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에서 견여탄(肩輿歎)을 생각하다.
▲화원지맥의 석양를 바라보며.
◐ 프롤로그 ◑
현실이 창살없는 감옥이라 느껴질 때마다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 갖은 몸부림을 칩니다.
이길 저길 이산 저산 곡진하게 쏘다닙니다.
길을 찾아 휘휘 나섰다가 길을 잃기도 합니다.
현실에 갇힌 우리는 죽어야만 풀려나는 무기수!
집을 나서며 생각합니다. 오늘은 길을 찾고 말거야.
◐ 산행 개요 ◑
◇산행구간 : 제안고개~깃대봉~장근봉~당재~서기산~계라리고개
(약19km).
◇산행일시 : 2016년 12월 4일.
◇누구랑 : 대전한겨레산악회 여러분과 함께.
▲마루금 엔진을 예열중.
▲미세먼지 나쁨 단계, 마루금여행 기대치는 매우 좋음 단계.
▲출발하면서 간절하게 생각합니다. 먼 훗날, 산자락에 순장되고 싶다고....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나무들의 자리매김.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는, 산의 그림자이고 싶습니다.
▲초원 위로, 가슴을 훑어주는 시원함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눈시울이 정화되어 마음까지 깨끗해집니다.
▲초원을 가로지르며, 왼쪽 풍경.
▲뿌연함을 뚫고 나온 지난 구간 422봉.
▲시계는 좋지 않지만, 오늘은 시원함이 대세.
쭉쭉빵빵 나무도, 푸른 초원도, 명쾌한 하늘금도...
▲극명한 대비,
나뭇잎은 초겨울 냄새를 풍기는데, 초원은 봄의 분위기를 한껏 풍기고 있습니다.
▲초원의 시간은 끝나고, 오름산행의 볼가심을 시작합니다.
▲돌아보니, 산벗님들이 꿈속을 거닐고 있습니다.
▲듬성듬성 징검다리를 놓으며 푸른 초원을 건너오고 있습니다.
▲산 속으로 파고드니, 전류가 흐르는 듯 가슴이 저릿저릿합니다.
▲산자락은 삶을 지탱하게 하는, 희망의 화신입니다.
▲희망이라는 말을 이 끝에 물고 씹으면서 산길을 걸어갑니다.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바다를 헤치고 나아가는 한 척의 배입니다.
▲마루금이 말합니다. '나는 정글이야'
▲발 아래로, 시골 풍경이 고향냄새를 물고 달려오고 있습니다.
▲대나무 사이를 요리조리 비집고 나아갑니다.
▲후미진 곳이 마루금에선 야생으로 통합니다. 야생은 펄펄 끓는 생명입니다.
▲미세먼지 터널을 뚫고, 금강천이 탐진강이 되기 위해 우렁우렁 흘러가고 있습니다.
▲산자락에 돋을새김으로 자리한 청미래덩굴의 빨간 색감.
▲깃대봉.
▲녹색 초원에서 정화되었던 눈이 짙은 미세먼지로 인해 도루묵이 되었습니다.
실눈을 뜨고 조망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조망1), (시계반대방향 순).
▲(조망2).
▲(조망3).
▲(조망4).
▲(조망5).
▲(조망6).
▲짙은 농도의 미세먼지로 인해 햇살이 서늘하게 식어버린 분위기.
▲마루금 속을 누비면서 그 품에 몸을 푹 담급니다.
▲장근봉이 기개를 뽐내고 있습니다.
▲마음을 산자락에 독점 당한 채, 불평 한마디 않고 걸어갑니다.
▲육산에 바위들이 섬처럼 군데군데 떠 있습니다.
▲푸른 이끼옷을 에두른 바위들이 이채롭네요.
▲깃대봉 돌아보기.
▲삼형제바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삼형제바위).
▲장근봉 고스락.
▲산은 현실에서 쌓인 불평불만을 쓸어담는 자루와 같은 존재.
▲겹겹의 산너울을 거느린 만덕산이 경이롭게 보입니다..
▲오늘의 최고봉 서기산이 아득하기만 합니다.
▲저마다 처해 있는 현실은, 벗어날 수 없는 감옥 같은 굴레입니다.
▲산 안에서 산을 바라보는 열매가 있습니다.
▲나훈아의 '홍시'보다 이 홍시가 더 울엄마를 생각나게 합니다.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 후미진 산자락이어서 더욱 그런가 봅니다.
▲헤어나기 어려운 고비 때면 항상 떠올리는 시어가 있습니다.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꽃자리, 구상)
▲지금 우리가 걷고있는 이 마루금이 바로 꽃자리입니다.
▲코가 땅에 닿는 가풀막이어도, 이 곳이 꽃자리라 여기면 없던 힘이 생겨납니다.
▲길은 막다른 곳에서 새빛처럼 열리기 마련입니다.
