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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야역에 도착해서 다시 도호쿠신칸센을 타고 우츠노미야로 갑니다. 보통열차 그린샤를 타고 갈 생각도 했었는데, 아까 다카사키역에서 봤던 것도 있고 시간도 좀 촉박해서 얌전하게 신칸센으로 이동합니다.
쇼난신주쿠라인 남행열차는 아직도 소폭 지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신주쿠를 빨리 가고 싶다면 지하로 가서 사이쿄선을 타라고 친절히 안내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13시 2분발 야마비코 51호로 갑니다. E2계가 걸리길 바랬는데, E5계로 운행하네요. E2계는 작년에 한번 타본적이 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아쉽게도 타보지 못했습니다.
길다란 선두부를 앞세워 E5계가 입선합니다. 20여분정도만 타고가는데다 야마비코호라 자유석이 있지만 그린패스가 있으니 그린샤에서 편하게 갑니다.
차내에서 밥을 먹던 도중 LED에서 도쿄역 코인락커에서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연구회 메모장에도 올라왔던 내용이죠. 제발 야에스구치가 아니기만을 빌었는데 마루노우치구치라 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우츠노미야로 워프했습니다. 오늘의 두번째 메인 이벤트는 이곳에서 시작합니다.
전광판에 친절하게 열차 애칭까지 띄워주네요. 어떤걸 탈지 딱 보이시죠?
네. 이걸 탑니다. 13시 40분발 가라쓰야마행 원맨동차, EV-E301계입니다. 이번에 로렐상을 수상했죠.
이 차량은 축전지구동전동차로, 가선이 있는 곳에서는 여타 전동차들처럼 Pan에 의한 주행을 하지만 가선이 없는곳에서도 축전지를 이용하여 주행이 가능한 전동차입니다. 일반 전동차와 차이점이라면 DC/DC컨버터가 있어서 가선전압을 630V로 강압해준다는 정도가 되겠네요. 제가 장황하게 설명하는것보다 차량도감에 있는 설명이 더 이해가 쉽고 사진도 고퀄리티일것같아 설명은 이정도에서 끝내고 사진 위주로 풀어보려 합니다. 이번 여행기에서의 짤막짤막한 설명은 모두 일본위키를 참고했습니다.
혹시라도 이 차량을 노리시는 분들을 위한 팁으로, 이 차량을 타려면 JR시각표에서 열번이 M으로 끝나는 열차를 찾으시면 됩니다. 운행선구는 가라쓰야마선입니다.
유치선에는 쇼난색으로 도색된 205계 한편성이 쉬고 있는데요, 앞모습을 보니 신나라시노에서 온 차 같은데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팬터그래프 양 끝 부분을 저렇게 칠해놓은게 포인트인것 같습니다.
실내는 풀 롱시트입니다. 러닝타임이 우츠노미야 직통시 51분, 호샤쿠지 종착시 40분정도라 이정도라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가라쓰야마선은 IC카드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13시 40분, 우츠노미야를 출발합니다. 여기서부터 호샤쿠지까지는 우츠노미야선을 따라 주행하는데, 이곳은 전철화구간이라 여타 전동차처럼 Pan을 올리고 달립니다.
중간에 쇼난색 205계와도 교행합니다. 쿠로이소~우츠노미야 구간만 반복운전하는것으로 보입니다. 우에노도쿄라인 개통 이후로 쿠로이소~아타미 구간을 운행하는 초근성 보통열차도 가끔가다 나온다고 하네요.(운행거리 267.9km/4시간37분 소요) 이 열차 이외에도 마에바시~누마즈(운행거리 241km/4시간39분 소요), 코가네이~이토(운행거리 209.6km/4시간11분 소요)등 후덜덜한 길이와 시간을 자랑하는 보통열차가 가끔다가 나온다고 합니다. 시각표상에서는 못봤는데, 끝판왕은 쿠로이소~이토(운행거리 281.9km, 5시간 소요)라고 하는것 같습니다. 거리는 둘째치고 소요시간이 참으로 길고 아름답습니다. 참고로 도쿄~하카타간 노조미(운행거리 1179.3km) 소요시간이 5시간정도 됩니다.(노조미 1호가 4시간 53분) 최장거리 히카리인 히카리493호(신요코하마~히로시마/운행거리 865.4km)가 소요시간이 거의 4시간입니다 (3시간 58분)
그런데 여기는 원래 211계가 다니던 곳으로 알고있는데 211계를 다 치바로 보내고 저 205계를 갖고온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느꼈지만 아무리 봐도 신나리시노 출신 205계가 맞는것 같습니다. 특히 저 FRP로 된 부분을 봤을때는요.
지금은 우츠노미야선을 주행중이기 때문에 가선 정보에도 통상가선이라 나오고 Pan도 올라가있는 상태입니다.
중간에 화물열차와도 교행하고요.
