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출산기
2025년 2월 10일 오후 13시 39분에 큰애가 3.25kg의 건강한 여아를 출산했다. 결혼준비를 하다 뜻하지 않게 일찍 찾아온 아기. 드디어 지구인으로 입성하게 된 나의 첫 손녀. 제 엄마와 생일도 비슷하게 세상 빛을 보게 됐다. 36주째가 지날 무렵 머리둘레가 40주만큼으로 크다는 의사 말에 덜컥 겁을 먹은 딸. 담당의와 의논 끝에 유도분만으로 낳아도 아기한테 별무리 없다는 말에 날짜를 잡았다. 날을 잡았다니 좋은 날 받아 제왕절개를 하냐고 다들 물어 봤지만 이유는 따로 있었다. 요즘은 병원에서는 이익창출을 위해 제왕절개를 권하고 산통의 두려움과 몸매 망가짐을 염려해 산모의 선택 역시 제왕절개를 선호한다. 딸은 자기주장도 강하고 자기애도 강한 아이였는데 모성애 앞에서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 내 딸이 대견해 보이기는 한참만인 것 같다.
D-day. 지난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 딸의 말에 온통 신경이 곤두섰다. 여행 다녀오듯 큰 캐리어에 아기용품을 비롯해 출산 후 산모용품을 가득 싣고 오전6시에 병원 도착 한 후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다고 딸아이는 실시간으로 연락을 해주었다. 전날 저녁부터 금식중이라 배도 고플 만 한데 견딜만하다며 농담도 곧잘하는 걸 보니 제대로 된 진통이 아직 안 왔나 싶었다. 그 후로 몇 차례 전화가 더 왔고, 점심 지나고 바로 출산을 했다. 산모와 아기가 모두 건강하다는 사위 전화를 받고서야 안심이 되고 벅찬 감동에 눈물이 났다. 친정엄마한테도 곧바로 전화 드렸다. 나의 친정어머니도 오늘 내가 외할머니가 된 것을 축하해주셨다.
‘애썼다, 장하다’를 연거푸 말씀하셨다.
30년 전을 회상하시며 친정 부모님도 감동의 순간을 나와 함께 해주셨다.
딸은 감사하게도 빠르게 회복해 가고 있다. 초유도 먹이고 생각보다 모유수유도 걱정 없이 하고 있다. 남편과 나는 쑥쑥 잘 자라고 있는 손녀의 사진과 동영상을 비타민 먹듯 보고 있다. 아기새마냥 입을 벌리고 있는 순간포착의 사진은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다. 하품하는 것도, 재채기하는 것도, 뭔가 불편해 미간에 인상 쓰는 것도 신기하고 예쁘다. 오늘 저녁에는 입원한지 2주 만에 제 집으로 간다. 딸애는 난생처음 겪는 신비한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한다. 달라진 건 홀쭉해진 배 그리고 품에 안긴 꼬물이와 함께 보금자리로 돌아간다. 2주전 무거운 몸을 이끌고 불안과 기대감으로 나왔던 제 집으로 2명에서 3명이 되어 간다.
결혼을 엊그제 한 것 같은데 벌써 내 딸이 엄마가 됐다니, 내가 할머니가 됐다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손녀가 주는 감동은 때로는 꿈인가 하지만 꿈이 아니고 현실이라서 더 행복한 요즘이다. 남편과 나는 딸애가 보내주는 손녀 사진과 동영상에 매일 얼굴엔 함박꽃이 핀다. 내 딸이 겪고 이겨내야 할 많은 순간에 지혜와 긍정의 에너지가 샘 쏟길 바란다. 사위와 함께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만들어가길 소원한다. 내 엄마의 첫 손주였던 내 딸에게 베풀어준 그간의 사랑을 비로소 갚을 때가 온 것 같다. 출산 후 한 달을 꼬박 나와 아기한테 헌신적인 사랑으로 돌봐 주신 친정엄마한테
‘엄마! 저를 건강하게 낳아 주시고, 그로인해 저는 건강한 딸을 낳았고, 내 딸 역시 예쁘고 건강한 딸을 낳았어요. 모두 엄마 덕분입니다’
하고 감사의 마을을 전한다.
나의 손녀로 와준 꼬물이, 격하게 사랑하고 환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