막막한 길일지라도 걷다보면, 스펀지에 물 스미듯이 새빛이 스며듭니다.
▲산 속에 들어 걷다보면, 몸과 생각은 점점 싱싱하게 살아납니다.
▲산 속에서 산불감시초소가 외로움을 타고,
그 안의 감시원은 더한 외로움에 떨고 있습니다. 인기척에 웃음꽃이 산불처럼 피어납니다.
▲허리강화운동.
▲성루같은 마루금이 하늘정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서기산은 아직 뒤에 숨어 신비감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느낌은 안데스 그 어디메쯤 되는 곳 같은데... 깊고 높고 아득한.
▲이럴 땐 가슴 속 깊이 처박아 놓은 감정이 허락도 없이 올라 옵니다. 울컥 울컥.
▲마침 저기 사람들이 모여 있네요.
꺼이꺼이 올라오던 감정이 막걸리 둑에 막혀 버립니다.
▲당재.
▲음택과 검은 돌은 어떤 관계일까.
▲돌아보니, 고산의 분위기가 물씬 우러납니다.
▲드라마의 대사가 생각납니다. 그래 봤자 의사지만 그래도 의사라구.
그래 , 그래봤자 산꾼이지만 그래도 산꾼이라구. 명심하자구.
▲갑자기 눈 앞이 환해집니다. 빛이 아니라 공간이 터집니다.
▲죽은 자가 꽃무늬 이불을 덮고 있습니다. 이 자리가 꽃자리인가 봅니다.
▲마루금 여행은 마루를 오르기 위한 도움닫기의 시간입니다.
▲마루금이 역주행(시계반대방향)을 하고 있습니다.
▲산길을 걷다보면 외로움이 친구처럼 붙어다닙니다.
그래서 떠오르는 생각은, 섬만 섬이 아니고 외로운 것은 다 섬이다.
▲저 놈의 서기산은 언제쯤 내 발아래 밟힐거나.
▲자연이 만들어 놓은 개선문을 거리낌없이 통과합니다.
▲328봉 돌아보기.
▲한그루 고사목이 산자락을 춤판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칼날 위에 선 사람처럼 꼼짝 못하고, 산자락 길 풍경에 빠져 있습니다.
▲초겨울 한낮의 산길이 참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개똥이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는가 봅니다.
▲도저히 참을수 없어도, 참고 기다리면 훨씬 나아집니다. 세상은 늘 변하기 때문이겠지요.
▲신도사님이 가라사대, 여기는 장산봉입니다.
▲이상하게도 기분이 넘쳐, '찔레꽃'을 돼지 멱따기 식으로 불러봅니다.
▲산죽숲이 '찔레꽃'을 너른 품으로 안아 주었습니다.
▲328봉에서 서기산으로 향하는 역주행 마루금이 급좌틀하는 지점입니다.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다복한 나무.
▲뭐든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게 좋을진대, 이 표지는 무슨 소용으로 여기 있을까.
▲허연 임도가 산허리에 자빠져 있습니다.
▲'우리'라는 말이 가슴을 덥게 만듭니다.
▲장님처럼 꺼이꺼이 하나하나 짚어가며 산길을 오릅니다.
▲서기산 정상은 직진해서 더 발품을 팔아야.
▲바람 한줄기 휘이 머리끝을 훑고 지나갑니다. 바람 지나간 자리에 하늘이 남았습니다.
▲땀으로 꿉꿉했던 심신이 억새와 하늘로 인해 개운해졌습니다. 카메라가 돌아갑니다.
▲(조망1). 강진읍이 뿌연 미세먼지에 잠겨있고.
▲(조망2).
▲(조망3).
▲(조망4).
▲(조망5).
▲(조망6).
▲(조망7).
▲대형 스크린 같은 하늘금 위로 그들이 우뚝 솟았습니다.
▲아직은 갈 길이 멀기만 한데....
▲자라처럼 길게 목을 빼고, 날머리가 나타나기를 기다립니다.
▲색 바랜 겨울산에서 독야청청한 나무를 만나면,
죽은 님을 만난 것처럼 환한 반가움이 뭉클거립니다.
▲405봉.
▲(조망1). 서기산 돌아보기.
▲(조망2). 강진읍내 주변.
▲(조망3). 보은산(우두봉) 당겨보기.
▲(조망4). 강진읍내 당겨보기.
▲(조망5).
▲(조망6). 천관산은 가물가물.
▲(조망7). 만덕산.
▲(조망8).
▲(조망9).
▲(조망10). 덕룡산 당겨보기.
▲(조망11). 덕룡산 직전 첨봉에서 출발하는 화원지맥.
▲(조망12).
▲(조망13).
▲화원지맥을 등에 업고.
▲석문산을 배경 삼아.
▲햇빛이 산자락에 난반사되어 눈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나무가지들이 예술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83봉 헬기장.