호샤쿠지역에 진입합니다. 저희는 제일 오른쪽으로 빠집니다.
호샤쿠지역에 도착해서 운전사분께서 PanDS를 취급하십니다. 이제 이 '전동차' 는 '비전철화'구간으로 들어갑니다.
차량정보모니터에서도, 실제로도 Pan이 내려가있습니다. 그리고 모니터에 '가선 없음' 이라고 뜹니다.
가라쓰야마선으로 들어왔습니다. 비전철화 구간이라 전주같은게 없어서 전망은 시원시원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전동차'를 타고 있습니다.
정차중에는 이렇게 차내 축전지를 이용해 차내 조명과 공조기등을 구동합니다.
오가네역에서 키하 40계 동차와 교행합니다. 가라쓰야마선내에서 유일해게 교행이 가능한 역입니다.
회생제동시 나오는 전력을 전차선으로 보내지 않고 축전지 충전 및 차내조명, 공조기 가동 등에 사용합니다. 그 전에 돌려보낼 전차선이 없죠.
50여분을 달려 가라쓰야마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해서 운전사분께서 PanUS를 취급하십니다.
가라쓰야마역 구내에 변전소와 강체가선을 설치해서 축전지의 충전이 가능합니다. 이 차에 있는 축전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84V가 아닌 630V를 씁니다. 강체가선을 설치한 이유는 대전류를 송출해서 급속충전을 하기 위함이라고 하네요.
가라쓰야마선은 일일 16왕복이 운행하는데, 그중 10왕복이 우츠노미야까지 갑니다. 제가 타고 나갈 15시 29분차는 호샤쿠지 회차입니다.
역 건물사진을 한번 찍어봤습니다. 역 앞에 조그마한 슈퍼, 버스정류장, 택시 차고지로 보이는 건물과 기타 건물들 몇개 빼놓고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나스시오바라시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버스가 들어오는것 같긴 한데, 이쪽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으므로 그냥 1시간을 기다리는게 나을것같습니다.
바깥에 있는것보다는 시원한 차내에 있는게 좋을것 같아 차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충전중인데도 에어컨을 가동해놔서 시원했습니다.
구내 강체가선을 이용하여 축전지 충전중입니다. 충전중에는 Pan 상승/하강 및 기동방지장치가 되어있다고 합니다.
광고를 붙일 자리에 초등학생들의 그림을 붙여놨는데요, 이동네 학생들 작품이 아니라는게 함정입니다. 아라카와소학교 학생의 작품이네요.
저 장치는 배리어프리용인것 같은데, 정차위치가 안맞았네요.
출발시간이 임박하자, 운전사분이 오셔서 다시 PanDS를 취급하십니다.
출발할 시간이 되어 Pan이 다시 내려갔습니다.
15시 29분이 되어 열차가 호샤쿠지로 출발합니다. 이때까지는 괜찮았습니다.
현재 배터리로 견인전동기 구동 및 차내조명, 공조장치 등을 구동하고 있습니다.
오가네역에서 교행열차를 기다립니다. 오가네역 정차시간은 6분입니다.
6분의 정차시간을 이용하여 촬영했습니다. 비전철화구간에 Pan도 내려와 있습니다. 이거 출발하는걸 동영상으로 찍어야 제대로인데 시간이 부족한게 아쉬웠습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호샤쿠지 도착 예정시간은 16시 11분. 우츠노미야행 열차는 16시 19분에 있었으므로 이 열차가 호샤쿠지에서 끊긴다고 해도 별 걱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니이타역 출발 직후 운전실 모니터에서 삑삑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뭔가가 떴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우츠노미야선 우지에이~호샤쿠지역간 인신사고 발생으로 현재 우츠노미야~쿠로이소간 상/하행선 운행이 중단되었으며, 17시경 운행 재개라고 합니다.
차내 운임안내기에서도 자막으로 같은 내용을 보내줍니다.
이걸 보고 그야말로 '멘붕'이 왔습니다. 오늘 일정은 다 끝났으니 남은 일은 나고야로 내려가는 것이었는데, 우츠노미야에서 16시 58분에 출발하는 츠바사 146호로 도쿄로 가서 짐을 찾은 후 18시 03분 히카리 525호로 나고야까지 가는 지정권을 발권받아놓은 상태였습니다. 헌데 나고야는 고사하고 도쿄 가는 것도 쉽지 않게 생겼습니다.
거기다가 나고야 숙소도 나고야역에서 지하철로 2정거장 거리라는게 문제였습니다. 일단은 호샤쿠지역으로 가서 상황을 보기로 합니다.
전철화 구간에 들어왔는데, 여기는 강화가선이라고 나오네요.
일단 호샤쿠지역에 도착했습니다. 가장 먼저 보였던것은
쿠로이소행 205계 한대가 호샤쿠지역에서 발이 묶였습니다. 히카리 시간을 좀 늦추고 나스시오바라로 갈 생각도 해봤는데, 이걸로 나스시오바라로 가는것도 힘들어졌네요.
