듬뿍 울궈내서 괜찮은 술집이나 하나 차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사람은 그 귀부인한테서 돈을 상당히 많이 울궈먹었다."
어떤 구실로 남을 위협하거나 꾀어서 자신에게 필요한 돈이나 재물을 빼내는 것을 가리킬 때 '울궈내다' '울궈먹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울궈내다' '울궈먹다'는 표준어가 아니다. '우려내다' '우려먹다'로 써야 한다. '우려내다'에는 이외에도 '어떤 것을 물에 담가 성분. 빛깔. 맛 따위를 우러나게 한다'는 뜻이 있다. "적당한 온도의 깨끗한 물에 좋은 찻잎을 넣어야 제대로 된 맛과 향을 우려낼 수 있다"처럼 쓰인다.
원래 동사 '우리다'에는 이 두 가지 뜻이 다 들어 있으나, 뜻을 더 명확하게 나타내기 위해 '우려내다' '우려먹다'로 쓰게 된 것 같다.
'우려먹다'는 한약이나 사골 같은 것을 여러 번 우려서 먹는다는 데에서 '이미 썼던 내용을 다시 써먹는다'는 뜻으로 의미가 확장됐는데, 이런 의미로 사용할 때에는 '우려먹다'만 쓸 수 있고 '우려내다'는 쓸 수 없다.
"그 교수는 5년 전에 강의했던 연구 결과를 올해 또 우려먹었다"같이 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