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근래 바쁜 일이 일이 있어 신문도 tv도 등한시했다가 며칠전 묵은 신문을 보다가 김동길교수가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다. 나만 모르고 있었다. 오늘날 한국의 마지막 남은 석학은 이어령교수님. 김동길교수님. 김형석교수님 세 분밖에 이제 남지않았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슬프게도 하늘은 올해 두 분이나 데리고 가버렸다. 그간의 세상은 전염병과 전쟁 그리고 경제난으로 어렵기 짝이 없는데 하늘은 우리의 마음이 기댈 의지처의 사다리를 치워버렸다. 김동길교수와 지근의 거리에서 인생을 함께 했던 사람들의 슬픔은 헤아려 무엇할까만 나같이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사람도 슬프기는 매한가지다. 너가 세상에 태어나 보았던 가장 훌륭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나는 서슴치 않고 김동길교수입니다 라고 대답하려 한다. 도데체 너가 그 분을 만나 어떤 인물이 되었냐 묻지 말아 주시길. 아니었다면 더 형편없는 인간이 되었을 것을 아니었다면 더 천박한 인간이 되었을 것을 그 분 덕분에 부끄럽지만 요 정도의 생을 유지하며 요 정도의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하고자 한다. 1974년이었던가 대구YWCA에 강당에서 교수님이 서울에서 내려와 강연할 때 그 강연에 몰입했던 초롱초롱한 젊은이들의 눈빛. 그즈음 명동 흥사단건물에서 함석헌선생 법정스님 세분의 강연 때 그들은 우리에게 큰바위얼굴이었다. 한 하늘 아래 같이 숨쉬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얼마나 우리는 환호하고 고마워했던가. '성경은 지옥의 활활 타는 불빛에 비추어봐야 아- 이런 뜻이었구나 이해하게 된다' 고 '조국산천을 다녀봐야 나라 사랑할 마음이 생긴다' 고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귀에 선한데 평소 말씀대로 홀로 당당하게 딴 세상으로 가버리셨다.
주위에 훌륭한 인물이 있어 그를 바라다 볼 수 있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하늘은 훌륭한 인물을 쉽게 쉽게 주지는 않는 것 같다. 수백년 수천년 만에 그런 인물들을 하나씩 툭툭 던져주고 세월은 무심히 흘러가 버린다. 가끔 세종을 그리고 예수같은 성인을 생각해본다(기독교인은 아니지만). 그들의 출현과 그 시대와 무슨 연관이 있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본다. 연관성이 있기나 한지. 우연인지. 내머리로는 과분한 어려운 인수분해 같은 문제다.
예수탄생 2천년 세종탄생 6백년이 지났지만 얼마나 훌륭하고 위대했으면 지금도 우리는 그들을 기리고 존경하고 있다. 인류역사상 가장 행복한 사람들은 누가이었을까 묻는다면 나는 2천년전 갈릴리호수에서 설교하는 예수를 직접 바라 본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때 예수의 설교를 직접 듣은 사람들은 감동하고 가슴이 벅차 그날 밤 잠인들 제대로 잤을까 싶다. 세종이 장영실과 함께 측우기에 대한 발상을 주고 받을 때 신숙주와 함께 한글에 대해 서로의 견해를 주고 받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었다면 그 현장의 아름다움을 글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양주동박사님 못지 않게 일평생 신라향가를 애호하고 연구한 이어령교수님. 진리와 자유를 위하여 소신대로 인생을 살다간 김동길교수님. 하지만 지금 김형석교수님이 계시니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첫댓글 한 시대를 풍미하던 분들도 세월앞에서는 어쩌지 못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잘 봤습니다.
아침 면사무소 가는길에 들판은 황금빛인데 왜 아직 추수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용서와 기도는 골방에서 혼자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