현재시각 16시 13분인데.....15시 56분차도 들어오지 못한 상태입니다.
Pan내리고 있는 EV-E301계 사진을 찍어주고 역사 안으로 들어가봤습니다.
15시 56분발 열차는 지연폭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저 열차의 위치가 어디인지 모른다는거죠. 만약에 지금 당장 운행이 재개된다고 해도 저 차가 쿠로이소에 묶여있는거라면 호샤쿠지까지는 40분+α가 걸려서 올텐데 그러면 이미 신칸센은 놓친거죠. 거기다가 역 안에서는 역무원 단 한분만 계신데다 그분마저도 전화받느라 바쁘셨습니다.
모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략적인 시간 계산을 해보니 17시에 복구가 된다고 해도 여기서 17시에 이곳을 출발한다는건 아니죠. 거기다가 도쿄역에 들러서 짐도 찾아야 하고 지정권도 새로 발급받아야하니 나고야역에 도착하면 21시 17분, 지하철 타고 호텔까지 가야하니 숙소에 가면 아무리 빨라도 22시가 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나마도 짐 찾고 표 새로 받는 시간동안 신칸센 한대라도 놓치면 시간은 더 늘어나는거죠.
그 와중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구글지도로 우츠노미야역까지 거리를 찍어보니 12km정도 나오더군요. 그래서 개찰구에 계신 분들께 우츠노미야역까지 택시비가 얼마나 나오는지 여쭤보니 '아무리 못나와도 5000엔은 나온다' 라고 하십니다. 거기다가 모두 택시타고 가는건 추천하지 않으시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거 아니면 방법이 없으니 일단 역 밖으로 나왔는데, 마침 택시 한대가 손님을 태우고 출발하려다 저를 보고 섰습니다. 기사님이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보시길래 우츠노미야역 간다 했더니 안에 타고 계신 분도 우츠노미야역 간다고 합승을 권하셨습니다. 이때 시각이 16시 25분경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택시로 우츠노미야까지 타임어택을 시작했습니다. 알고보니 같이 타신 분도 저랑 같이 츠바사 146호로 도쿄로 간다고 하시네요. 현재시각은 16시 37분입니다.
기사님도 저희의 급한 사정을 들으시더니 속도를 낼 수 있는구간에서는 좀 밟으시더군요. 그래도 신호는 철저히 지키셨습니다. 안전운전이 제일이니까요. 위의 사진찍힌 도로가 6번국도라고 하셔서 저도 '한국의 6번국도도 주말엔 맨날 막힌다' 이런 얘기도 하고 어제 지진얘기도 하면서 조금이나마 초조한 마음을 잊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한국인이고 지금 여행중이라고 하시니까 일본어를 잘한다면서 놀라시던데요, 실제로 제 일본어 실력은 매우 허접한 수준입니다. 그래도 이야기하다가 표지판에 '우츠노미야역'이 보이니 조금 마음이 놓이더군요.
현재시각 16시 49분. 신칸센 출발 9분을 남겨놓고 우츠노미야역에 도착했습니다. 요금은 4000엔이 나왔는데, 반반씩 내려던걸 같이 타신 분이 3000엔을 내셨습니다.
현재시각 16시 52분, 우츠노미야역 대합실로 들어왔습니다. 이제 살았습니다.
신칸센 승강장으로 올라오니 그제서야 마음이 놓입니다.
아까 같이타신분이 1000엔 더내셔서 뭘 보답해야할까 생각하다가 담배를 태우신다고 해서 출국할때 면세점에서 샀던 담배 한갑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같이 담배한대 태우고 나니 열차가 들어왔습니다.
도쿄역에 도착했습니다. 작년에는 E3계를 본적이 없으므로 재빨리 사진을 찍고 짐을 찾으러 갑니다.
짐을 찾고, 열차에 올라타니 바로 문을 닫고 출발합니다. 700계를 타고 갔는데, 50장 업로드 제한때문에 올릴수가 없네요 ㅡㅡ.
무사히 나고야까지 왔습니다. 현재시각은 20시 11분입니다. 이제 숙소로 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나고야역에서 히가시야마선을 타고 사카에역에서 내립니다. 이걸 끝까지 타고가면 후지가오카역에서 리니모를 탈 수 있는데요, 작년/올해 모두 리니모를 노려봤습니다만 시간의 압박으로 실패했습니다.
저녁을 못 먹은 상태여서 호텔로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하나 사서 들어갑니다. 오늘밤을 책임져줄 APA호텔 나고야사카에점입니다.
어제는 지진, 오늘은 인신사고로 스펙터클한 이틀을 보냈습니다. 이걸 액땜으로 남은 여행은 좀 순탄했으면 좋겠는데요. 다음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