▲금빛 햇살이 임도 위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만덕산에서 덕룡산으로 향하는 산줄기가 굼벵이처럼 꿈틀대고 있습니다.
굼벵이는 한번 날기 위해 몇년을 기다리고, 우리는 오늘도 굼벵이 걸음으로 산길을 갑니다.
▲짦은 겨울 해가 시간을 재촉합니다.
▲엉긴 나뭇가지 사이로 가야할 산줄기가 등줄기를 보여줍니다.
▲헛돌이 주의지점.
▲석문산을 따라 마음이 덕룡산으로 달려갑니다.
▲하늘색이 붉은 기운으로 조금씩 젖어듭니다.
▲화원지맥의 덕음산이 마침내 붉은 기운을 토해내기 시작합니다.
▲꿈틀대는 나무의 몸짓이 인생의 비밀을 말해주는 듯, 눈에 착 감겨옵니다.
▲부끄럼 없이 가랭이를 쩍 벌리고 누운 그대여. 누구를 성인군자로 아는가.
▲땅끝기맥은 오늘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반나의 마루금을 지극한 정성으로 보듬으며 걸어갑니다.
▲돌아보면, 지나온 길이 아득하기만 합니다.
▲노란 물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다려주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이 행복감에 젖게 합니다.
▲탐하듯이 목을 길게 빼고, 날머리 고개를 바라봅니다.
▲복덕산(봉덕산)과 데이트 약속을 잡아놓고, 들뜬 마음으로 하산합니다.
▲포장도로가 보이기 시작하면, 다시 '시작'이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려는 시작을, 또 다른 산과의 약속을 지키려는시작을....
▲여기는 18번 국도, 계라리고개입니다.
▲마음은 이미 다음 구간을 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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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
유배의 땅 강진으로 마루금 여행을 하면서
절대고독을 저술로 승화시킨 茶山을 생각합니다.
[여유당전서]6권 「肩輿歎」일부 구절입니다.
人知坐輿樂 (사람이 가마 타는 즐거움은 알아도)
不識肩輿苦 (가마 멘 사람의 고통은 알지 못하네)
타인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절실한 요즘입니다.
흑돼지의 고장 지례에 똥재라는 고개가 있습니다.
피똥 싸며 넘던 거기에 「肩輿歎」이 새겨 있습니다.
어깨가 짓눌리는 밑바닥의 힘겨움이 확 달려듭니다.
자리에 취해 밑바닥 자세를 잊는다면 禽獸와 동격.
해서 똥벼락을 된통 맞아도 쌀 일입니다. 누구처럼.
이래저래 차마 맨정신으로 살아내기 힘든 시절입니다.
첫댓글 님의 산행기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지난 추억을 생각합니다. 진솔하고 자세한 산행기 잘 보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이번 산행은 봉우리 숫자만도 30봉에 육박하는 구간인지라, 힘들 틈이 없었습니다.
남도의 정겨운 산들이 사람의 허한 마음을 꽉꽉 채워 주었습니다.
그 옆에 무심천님이 계셨더라면 더욱 마음이 풍요로워졌을 것입니다.
마음 나눠주시고 소식 전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행복이고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래저래 이것저것 생각케 합니다~~
잠시 인생을 돌아보게 하네요.~~
주옥같은 시 잘 보고 갑니다~~
산행하면서 툭툭 던지는 말들이 살아가는 맛을 더욱 깊게 하는 것 같습니다.
오르면서 하늘을 우러르고 내려가면서 땅을 굽어보는 것,
그래서 부끄럼이 없다면 성공한 산행이겠지요. 俯仰天地 無愧於心.
함께 하는 산행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무려 29개의 산봉우리를 오르 내리는 동안 무척 힘이 들었는데 하산해 보니
범산님과 두분이 보이질 않아 걱정했습니다. 조금 늦게나마 무사히 도착해서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계는 해가지면 바로 어두워 지기 때문에
안전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주옥같은시 잘보았습니다~~~
이번 구간의 압권은 서기산, 이름 그대로 상서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곳,
그곳 억새 중간에 터를 잡고 마시던 막걸리 맛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에, 말이오, 어처구니 없게도 어처구니 같은 산님들이 있어서 산행맛이 달콤합니다.
언제나 봄비같이 촉촉한 정이 물씬 풍겨나는, 우리는 영원한 산돌이!!!
이번 산행은 제눈엔 특이 사항도 별루 없었고 길고 먼 코스.
이걸 어떻게 표현해 낼지 정말 궁금했씀니다.
정말 숙연해질 만큼 멋진 산행기네요.
함께 해서 행복함니다
상대적 진실이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산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이편 마음을 숨기고 있을 때는 저편 마음도 알 수 없다는 진실.
그래서 산을 대할 때는 모든 마음 털어놓고 비워놓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산이 있어서 우리의 만남이 이어지는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고마운 산이고 고마운 산벗님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