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 직업으로 인정받은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과거 모 대학교는 자신들의 교육신념과 흔히 '딴따라' 라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여 연극영화학과를 만들지 않았다고 하니 그 인식이 어느 정도였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배우 안성기 씨는 "연예계도 많이 달라졌다. 가족 같은 따뜻한 분위기를 이젠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죠. 현재 연예인을 직업으로 원하는 사람은 셀 수 없을만큼 많습니다. 또 연예인이 직업으로 인정 받은만큼 그 분야 또한 비지니스로 인정하게 됐습니다.
제니퍼 허드슨과 에피 화이트
영화 <드림걸즈>는 연예계의 실상을 보여준 뮤지컬 영화입니다. 과거에도 뮤직 비즈니스를 소재로 삼은 영화들이 있었습니다. 존 트라볼타와 우마 서먼이 11년 만에 재회한 <쿨!>이 대표적이죠. 이 영화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주인공 린다(크리스티나 밀리언)를 통해 실력만 갖췄다고 스타가 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달라짐을 말합니다. <쿨!>이 뮤직 비즈니스의 숲을 보여주려 한다면 <드림걸즈>는 그 숲 속의 나무들에게 초점을 맞춥니다. 영화는 그룹 '드림매츠'가 '다나와 드림걸즈'로 변하기까지의 과정과 '에피 화이트'의 가수생활을 그려냅니다.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에피 화이트'의 데뷔와 몰락, 재기죠. 에피 화이트를 연기한 배우는 제니퍼 허드슨으로 <드림걸즈>로 얼굴을 알렸습니다. 재미있는 건 <드림걸즈>의 '에피 화이트'와 제니퍼 허드슨이 서로 닮았다는 점입니다. 제니퍼 허드슨은 신인가수 발굴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3 출신입니다. 지금은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아이러니하게 ‘아메리칸 아이돌’ 최종후보에서는 7위로 탈락했었습니다. 지금 들어도 그녀가 부른 'I have nothing'은 정말 소름 돋는 카리스마를 느끼게 합니다. 당시 깐깐한 사이먼도 최고라고 칭송했을만큼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는데. 새옹지마죠~ㅎ 그녀만큼 '에피 화이트'의 마음을 대변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그녀가 가수로서 좌절한 채 지내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그녀의 대사 "제가 할 수 있는 건 노래 부르는 것 밖에 없습니다"
<드림걸즈>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인기 연예인은 자본의 철저한 기획과 관리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방송에서 이미지를 형성하고 각종 CF를 통해 이미지를 재생산하죠. 그리고 각종 공연으로 인기를 관리하는 스타시스템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 시스템은 트랜드에 따라서 백인들이 듣기 쉬운 음악을 선택하고 발라드를 디스코로 편곡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연예인은 허구인 현실을 추구하고, 그 허구 이미지와 현실 사이에서 결투를 하게 됩니다. 근래에 고인이 된 연예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진실과 허구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뇌했을 것입니다. 노력하는 변화의 잔해 속에서 끊임없이 쌓여가는 천편일률적인 이미지들이 큰 고민이 됐을 수도 있겠죠. <드림걸즈>의 '에피 화이트'도 그 같은 고민의 길에 들어섰었습니다. ‘I'm Changing I'm gonna start right now, right here' 포기하지 않은 그녀의 삶에 한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뮤직비즈니스의 현실 그리고 진실은
영화에는 ‘다나와 드림걸즈’를 인기가수로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됩니다. 커티스 테일러 주니어(제이미 폭스)는 돈으로 라디오 DJ를 매수해 음악을 틀게 하고 가요 순위를 조작하죠. 한국에서도 기획사로부터 뇌물을 받고 관련 가요를 집중적으로 틀어줬던 일이 있었습니다. 가요순위 문제는 매년 연말 시상식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단골 화제 거리입니다. 결국 해체된 ‘드림걸즈’와 커티스 테일러 주니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사실 그것에 대한 상상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우린 주위에서 수 없이 해체된 그룹들을 봤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S회사의 H 그룹과 S 그룹입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 그룹이었지만 무성한 말을 남기며 해체를 한 후 그룹의 멤버들은 잊혀져 갔습니다. 현재 몇 명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예전의 인기와는 비교할 수도 없죠. 하지만 그 그룹을 만든 L 씨는 여전히 최고의 파워를 자랑합니다. 새롭게 만든 D 그룹은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그룹입니다. 최후의 승자는 커티스 테일러 주니어가 되지 않을까요.
※ <드림걸즈>를 보실 분들은 좋은 극장에서 보시기 바랍니다. 전 <드림걸즈>를 시설 차이가 있는 극장에서 2번 보았습니다. 첫 번째 허름한 극장에서 보았을 때 제니퍼 허드슨 목소리의 매력을 못 느꼈는데 시설이 좋은 두 번째 극장에서 감상할 때는 확실히 다가오더군요. 후회하지 않을 영화입니다.
첫댓글 꼭 볼거에요..전 이미 일부러 다운로드를 받아서 봤거든요..사실 음악들을 느끼고 싶어서...그리고 다시한번 감동에 빠져들고 싶어서 스토리를 탐독하고 극장에서 볼 생각입니다. 가서 콘서트처럼 즐기다 올겁니다. 음악도 이미 다 마스터했구요. 최고의 뮤지컬영화라고 생각되어져요.
저는 시사회를 통해 봤는데요... 원래 영화를 보고 잘 울기는 하지만 노래의 큰 울림과 그 느낌이 가슴 깊이 전달되어 눈물을 훔쳤답니다.. 뮤지컬을 보는 듯한 감동...동생과 또 보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