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방재 - 장군봉 - 태백산 - 부소봉 - 깃대기봉 - 신선봉 - 고직령 - 구룡산 - 도래기재
나는 4계절이 다 좋다. 봄은 푸르러서 좋고, 여름은 노출의 계절이라 좋고, 가을은 먹거리가 풍성해서 좋고, 겨울은 산 능성이 마다 쌓인 하얀 눈 사이로 고개 내미는 복수초가 좋다. 그 중에서 봄이 가장 좋다. 새싹들이 움트고 개울가 흐르는 물소리 들으며 버들강아지, 개나리, 진달래 예쁘게 피고 온 대지가 푸르럼으로 물들어 좋다. 배고픔으로 버들강아지, 진달래 따먹었던 내 어릴 적 추억이 생각나 이 계절이 미치게 좋다. 완연한 봄이다. 겨우내 잠자던 꿀벌들을 불러 모았던 매화와 벚꽃은 열매 맺기를 준비하고, 화려함으로 색상의 향연을 펼치던 진달래에게 그 자리를 이어받은 철쭉은 연록색의 향연 속에 봄을 향해 달려가며 활짝 피어오를 준비를 하고 산새소리와 어우러진 계곡물소리도 청아하기 그지없어 산행하기엔 딱 좋은 계절이다.
오늘 산행은 신선봉과 구룡산 직전의 경사를 제외하고는 밋밋하고 평이한 육산구간인데다 등산로 주변의 야생화들로 천상화원을 이루는 곳이라 대간꾼들이 잠시 여유를 가지는 구간이기도 하다. 특히, 강원도 구간을 마감하고 경북 봉화로 넘어가며 민족의 영산으로 불리는 태백산을 오르는 구간이기도 한데 태백산은 봉화군과 태백시 그리고 영월군과 접경을 이루는 해발 1567m의 명산이다. 태백산은 옛사람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설치한 천제단이 있는 영봉을 중심으로 북쪽에 장군봉(1567m), 동쪽에 문수봉(1517m), 영봉과 문수봉사이의 부쇠봉(1546m)으로 이루어져있고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 여름에는 맑고 깨끗한 물, 가을에는 형형색색의 단풍, 겨울에는 흰 눈에 덮인 주목군락이 환상적인 포용력의 육산이다.
큰 아이가 즐겨해 토요일엔 김밥을 자주해 먹는 편이다. 김밥 4줄을 배낭에 넣고 가벼운 옷 차림으로 집을 나서는데 날씨가 좋다. 산불예방을 위한 입산금지와 이런저런 사정으로 1달 만에 하는 대간길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에 서로 안부를 묻고 22:10분 화방재를 향해 출발한다. 오늘도 농공휴게소에 들러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23:34분 화방재를 향해 출발했다. 23일 02:40분 영월녹전중학교 정자 옆에 정차하여 심호흡 크게 하며 스트레칭으로 굳은 몸 풀어주니 하늘엔 별 총총, 별이 빛나는 맑고 밝은 아름다운 밤이다. 어둠속의 구불구불한 국도를 달리던 애마가 03:30분 31번 국도가 지나는 해발 950m의 고갯마루 화방재(어평재)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이른 새벽인데도 의외로 바람 한 점 없는 포근한 날씨다. 03:51분 산행차비를 마치고 어둠 속에 긴 꼬리를 만들며 들머리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경상도에서 강원도로 들어오는 관문이라는 사길령을 지나니 산령각이 나타난다. 산령각은 사길령을 넘나드는 보부상들이 맹수와 산적으로부터의 무사안전을 위해서 태백산 산신령에게 제를 지냈었고 지금도 매년 음력 4월 15일에 제를 지낸다고 한다. 어둠속의 산령각이라...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여명이 밝아오고 마음은 더없이 상쾌하다. 05:40분 동쪽 나무 사이로 해가 떠오른다. 대간 종주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맞는 제대로 된 일출이다. 주목을 배경 삼아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 대본다. 태백산 정상부 건너편 자작나무 군락은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고, 건친 숨소리 내뱉으며 장군봉 오름길을 한참을 오르니 죽어 천년 살아 천년 주목 군락지다. 하얀 옷 벗어던진 휑한 모습이다. 내년 겨울이면 또 흰 옷 걸쳐 입고 신비로운 자태를 뽐내겠지..장군봉이다! 긴 숨 내쉬며 뒤돌아보니 멀리 함백산, 두타산, 매봉산이 보인다. 참으로 아름답고 경이로운 山群이다. 장군단을 뒤로하고 지척에 있는 태백산 정상 천제단에 도착한다. 두 여인이 추위에 웅크리고 않아 한배검 표시석 앞 제단에서 기도하는 모습이 보인다. 새벽 댓바람 맞으며 뭔 소원을 빌까? 자식들의 입신양명을, 아님 국태민안을, 아님 가족들의 행복과 건강을 소원할까..멀리엔 1981년도부터 한국과 미국 공군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필승전술사격장의 흉물스런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른 시간이라 전투기의 폭음도, 폭연도 없다. 어떻게 민족의 영산 태백산에 포사격장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정치적인 문제나 종교적인 문제가 아니길 희망해 본다. 부쇠봉을 기준으로 대간 길은 서쪽으로 급회전하여 한반도 내륙 경북 봉화로 들어선다. 6:45분 아침식사로 기력을 보충하고 다시 걸음을 옮기니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등산로 주변엔 얼레지가 지천으로 피었고 이름 모를 야생화들은 예쁜 자태로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깃대기봉을 지나니 겨우살이가 나무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자연의 경이로움이다. 신선봉을 오르는 길이 오늘 산행 구간 중 제일 힘든 구간이다. 여자대원이 힘들어 한다. 뒤에서 막대기를 이용하여 밀어 주는데 나도 힘이 든다. 배낭을 벗어 주면 좋으련만...거친 숨을 내뱉으며 신선봉에 오르니 09:50분 묘지 우측 편에 춘양면 이장협의회에서 천하명당 조선십승지라는 문구를 새긴 신선봉 표시석이 세워져 있다. 예전에 없었던 표시석이 세워져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곰넘이재를 향해 급 내리막길을 걸어야 한다. 무릎이 안 좋은 대원들이 많아 걱정스럽다. 조심 또 조심이다. 급경사를 내려서서 10:10분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며 배낭털이로 원기를 보충한다. 비교적 완만한 오름길을 오르니 11:30분 승천하는 용을 뱀인 줄 알고 꼬리를 잡아당겨 용이 떨어져 뱀이 되었다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는 구룡산 정상이다. 헬리포트로 되어있는 정상에서 바라본 山群들과 마루금은 그동안의 힘듦을 보상해 주는 것 같다. 정상 부위 조금 아래에서 5명의 대원들이 점심 먹기를 마치고 정리를 하고 있다. 선두는 1시간 전에 도착하여 점심도 먹지 않고 도래기재로 향했다고 한다. 오늘 따라 유독 힘들어 하는 대원이 있어 서두르지 않은 걸음이라 늦음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12:00분 봄나물 가득 곁들인 점심을 마치고 도래기재를 향해 출발한다. 오르락내리락 하기를 몇 번 14:00분 경북 봉화와 강원도 영월을 잇는 88번 지방도가 지나는 해발 770m의 고갯마루 도래기재다. 점심식사를 하지 않고 하산한 대원들은 2시간여 기다렸나보다. 미안하지만 어쩌랴...짐을 정리하고 땀에 젖은 몸을 씻기 위해 14:15분 봉화로 출발했다. 봉화엔 고교와 대학동창으로 절친이 사는 곳이다. 얼굴이라도 보려고 전화를 하니 조카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단다. 아쉬움 가득 안고 15:10분 세현목욕탕에 도착하여 지친 몸 물에 담그니 봉화가 내 세상이다. 16:10분 진주로 출발했다. 19:15 진주 독도사랑횟집 도착하여 저녁을 먹고 다음 산행을 기약하며 시내로, 거제로, 남해로, 하동으로 각자의 보금자리로 향해 종종 걸음을 재촉한다.
하늘은 푸르다!
아무리 푸른 하늘, 푸른 세상일지라도 대간산행 날짜는 잊지 말자!
그리고 무릎 관리 잘 하자!
우리는 또 잊지 말자!
우린모두 다 산을 좋아한다는 것을!
산을 좋아함에 선두도 후미도 모두 산을 좋아하는 산 꾼이라는 것을!
-이 푸른 계절 비경마운틴 대간 꾼 당신들을 영원히 가슴속에 담고 싶습니다.-
03 : 51분 산행 시작을..
몸통엔 시멘트를! 포토존이라 실례를..
중앙엔 함백산 정상이..
대간 종주 시작 후 제대로 된 일출은 처음이라..
함백산 우측으로 두타산과 매봉산이 보이고..
새벽 댓바람 맞으며 자식들의 입신양명을, 아님 국태민안을, 아님 가족들의 행복과 건강을 소원할까?
얼레지와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천상화원을 이루고..
한 곳에 굳이 2개의 정상석을?
최근에 세워 놓은 것이..
천년 세월을 견딘 것 같아서..
이제서야 진달래가 한창이라..
도래기재엔 터널이..
봉화에서 목욕 후
*오늘은 선두하고 1시간 30분 정도 차이가 났습니다. ㅋㅋ 후미대장 하기가 쉽지는 않네요!
첫댓글 형님!!! 고생많습니다 후미 하시너라 ㅋㅋㅋ
어이! 5월 연휴에 북한산 둘레길 하러 가야제..우짤끼고?